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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 것도 없고 남은 것도 없는 대선

  2012년 대선은 새누리당의 재집권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에도 자본주의 체제와 질서와 위계는 성공적으로 재생산되었고, 대선을 전후해 어느 순간도 이 질서와 위계는 도전받지 않고 지나갔다. 한편 정권교체에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 과거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했던 노동자를 포함해서 과반수에 달하는 유권자들이 좌절했다.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진보정당들은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손발을 묶고 감나무아래에서 입만 벌리고 있다가 이마에 짱돌을 맞았다. 총선을 전후해 진보대통합을 입에 달고 살았고, 대선이 되자 진보적 정권교체로 말장난을 한 민주노총은 야권 유력후보로 각자 몰려간 상층의 분열로 정치세력화의 성과를 모두 날려 먹었다. 97년 대선으로 회귀한 노동자 대통령 후보들은 0.15%와 0.05%라는 득표율로 초라한 위세를 수치로 보여주었다.

  민주 대 반민주 대립구도라는 사기극의 실패


  민주당은 총선 때부터 이어진 헛발질을 계속했다. 민주당이 한 때 판세를 장악한 것은 무상급식으로 초래된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였다. MB의 비호아래 재벌가의 무한 탐욕이 골목상권을 초토화시켜 종국에는 재벌가 며느리 취미활동으로 동네빵집이 몰락할 지경에 이르자 양극화의 수혜자들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이것이 무상급식을 매개로 민주당 및 야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이들은 눈을 감았다. 한나라당을 부자정당으로 낙인찍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부자정당과 재벌에 대항하는 전선을 주도하는 주체로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신에 진보-민주세력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노무현에 대한 추억과 MB에 홀대받았던 세력들의 앙심을 정치적 밑천으로 삼았다. 총선은 한명숙이라는 여성성을 내세우기도 했고, 대선에서는 노무현 장례위원, 문재인을 내세워 감성정치를 한껏 끌어 올렸다. 결국 나꼼수에 열광하고 MB에 빈정 상한 사람들이 똘똘 뭉쳤다. 안철수와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정치개혁을 앞장세웠고 정치로 얻을 것이 없는 대중에게 정치과잉을 쏟아 부은 결과는 그냥 패배였다.
  한편 이번 대선은 이명박 정권 초기 광우병 촛불때부터 강정마을투쟁까지 이 판을 주도했던 시민(?)정치, 소부르주아 정치의 완결판이었다. 대선구도가 민주대, 반민주로 그어졌다는 것 자체가 이를 확인해준다. 야권연대에 몰두했던 자들은 민주대 반민주구도를 통해 민주, 진보세력의 총동원으로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민주대 반민주구도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소멸된 개념이었고, 민주화세대라는 말로 역사가 되었을 뿐이다. 민주-진보세력은 유신망령부터 만주군 장교 박정희까지 역사를 현실로 불러들이는데 열심이었지만, 민생과 책임감을 내세우고 온정적인 보수의 이미지를 유지한 박근혜후보에 무릎을 꿇었다.

  사회주의자들의 역량의 한계와 과제를 제기한 대선


  사회주의자들은 끝내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당을 건설할 역량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사회주의자에게 대선에서 후보를 낸 다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었다.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를 전면화하지 못한 채 노동자 후보들이 보여준 선거투쟁의 초라함과 권태로움은 역설적으로 사회주의 후보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하였다.
  노동자 후보를 내세워 대선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역시 선거로는 안된다는 식의 반응, 대중운동이 바로서야 한다는 진지하지만 상투적인 반응 등 여러 이야기가 떠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것은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역량부족 자체였고 그것 이상의 한계는 없다. 선거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선거투쟁을 위해서는 사회주의 후보가 필요했고, 대중운동이 바로 서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주의 노동운동이 제대로 서지 못해 대중운동이 지리멸렬한 탓이다.
  자본주의 질서는 성공적으로 재생산되었지만 자본주의체제 자체는 재생산되기에 여러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자본가들이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대중의 곤궁함이 자신들의 대박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다. 따라서 대중의 반자본주의 의식은 분명 성장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중의 변화에 조응하는 사회주의자들의 조직과 정치적 내용이다. 그래서 낡고 뒤쳐진 것들과 단절하고 정세의 변화에 맞게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낡고 뒤쳐진 것들과 단절하기 위해서는 낡고 뒤쳐진 것과 투쟁해야 한다. 2012년 대선은 우리에게 낡은 것들에 머물러 있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 지를 충분한 절망감과 함께 보여주었다. 양식 있는 사람들을 어이없게 했던 민주대연합이라는 쾌쾌 묵은 전략, 97년을 되풀이한 노동자 대통령후보의 심드렁한 등장, 그리고 두명의 노동자 후보라는 익숙한 분열과 분파주의. 이 모든 것들이 낡은 것, 그리고 뒤쳐진 의식과 실천의 산물이다.
  새로운 것을 말하는 자들이 가장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모순은 대선이 지나자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니 협동조합이니 복지사회니 하는 것은 한국자본주의가 번영할 것이라는 아니 적어도 그럭저럭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나오는 낡고 뒤쳐진 것들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위기에 사회주의만이 진정 새로운 것이다.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강화, 나아가 사회주의 정당건설 역량을 강화하려는 악착같고 야무진 노력만이 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향해 가는 유일한 방도다.

김광수

[74호] 자본주의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강화하자
[73호] 반자본주의 투쟁만이 노동자 계급의 생존권 투쟁을 엄호할 수 있다
[72호] 반자본주의 투쟁을 가로막는 장막을 걷어내자!
[71호] 국가보안법 철폐! 사회주의정치활동 보장! 우리는 탄압을 뚫고 당당히 투쟁할 것이다
[70호] 부르주아정치, 소부르주아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사회주의노동자정치만이 대안이다
2 | 쟁점
희망도 보여주지 못한 채 실패한 노동자대통령 후보 전술
3 | 정세 ①
자본주의라는 판을 흔들어야 희망이 보인다
4 | 정세 ②
무너진 노동자 정치세력화! 존재감을 상실한 민주노총!
5 | 이슈 ①
독이 든 사과가 된 협동조합
6 | 이슈 ②
가계부채, 박근혜 자본가 정권이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7 | 이슈 ③
양적완화, 붕괴의 기로
8 | 칼럼
누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가?
9 | 노동자 통제
독일혁명의 기관차가 된 노동자평의회
10 | 서평
절망하는 동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 왜 사회주의인가?] (앨런 마스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