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0일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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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사과가 된 협동조합
황정규  ㅣ  2013년1월10일

협동조합 황금시대

협동조합의 황금시대가 열렸다. 새해 벽두부터 경향신문은 사회적 가치를 담는 “사회적 경제”를 특집으로 들고 나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는 “기존 경제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케 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일컫는다.” “시장경제가 단기적 이윤창출을 목표로 삼고 자유경쟁을 통해 이를 달성한다면, 사회적 경제는 공동체적 생산과 소비를 통해 ‘함께 만드는 시장’을 추구한다.” 이 사회적 경제의 형태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열광은 진보신당 대표단 선거에서도 감지되었다. 부대표 후보로 출마한 장석준은 “협동조합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장석준에 따르면 진보신당이 “이제 한국 사회의 누구에게나 ‘협동조합의 당’으로 인정받게 되어야” 하며, 우리의 비전은 “박정희식 자본 축적이 만들어놓은 ‘주식회사 대한민국’과 ‘협동조합 대한민국’을 대비”시키면 잘 드러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재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박정희식의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그 딸인 박근혜가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이다. 박근혜는 1월 7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부터 “선진국 마지막 관문은 사회적 자본 쌓는 일”이라고 일갈하였다. 현재 진행되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의 이론적 배경이 바로 사회적 자본인데, 박근혜가 그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좌우를 아우르는 일종의 컨센서스가 발견된다. 바로 “사회적 자본에 토대를 둔 협동조합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박근혜의 국민대통합의 실마리가 이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협동조합, 독이 든 사과

사실 협동조합 운동은 200년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다양한 입장들이 공존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들 역시도 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실천해왔다. 따라서 협동조합 운동 전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에서 벗어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협동조합 활성화의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작년이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였고,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어 협동조합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협동조합 운동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축으로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자본”이라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고 협동조합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세계은행’이다. 이에 발맞추어 이명박 정부는 정부 중요정책으로 협동조합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은행뿐 아니라 한국의 자본가들과 정부가 협동조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과거 수십년간의 신자유주의 시대 동안 발생한 빈곤, 불평등, 사회안전망의 해체 등의 비참한 현실로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자, 협동조합을 통해 이를 무마하는 완충역할을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아울러 협동조합이 시장논리를 수용함으로써 이 영역까지 시장으로 포섭해가고자 하였다. 사회적 자본이라는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이론이 유행하고 협동조합 운영에서 기업가 정신이 점차 강조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활성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고 이 모순의 극복을 개안의 자조노력으로 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복지 등 국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은 하지 않으면서 그 책임은 개인에게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과 같은 소위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추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협동조합은 정부가 제공해야 할 사회 안전망을 민간에 외주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의 협동조합 운동이 지닌 위험성은 비정규직 운동과도 관련되어 있다. 자본가와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외면한 채 협동조합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희석하고 비켜나갈 수 있게 된다. 청소용역과 같은 비정규직이나 학습지노동자 등과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문제를 협동조합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요컨대 자본주의 모순에서 나온 문제들을 적정수준에서 관리 조절하는 완충지대의 역할, 국가가 사회구성원을 위해 당연히 제공해야 할 사회서비스를 개인의 자조노력으로 전가하는 역할, 시장논리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자본주의 안으로 재포섭하는 역할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동조합 흐름의 이면에 깔려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은 이를 시장과 국가에 대한 대안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시장에 대한 보완물로 시장에 입각하여 존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박근혜 모두 사회적 자본을 강조하고 협동조합을 활성화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덫에 순진하게 걸려들어 협동조합을 마냥 좋은 것인냥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통해 들어오는 자본의 의도를 분쇄하기 위한 투쟁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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