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0일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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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붕괴의 기로
문창호  ㅣ  2013년1월10일

독점자본주의와 세계시장

생산에서의 집적과 집중은 독점을 낳고, 독점자본의 생산능력은 국내시장만으로는 과잉이 되며, 필연적으로 세계시장에 의존해서만 축적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세계시장의 붕괴는 독점자본주의에 진정한 축적위기를 불러온다.
독점자본의 과잉생산능력에 대해 한국경제로 예를 들면, 국내 자동차시장은 2012년 예상 155만대인 것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생산능력은 국내공장 353만대, 해외공장 350만대에 이른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12년 스마트폰 생산목표는 3억7천여만대나 되며, 이중 90%를 해외 판매용으로 해외공장에서 생산한다. 이들 기업에게 국내시장은 생존조차 못하게 좁아진 곳이다.
국민국가들로 나눠진 가운데 세계시장이 형성 유지되는 핵심 중 하나가 기축통화이다. 세계공통화폐랄 수 있는 달러의 지위는 애초에는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출현한 브레튼우즈 체제에 근거했다. 당시에는 35달러를 미국 은행에 들고 가면 1온스의 금과 언제든지 교환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달러가치를 신뢰한 세계인들은 달러로 국제거래대금을 결제했다. 그런데 경제위기로 71년에 미국이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후에도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계속 유지해왔다. 중동산유국들이 석유수입 대금으로 달러를 요구하고, 월스트리트로 오일달러가 환류되는 금융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강제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힘 때문이었다. 금태환이 정지된 결과 세계시장의 원활한 작동여부가 미국이 무분별한 화폐발행과 인플레이션을 지양하고 달러가치를 유지하는 문제로 전환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하락하는 화폐를 결제대금으로 보유하고 싶은 기업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달러의 위기, 환율전쟁과 세계대공황

지금 달러는 다시 역사적인 기로 위에 서있는데, 이는 미국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양적완화를 연거푸 실시한 데서 비롯하고 있다. 08년에 금융기관들이 연쇄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시한 1차 양적완화(QE1)에서는 1조7천억$. 10년에 미국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실시한 QE2에서는 6천억$. 올해 9월에 매달 4백억$ 규모의 주택담보부채권을 사들이기로 결정한 QE3까지 미국 연준은 달러를 무제한 살포해왔다. 그리고 달러가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흘러나오자 글로벌 달러약세가 다시 전개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낸 지표인 달러인덱스의 십년간 추이를 보면, 닷컴버블이 붕괴된 해인 01년에 120으로 고점을 찍은 뒤, 그린스펀의 초저금리정책 기간 동안 계속 하향세를 그리다가 08년에 70으로 바닥을 친 후, 오르락내리락 하다 80선에서 QE3로 인해 다시 하향세로 꺾이고 있다. 원화환율 역시 마찬가지인데, 지난 9월5일 1,137.5원에서 연말에는 1,060원대로 떨어졌다.
자국화폐가 기축통화이므로 미국은 양적완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구매력을 아무런 노력 없이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달러약세를 통해서는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대미무역 흑자로 막대한 달러를 보유한 동아시아 국가들 같은 입장에서는 인플레로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가 줄어들고(01년 대비 12년 달러의 가치는 70%에도 못 미침), 수출경쟁력도 저하된다는 점에서 결코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모순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환율전쟁’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불황의 장기화로 저마다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고, 또한 수출로 활로를 뚫어보고자 자국화폐 저평가에 서로 경쟁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아베 총리가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환율전쟁으로 지폐가 종이쓰레기가 될 때까지 서로 미친 듯이 돈을 풀다, 결국 초인플레로 함께 주저앉는 것이다. 혹은 3조$, 1조$ 이상씩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 이에는 못 미치지만 수천억$씩 보유한 대만과 한국 등이 달러자산의 감가를 더 이상 참아내지 않고 대규모로 내다팔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되면 달러가치는 휴지마냥 폭락할 것이고, 세계를 단일시장으로 묶어주는 응고제가 녹아내리는, 그래서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지 않은 가운데 구질서가 붕괴한 무정부상태가 엄습할 것이다. 달러가 만능의 지위를 잃은 상황에서 위안, 유로, 엔, 금 등의 대체 결제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고,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서의 수급불일치와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그 결과 국제무역과 해외투자의 위험성 역시 커질 것이고, 세계시장은 빠르게 위축될 것이다. 마침내는 판로를 찾지 못한 독점자본의 과잉생산능력이 붕괴하고 말 것이다. 과거 대공황기에 세계교역규모가 종전의 2/3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미국경제의 생산량 1/3이 날아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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