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2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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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 계급의 자본주의 비판? 원인 결과 바꿔치기!
이기범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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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등장하는 자본가들의 자기비판


점점 심각해지는 세계대공황의 정세 속에서 자본가 계급의 위기의식은 체제모순을 따라간다. 자본가 계급에게 체제 유지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에 그들의 위기의식은 자본주의 체제유지를 위한 교묘한 악선동으로 표출된다. 이를테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지만, 이 체제의 본질적 모순이 아니라 그 모순이 드러난 극단적인 결과에만 초점을 두는 식이다.


이번 달 미국의 좌파 월간지 먼슬리 리뷰에서도 1973년 경제위기 당시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좋든 나쁘든, 자본주의(Capitalism, for Better or Worse)」라는 특집기사를 언급하면서, 반자본주의 투쟁을 억누르기 위한 자본가 계급의 기만적 행태를 꼬집었다. 이러한 기만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며, 역사 속에서 자본주의의 위기와 계급투쟁의 성장에 조응하며 꾸준히 전개되어 왔다.


두 달 전 “타임”지에는 「미국 자본주의의 대위기(American Capitalism’s Great Crisis)」라는 제목의 특집기사가 올라왔다. 제목만 보면 마치 자본주의의 위기 그 자체에 대해 다룰 것 같지만, 실상 “미국의 경제적 질환은 금융화라는 명칭을 갖는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미국 경제의 과도한 금융화가 문제의 본질인 것처럼 비판한다.


이러한 주장은 2008년 세계대공황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하이만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위기는 금융 부문 비대화로 인한 불안정성의 강화에서 비롯된다. 즉, 금융 부문의 팽창과 함께 투기적 축적과 단기이익 추구가 성행하면서 금융의 불안정성을 낳게 되고, 이로 인해 경제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민스키 류의 금융환원론은 정부의 금융억압, 국제적인 차원에서 투기자본의 횡행을 막기 위한 토빈세 도입 등 공적인 개입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간에는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가장 효율적인 체제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7월 13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는 “우리가 신봉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어쩔 수 없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그 불평등과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또한 자본주의 체제의 미덕이고 존재 가치가 아니었던가…” 따위의 겸허한 자기성찰을 내보였는데, 앞서 소개한 타임지 기사, 민스키의 이론도 자본주의의 자기구명에 대한 신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석희의 자기성찰과 동일 선상에 놓인다. 


자본주의 그 자체가 문제다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고유한 성격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의 끊임없는 증식을 본질적 목적으로 한다. 자본은 생산 및 유통 규모를 증대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는 등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윤율 저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자본은 이윤율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여 이윤율을 제고한다. 그런데 70년대 이후 실물경제 침체가 고착화됨에 따라 금융자본들의 투기적 성격이 강해지고 금융 부문에서 “뒷일은 될 대로 되라지” 식의 무정부적 경쟁이 격해지면서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의 모순이 극대화되었고, 이는 세계대공황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결국 문제의 ‘원인’으로 제기된 금융화도 끊임없는 이윤 축적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렇듯 결과를 원인으로 바꿔치기하는 악선동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은폐하고자 하는 지배 계급의 일상적인 수법이다. 그들에게는 끝없는 가치증식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그 자체 아니라, 단지 가치증식의 극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과도한’ 금융화가 문제일 뿐이다.


결과를 원인으로 바꿔치기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으로 하여금 현재의 모순을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기만인 것이다. 이는 단지 금융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과도한’ 실업, ‘과도한’ 소득 불평등과 같은 자본주의적 모순의 모든 결과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필연적으로 실업과 불평등을 낳으며 노동자 민중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자본주의 그 자체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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