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3일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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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왜 폐지해야 하는가
황정규  ㅣ  2012년9월3일

국가보안법,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국가보안법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폐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일제 시대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이 그 모태가 되었다. 일제의 군경들이 독립운동가를 때려잡았던 그 법이 이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한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더욱이 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은 바로 만인이 공인하는 독재자 박정희가 유신헌법에서 처음 삽입한 말이다. 국가보안법의 존재 자체가 적반하장의 경우인 것이다.
1987년 이후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대중운동이 고양되고 국제정세가 변화하면서 국가보안법은 사라지지 않은 채 새로운 생존을 모색하였다. 1991년, 제 2조 반국가단체 규정에서 ‘공산계열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이라는 조항을 삭제하였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제 7조는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 자’라는 조항을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로 변경하였다. 특히 7조, 찬양·고무가 문제가 되고 개폐논의의 핵심에 있었던 것은 ‘기타의 방법’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조항이 어떠한 자의적 해석도 가능하게 하여 누구든 국가보안법의 사슬로 옭아매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로 바꾸었다고 그 자의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이 조항조차도 폐지 주장이 거세지자 당시 집권여당 민자당이 날치기 통과시킨 것이었다. 이렇듯 국가보안법 존재 자체가 반민주로 얼룩져 있다.


사회주의 탄압을 위한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공안기관


앞서 2조와 7조에 대해서 특히 이야기한 것은 해방연대(준)에 대한 국가보안법 탄압이 바로 이 두 조항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1년 헌법재판소가 7조에 대해 한정합헌이라는 기만적 결정을 내렸을 때, 그 핑계거리는 ‘법운영당국의 제도외적 오용 내지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역사는 바로 오용과 남용의 역사였을 뿐이다.
특히 1991년 개정과 함께 사회주의운동을 2조, 7조로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사회주의운동을 탄압하는 도구로 꾸준히 이용되어 왔다. 더 나아가 진보의련, 사노련 사건 등에서 공안기관은 7조에서 국가변란 선전·선동 부분만을 별도로 떼어내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이적단체와는 별개의 국가변란선전선동 단체라는 법리를 만들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해방연대(준) 역시 공안기관의 제멋대로 고무줄놀이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 자체가 국가보안법이 단순히 통일운동에 대한 탄압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진보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모든 세력을 사정거리 안에 두는 법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내심”과 “우회적 표현”이란 황당한 표현

더 나아가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악법인지는 해방연대(준)의 기소내용에서 드러난다. 공안기관의 논리는 해방연대가 무장봉기, 폭력혁명을 겉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며, ‘우회적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단한 능력자들 앞에서, 상담을 받아 보라는 말 외에 어떤 이야기가 가능하겠는가? 다른 형사재판에서는 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논리가 가능한 것은 이 재판이 국가보안법 재판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비이성인데, 기소논리가 비이성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사회주의 활동의 자유를 쟁취하자!

국가보안법상의 찬양 고무 혐의로 연행되었던 4명의 동지들은 9월 말, 10월 초부터 본격적인 재판에 임하게 될 것이다.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반민주, 반민중, 반인권 악법 국가보안법과 싸우는 것은 비이성과 싸우는 것이고 망상과 싸우는 것임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핵심은 전혀 없는 2만 페이지 이상의 증거자료는 구시대의 유물이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몸부림으로 보일 뿐이다.
해방연대(준)의 투쟁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사회주의 활동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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