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3일 73
해방 > 73호 >

위험한 소수를 격리해야 이 체제는 안심할 수 있다는 검사들
- 해방연대 영장실질심사 현장을 말한다 -
김광수  ㅣ  2012년6월15일

떳다! 파워포인트, 그러나 만화에 졌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연행자들이 사흘만에 해후를 했다. 모두가 밝은 표정, 심지어 조사한 형사들도 밝은 표정.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되고 검사가 구속이유를 밝히는데, 파워포인트가 등장했다. 검사는 파워포인트를 이용, 도표를 동원해 해방연대의 이적성, 아니 국가변란 선동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중에는 국가보안법으로 이미 희생을 치룬 성두현 동지이하 두사람이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추진위”(노진추) 사건으로 이미 처벌된 전력이 있음을 들어, 이들은 무엇을 해도 국가보안법 유죄라는 논리를 드는가 하면, 해방연대가 직접적으로 폭력혁명이나 무장봉기를 선동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그런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왔다. 대한민국 검사들의 관심법이 또 다시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검사는 쿠바혁명의 예를 들면서 쿠바해안에 상륙한 카스트로 일당이 고작 86명이고 생존자는 30명에 불과했지만 2년 뒤 이들이 바티스타 정권을 무너뜨렸다면서 해방연대가 비록 소수이지만 사상적으로 가장 강고하며, 이들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관심법을 넘어 예언자로 등극하기도 하였다.

변론을 주도한 변호인들은 2명이었다. 이미 사노련사건 때 변론을 담당했던 김도형변호사는 검사가 이적성을 적용할 수 없자 국가변란을 떼어내 이적단체구성을 입증하려는 논리에 대해 쐐기를 박았다. 그런 판례는 아직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 그리고 사노련사건도 아직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지적했다. 그리고 피의자들이 국회의원, 지자체 선거에 후보로 나왔던 사실과 민주노동당에서 수많은 직책을 맡았던 사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을 사회주의 정당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천명했던 창립선언문의 예를 들면서 국가변란 선동혐의가 부당함을 주장했다. 또한 검사가 자주 들먹이는 사회주의 정당 강령 초안은 해방연대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정당의 강령을 논의하기 위한 초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검사는 나중에 이 말을 반박해 초안을 작성하면 이적단체고 그 초안을 기초로 당을 만들면 반국가단체라고 주장을 했다. 이 때 두 변호사의 살기등등한 모습을 봤어야 했다. 솔직히 우리는 변호사가 검사를 때리는 줄 알고 쫄았다. 또 다른 변호사였던 이민석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설사 위헌이 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해방연대가 국가보안법를 위배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영장심사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해방연대가 발간했던 만화책에 그려진 김일성, 스탈린 두 얼굴을 이변호사가 판사에게 보여주면서 이적성 혐의가 왜 부당한 지를 설파하는 장면이었다. 검사의 파워포인트보다 만화가 훨씬 효력이 있었다. 만화 만세!

검사의 폭력주의

검사는 의회주의를 부정한 해방연대라고 지칭한다. 판사는 나중에 판결문에서 의회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같은 말을 다른 의미로 쓰고 있다. 해방연대는 의회주의를 비판했다. 의회주의는 대중의 적극적 실천을 방기한 채 의회에서의 입법활동으로 당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판사가 말하는 의회주의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뜻은 국회의원이 되거나 의회활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해방연대는 의회전술을 부정하기는커녕 기회주의자들과 투쟁하기 위해서라도 아주 열심히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판사가 의회주의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판단은 그점에서 옳았던 것이다.

피의자 신분에서 자본주의 철폐와 노동자국가 건설을 주장한 해방연대를 폭력혁명의 교사자로 생각하는 검사에게 관심법을 발휘한다면 그는 지금 사멸해가는 자본주의, 자본주의 체제의 위계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쓰지 않겠다는 것, 폭력을 동원해서 대대적인 테러도 무릅쓸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폭력으로 탄압 할 텐데 너희들도 결국 폭력으로 대항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체제의 변화는 수단에 압서 대중의 각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장한 민심의 흐름 속에 갈 길은 가게 되어 있다. 그것은 검사의 바람이나 혁명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넘어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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