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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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붉은 시선] 무기력하게 깃발을 내린 9·23 총파업
“말이 아닌 행동으로”라고 했으면 그 말부터 지켜야
황정규  ㅣ  2015년 10월 8일

 


노동개악에 맞선 9·23 총!파!업!

노동시장구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한국노총과 박근혜정부 사이에 노사정 야합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긴급 중앙위원회를 통해 9월 19일 총파업 선포대회와 9월 23일 총파업을 결정하였다. 이러한 야합과정에서 이렇다 할 저지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답답한 상황에서 야합 이후라도 신속히 투쟁을 결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평생비정규직을 막아내기 위해  9. 23 총파업으로 총력투쟁 할 것을 선언하고, “노동개악, 노사정야합 분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든 노동자들 거리로!” 라는 슬로건 아래 9월 23일 3시 정동 경향신문사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예정된 집회 장소는 정동길 이면도로였으나 새문안로(정동사거리)까지 점거하고 집회가 시작되었다. 집회는 간단히 마무리되고 청와대 박근혜에게 항의하러 가자며 본격적인 행진에 들어갔다. 행진대오는 곧 광화문 사거리 직전에서 경찰들의 차벽에 막혀 더 이상 전진 하지 못하였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오늘은 그저 그런 집회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기필코 청와대까지 가서 박근혜에게 우리에 결의를 전하자”, “동지들 함께 할 수 있겠냐” 라는 선동을 계속하며 투쟁을 독려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도부는 서대문방향으로 집회 대오를 인도했고 5시 30분까지 단위별로 뿔뿔이 흩어져 어떻게 하든 광화문광장으로 모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광화문에 모여 다시 청와대 진격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지침에 다소 황당해하는 기색도 보였지만, 정면 돌파를 시도하거나 우회적인 길을 모색하며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끝장 투쟁 선동 후의 황당한 집회 마무리

황당한 상황은 집회대오들이 속속 광화문에 집결한 순간 발생하였다. 오늘 끝까지 싸우고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방침을 믿고 어렵사리 경찰의 방어를 뚫고 그곳에 도착한 참가자들이 상당히 많았고 계속해서 많은 동지들이 그곳으로 집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노총이 이미 정리집회를 하고 깃발을 내렸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집회주최단위가 해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경찰은 스스럼없이 집회대오를 강제해산하기 시작하였다. 일부 단위(전교조, 교육공무직노조)들이 차도를 점거하여 항의하였고 해산시키려는 경찰들과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 조합원 등 일부 집회참석자들이 연행되었고, 여러 단위노조 정리 집회에서 발언자들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런 기만적 정리에 대한 비판과 실망감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하였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라고 했으면 그 말부터 지켜야

민주노총 주최하는 집회에 셀 수 없이 참여해왔지만, 집회가 이렇게 무기력하고 황당하게 마무리된 경우는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봐도 없었다. 더군다나 총파업을 하겠다고 당선된 집행부가 아닌가? 집회 내내 오늘 끝까지 투쟁하자고 계속 선동했던 집행부가 아닌가? 이러한 이해불가의 집회해산 사태가 발생하자, 민주노총 집행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였는지 재빠르게 위원장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사과문의 내용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고 미숙함을 자책하는 두루뭉수리 한 내용만 있을 뿐이다. 어려운 일에 닥쳐 그냥 고개 한번 숙이고 다음부터 잘하겠다고 하면서 넘어가려는 태도가 아닌가 하여 씁쓸할 뿐이다.

여전히 민주노총 집행부는 11월 총궐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9․23 총파업의 집회는 지배계급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날 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계급이 지배계급에게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고자 하는 결의와 힘을 보여 주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지배계급이 계급투쟁에서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투쟁에서 허탈감과 배신감을 안고 돌아간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이 향후 계획 중인 10월 11월 투쟁에 적극 나설 수 있겠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단추가 잘못 채워지면, 모든 단추를 다시 풀고 처음부터 다시 채워가야 한다.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투쟁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이 없다면, 그 다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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