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0일 65
해방 > 65호 > 쟁점

민주노동당, 진보적 민주주의로 노동자들의 뺨을 때리다
- 민주노동당 사회주의 강령 삭제의 역사적 의미 -
김광수  ㅣ  2011년7월20일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으로 개정된 민주노동당 강령


지난 6월19일 민주노동당 정책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 강령이 진보적 민주주의의 정신에 따라 개정되었다. 지난 강령에 있던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발전한다는 구절이 삭제됨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에서 사회주의 이상이라는 구절은 남겨놓자는 수정안이 나왔으나, 이마저 2/3를 넘지는 못했다. 결국 개정안은 2/3를 넘긴 70%의 지지를 받아 통과되었다.


이번 민주노동당 강령개정은 2008년 분당이후 민주노동당을 완전장악하고 있는 당권파들이 당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최종적으로 리빌딩한 결과이며, 더욱이 야권연대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 맞지 않은 당의 구태(?)를 제거한 성과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당으로서 이제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들의 위성정당, 부르주아 의회제도의 장식물이 된 것을 강령적으로 확인했다.


사회주의 대안정당에 반기를 든 진보적 민주주의


2003년도에 민주노동당에는 2004년도 총선을 앞두고 당발전특위가 만들어졌다. 당발전특위는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의회활동을 결합한다는 원칙하에 여러 제도개선요구를 내놓았는데, 그러한 제도개선과 아울러 사회주의 대안정당으로 당의 발전방향을 잡자는 의견까지 아울러 제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당강령의 내용 중,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계승 발전한다”는 문구를 들었고, 이에 대한 논쟁은 결국 그 주장의 근거였던 강령문구의 수정 논쟁으로 발전하였다. 사실 사회주의 대안정당의 문제의식은 자본주의모순이 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주의적 운영원리를 비롯한 사회주의 대안을 대중에게 주장하고 설득함으로서 궁극적으로 당을 사회주의 정당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화살은 당내 자유주의세력, 의회주의세력을 겨누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 자민통세력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들고 나왔고, 민주노동당은 해방 후 최초로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을 가지고 대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수백, 나중에는 수천의 당원이 이 문제를 가지고 수개월을 토론하고 논쟁 하였다.

그러나 막상 대의원대회에서 자민통세력이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 문구 삭제를 요구하면서 사태는 엉뚱하게 NL과 반NL의 대결구도로 넘어갔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사람들에게 강령논의가 자주파와 평등파간의 투쟁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자민통세력이 내세운 진보적 민주주의는 80년대 후반부터 전가의 보검처럼 들고 나왔던 민주대연합 노선의 강령적 표현이었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뜻하는 것이 당시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당면 목표로 걸고 있는 민주노동당 총노선과 충돌했기에 이걸 들고 나온 주체들의 투쟁심도 그리 높지 않았다. 결국 당대회에서는 현행 강령내용을 유지하는 것으로 사태는 봉합되었다. 아직 NL이 반NL을 넘어서기에는 민주노동당이 그리 녹녹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진보적 민주주의자들의 주장이 힘을 얻는 데는 그렇게 오래 세월이 요구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10명의 의원을 배출하자마자 열우당 2중대 논란에 휩싸였고 2008년 분당이후 당은 열심히 퇴보하여 이제 야권연대까지 빠져 들었다. 진보적 민주주의를 당 강령으로 내세우는데 이보다 더 적합한 환경이 없었던 것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반동성


진보적 민주주의는 민족자주정부를 목표로 한다. 미제에 대항한 광범위한 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민족자주정부 수립은 아마 해방직후였다면 사회주의를 목표로 하는 과도적 요구로서 훌륭할 수도 있었다. 전 산업의 70%가 일제의 소유였고, 옥답의 70%가 일제의 소유였으니, 제국주의 지배를 일소하는 일은 사회적 소유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실제 일제 말에 일어난 협동노선(통일전선)운동의 산물이자 민족주의자 김구와 사회주의자 김원봉이 협력해 건설한 전국연합진선협회의 강령에 토지국유화와 일제가 소유한 산업시설의 국유화가 들어간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해방직후에 박헌영 조선공산당대표가 제기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21세기에 들어와서 재탕하고 있는 현 자민통세력은 웃기는 복고주의자들이다. 이들의 후진성은 그들이 제기하는 한미FTA 반대투쟁에서 여실히 증명된다. 이들은 미국반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한미FTA에서 대박을 치는 독점자본에 대한 투쟁으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민족자주, 즉 통일과 자주를 외치며 계급투쟁 전선을 헷갈리게 하고, 약화시키는 중간세력, 혹은 계급협조주의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그걸 넘어서 자신들의 강령적 핵심도 의회진출 야욕으로 넘을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러니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한미FTA를 추진한 민주당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민주노동당의 퇴보를 전적으로 자민통세력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진보적 민주주의자들 말고도 민주노동당의 퇴보를 주도한 세력은 얼마든지 있었다. 민주노총의 관료세력들은 당이 현장에 뿌리박자는 의미에서 제기된 현장분회를 반대하고 나섰고, 당의 입법활동을 제한하고 의회를 투쟁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사민주의자들과 자유주의분파들이 열심히 반대를 했다. 결국 사회주의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소진한 민주노동당에서 소위 평등파와 자주파라 불리는 기회주의자들간의 당권을 둘러싼 대립만이 남게 되었다. 마침내 당권을 장악한 자민통세력이 진보적 민주주의가 갖는 후진성을 제대로 발휘한 것은 2007년 대선 때였고, 이들은 코리아 연방공화국이라는 선거슬로건을 통해 세계금융공황 1년여를 앞두고 민족주의 놀음을 원 없이 벌렸다.


2008년의 분당이후에는 자신들의 후진성, 반동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었다. 반MB 야권연대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연립정부도 민주노동당내에서 심심치 않게 나왔으며, 북한정권의 3대세습도 진보적 민주주의안에서는 허용되었다. 결론적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는 스탈린 개인숭배에 갇힌 부르주아 꽁무니 노선인 것이다.


이번 강령개정이 민주노동당에게 결정적인 것이었나?

강령개정에 반대하던 당원들은 당에 대한 마지막 미련마저 소멸시킨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발언을 했던 당원은 공개적으로 탈당선언을 했다. 일부 민주노총출신 당원들도 강령개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당의 성격을 결정짓고, 당원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일이 벌어진 지 한달이 지났어도 집단탈당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이미 개정된 강령보다 훨씬 멀리, 즉 사회주의는커녕,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문구 몇 개 보다는 현실이 훨씬 앞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번 사태이전에 진지한 사람들은 탈당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휴면당원이 되었거나, 조용히 당을 떠났다. 따라서 이번 민주노동당 강령개정문제에 당밖의 사람들이 냉소를 보내는 것이다. 이미 “김선동효과”, 야권연대 덕분에 총선 때 잘하면 지역구하나 떨어질 줄 모르는 로또 놀음에 맛을 들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강령을 민주당과 동일하게 바꾸어도 세상은 별로 놀라지 않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노동자계급의 정치의식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된 지 오래다.


노동자들의 선택은 사회주의 정당 건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지금 민주노총 한켠에서는 진보대통합을 위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나서서 통합진보정당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그러나 삼척동자도 알듯이 진보대통합의 결말은 민주당과의 야권연대, 총선에서 자리 나눠먹기, 자유주의자 대통령후보 밀어주기다. 그러면 노동자들의 대안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다시 반신자유주의 노동자정당인가? 천만의 말씀, 반신자유주의는 야권연대의 아교풀이 된 지 오래다. 노동자 정당? 노동자정당도 여러 질이라는 걸 우리는 최근에 목도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모순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학생들은 등록금투쟁을, 자영업자들은 SSM 반대투쟁을 하고 있고, 정리해고를 용납할 수 없는 희망의 버스는 전국의 고속도로를 휩쓸었다. 반자본주의 투쟁의 의제는 널려 있고 대중은 실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럼 결론은 자명하다. 자본주의를 갈아엎고 노동자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정당건설, 해방으로 질주하는 진정한 희망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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