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해방연대 “민주노총 혁신방안 토론팀”에서 전국의 해방연대 회원 동지들과 토론을 진행하면서 나온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민주노총 혁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현장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에게 제출하면서 보다 깊이 있는 토론과 의견이 도출되고 이것이 민주노총 혁신방안에 수립에 기여할 수 있기 바랍니다. (편집부)


과제를 제출하며

10월 초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구속은 민주노조운동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솔직히 민주노총 내부에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고 있었다는 것은 많이 인지되고 있었고, 상반기 기아차, 현대차 취업비리를 통해 심각하게 드러난 바가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의 핵심간부가 저지른 비리는 민주노총과 민주노조 운동 전체의 도덕성과 민주노동조합운동의 계급 대표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혔다. 이제 수년간 제기되어 왔던 “혁신”이라는 말은 모든 운동세력에게 회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집행부 사퇴과정에서 이수호 집행부가 보여준 모습과 비리사태 관련 시국토론회를 진행하였던 세력들의 이후 행보는 혁신에 대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수호 집행부는 사퇴과정에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문제를 정파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인 술수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총파업 사수 이후, 1월 총사퇴를 통한 조기선거’ 입장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이수호 집행부는 투쟁에 대한 책임성을 보여주겠다는 근거를 제시했는데, 지도부의 오류와 잘못에 대해서 ‘지도부 총사퇴’라는 방식으로 정화해왔던 기존의 민주노조 운동의 전통을 망각하는 것이다. 혁신의 한 방향으로 민주노조의 민주적 기풍을 다시 세워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수호 집행부는 혁신에 대한 진지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강승규 수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조직혁신위회의 위원장으로서 민주노총 혁신안 작성에 중심적으로 활동하였다는 점에서 이수호 집행부의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비리사태 이후 집행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강제하기 위해 시국토론회를 개최했던 세력은 사회적 합의주의세력 혹은 현 집행부를 인적으로 청산하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 세력은 9월 류기혁 열사의 죽음에 반노동자적으로 대응했던 현대자동차 현장조직 민투위를 시국토론회, 전국현장활동가대회, 비정규직 관련 실천단의 주체로 당당히 끌어들이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났다. 민주노총의 혁신은 특정 부위를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민투위와 같은 기회주의적 현장조직운동 또한 혁신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혁신은 지도부를 갈아엎는다고 해서, 또한 기회주의 세력을 척결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필수사항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연대와 투쟁의 기풍을 살려내고 단위사업장에서 다른 사업장 투쟁에 힘있게 연대하며 스스로의 투쟁이 다른 많은 노동자에게 평등과 연대의 기풍을 확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데 있다. 처지가 보다 어려운 사업장의 투쟁에 연대하고 근로조건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사업장의 투쟁에 연대하여 투쟁하며, 나와 우리 사업장만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만이 아닌 모든 사업장과 우리 노동계급 전체의 인간다운 삶과 궁극적으로 노동해방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기풍을 세우는 것이 민주노총 혁신의 실질적 내용이다.

민주노총 혁신의 핵심적 사안은 노동운동이 시대의 희망이 되고,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내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그 내적 역량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주의 노동운동 강화다. 자본과 가장 최근거리에서 대결하고 있는 노동운동으로서 자기계급의 본성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자기계급의 고유한 사상과 이념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사회주의 노동운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민주주의와 정치의식이 반드시 요구된다. 민주노총 혁신의 구체적 과제들도 바로 여기에 복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노총 혁신 과제를 거칠게나마 세 영역으로 정리했다. 첫째는 조직내부의 노동자 민주주의 강화, 둘째 지역연대를 강화하는 단일산별노조의 건설, 셋째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강화이다.

이글이 실천을 위한 기본적인 계획이나 사업틀의 모습을 갖추고 민주노총 혁신을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에 첫 출발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1. 노동자 민주주의 강화

2. 전국단일노조 건설, 지역중심 단일체계 마련

3. 사회주의 노동운동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