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JP모건 파트너스에 인수되었던 만도기계의 매각협상이 본격화되었다. 6,000억원에 인수를 하고, 무상증자를 통해 인수대금을 모두 회수해갔던 모건측은 처음에는 20억달러에 만도기계를 매각하려 하다 현대자본의 절묘한 꼼수에 밀려 매각대금이 7억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모건측은 그래도 고스란히 7억달러 이상을 벌게 되었다.

국제투기자본의 한국기업 헐값인수와 정부특혜, 그리고 매각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투기자본의 횡포에 대해 지금껏 정부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최근에 들어서야 외국투기자본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부설의 금융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투기성 외국자본의 문제점과 정책과제’라는 제목의 종합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전면 개방으로 아무런 견제도 없이 들어온 외국 투기자본들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면서 경제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며, “주요국들보다도 헐렁해진 ‘울타리’를 외국 수준 정도라도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최소한 미국처럼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땐 사후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조사하고 투자철회도 명령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간산업 및 핵심산업은 영국처럼 황금주 제도(주요 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주식)를 도입해 보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나선 총자본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대안이라는 것을 보면 국민경제의 안정성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외국자본의 경영권위협이나 국내자본 역차별에 대한 시정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비록 과도한 인력감소 문제를 들고 있으나 기술과 경쟁력의 핵심인 노동력의 보존이라는 측면을 주목하지는 않고 있다. 정작 이들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은 시장의 강화, 자본의 강화라 볼 수 있다.

부실자본의 처리과정에서 숱하게 팔려나간 기업들의 경우, 인수자본의 국적을 막론하고 국가가 주도한 사적자본 강화정책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대에 팔린 기아자동차의 경우, 12조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탕감해주고, 불과 몇천억에 현대에 인수시켰으며, 기업이 정상화되어 워크아웃을 탈출한 대우종합기계의 두산인수, 그리고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의 두산인수과정도 막대한 특혜였던 것이다. 그리고 외국자본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되었던 인력 감원, 핵심자산 매각, 고액배당, 무상증자에 뒤이은 유상증자 등을 통한 투자자금의 조기 회수 등의 문제는 자본의 국적과 무관하게 부실기업, 공기업을 인수한 국내자본에서도 똑 같이 행해졌던 것이다.


국제투기자본의 통제가 아닌 자본에 대한 노동자 통제의 강화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진보진영의 요구도 국제투기자본의 매매이익 환수문제, 외국자본의 지분제한 등 통제요구로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도 결국은 재벌을 비롯한 한국자본일반에 대한 통제로 확대되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에게 고용불안의 문제나 자원의 왜곡된 분배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요구는 자본의 국적에 따른 감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자본 그 자체로 통제대상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 이전에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투기자본의 이익을 사회적으로, 그리고 부실탈출을 위해 막대한 희생을 치룬 노동자들에게 환수시키는 요구는 필요하다.

프로축구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해도, 막대한 이적료의 상당비율을 선수가 배당받는 것이 관행이다. 몇 년 기업을 운영해서 거둔 시세차익의 핵심은 바로 기업가치를 높여낸 본사 노동자, 그리고 부품공급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공인 것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발전기금의 형식으로 사회적으로 환수하는 것과 동시에 본사 및 하청계열 노동자 기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금 등으로 적립하는 것 등이 주요한 요구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정의에 부합하고, 그 동안 내핍을 강요받았던 노동자들의 소득보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은 더 높은 요구를 향한 노동자들의 의식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 동안 대부분의 부실기업의 매각문제가 제기 되었을 때 정부지원을 비롯한 기업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음에도 이를 근거로 사회화요구-공기업화요구-를 전면으로 내세우지 못했다. 시세차익에 대한 분배요구를 실천함으로서 노동자는 자본이 거두는 이익은 사회에 귀속되어야 하고, 노동자와 사회적 통제에서 벗어난 자본은 반드시 사회정의에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의 횡포를 목도하는 매순간마다 사회주의자는 현장에서 “궁극적으로 완전한 노동자통제하에서만 노동자와 우리사회가 정의롭고 풍요롭게 될 수 있음”을 끈질기게 주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