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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역시 예외가 아니었던 과잉생산의 문제

2010/09/14 ㅣ 황정규

부동산시장의 적신호

8월 29일, 일요일 오전에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취지는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이다. 그 결과 나온 대책은 무주택자, 1가구 1주택자들에 대한 DTI(소득 대 부채의 비율을 지칭함) 규제 완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완화 2년 연장, 취, 등록세 감면 1년 연장 등 완전한 규제완화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빚내서 집사라고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부 대책이 나온 배경에는 이전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신규아파트 입주나 이사를 해야 하는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고, “미분양 적체가 지속되고 미입주가 늘어나는 등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근로자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주택 관련산업이 크게 위축되는 등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무색하게 올 3월 중순이후 수도권 집값이 계속하락하고 있고, 아파트 거래량은 수도권, 서울 모두 전년 보다 50% 이상 하락하였다.

주택가격의 하락과 거래 감소 등의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낮선 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집이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나라에서 이제는 재건축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으니 확실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부동산 시장의 황금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는 듯 하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거품의 몰락을 막아낼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가 아무리 거세다 해도, 근본적으로는 실물경제에서 파생된 이차적 폐악에 불과하다. 투기는 언제나 실물경제의 예견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주택부문의 과잉생산으로 더 이상 실물 부분에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기가 계속 유지될 수는 없다. 그동안 고수익을 바라며 부동산에 몰렸던 과잉자본은 새로운 고수익이 나는 곳으로 이동할 뿐이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아무리 부동산 부분을 지탱하려고 한 들, 갈수록 약발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결국, 정부든 민간이든 부채를 계속해서 확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채를 통한 부양은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부채가 계속 쌓여감에 따라 운신의 폭이 축소되어 간다. 일종의 부채의 덫이 존재한다.

가령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토목공사에 열을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정부부채의 증가에 기여할 뿐이다. 최근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토목공사를 들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는 100조원이 넘어서고 있다. 700조원이 넘는막대한 가계부채가 존재하는 실정에서, 일반 국민들이 언제까지고 빚을 지면서까지 집을 사고 경기부양에 일조하는 애국자로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국 경제와 부동산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문제가 경제적으로 중요하게 된 것은 일차적으로 주택부족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난은 비단 한국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도시를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키고, 과거에는 토지에 묶여 농업에 종사하던 생산자들을 토지로부터 분리시켜 도시의 노동자로 충원한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도시가 더욱 성장하고 도시에서의 노동력 수요가 증가하게 되기 때문에 도시의 주택난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

한국 역시도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도시로 인구가 유입되었으며, 초기에는 판자촌 등 열악하기 그지없는 주거환경에서 거주해야 하였으며, 이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택공급 계획을 추진하여 1970년대 250만호 주택공급계획, 1980년대 500만호 공급계획, 분당, 일산 등 5개 신도시 조성, 판교, 송파 신도시 건설 등을 지속적인 공급정책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1970년대 46.3%에 달했던 주택부족률이 극복되었다. 이러한 주택난 해소를 위한 계속된 주택공급이 부동산 시장이 상승대세에 놓이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와 함께 전후방산업 연관효과,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의 특성 상, 경기 침체 시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이용되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1조원의 건설투자 당 대약 2만 8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1조 9900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한다. 더욱이 한국은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9%에 달할 정도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경기침체 시 경기 부양책의 핵심이 되었다.

과잉생산 상태에 놓인 주택부문

부동산 불패의 핵심은 주택부문, 특히 아파트 부문이었다. 이러한 불패의 이면에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본주의 성장의 결과물인 근본적인 주택난이 놓여져 있었다.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부는 주도적으로 주택공급정책을 펼쳤으며, 주거지 조성은 택지 개발, 주거환경 개발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불패를 이끌 수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주택공급 때문에 이제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그 자체만 보았을 때, 2000년대 초반 100%를 넘어서게 되었다. 서울과 수도권만이 아직 90%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경제력이 집중된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라는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대도시를 제외한 여타의 지역은 심지어 주택 보급률이 140%에 달하는 지역까지 존재한다.

주택보급률 하나만 보았을 때에도, 왜 지방 중소 건설회사들이 파산 등의 어려움에 처해있고, 미분양 사태가 지방을 중심으로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미분양 사태는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어서, 작년 12월 1만 9천325채가 미분양상태에 있었다. 올 8월 중 준공 후에도 분양이 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5만1196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동산 붕괴조짐의 이면에는 과잉생산 상태에 놓인 주택부문이 내재해 있다.

공급과잉 속에서 정작 주거문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주택공급의 과잉 속에서 확인되는 것은 넘쳐난다는 주택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 서민들은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과잉생산 역시 일반적인 과잉생산 공황의 특징처럼,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고도 남아서 생기는 과잉생산이 아니다. 수치 상의 주택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살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주택부문 과잉생산은 철저히 자본의 입장에서의 과잉생산으로, 자본가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이윤율을 유지시키지 못하는 생산수준의 과잉을 의미할 뿐이다.

건설자본이 일부의 사람들만이 구매할 수 있고 돈이 되는 대형 아파트 위주로 건설한 결과, 수도권 악성 미분양 아파트의 75.6%가 중대형 아파트라는 사실, 실제 노동자, 서민들에게 필요한 주택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였다는 사실은 주택부문의 과잉생산이 지니는 자본주의적 본질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 자본주의는 아무리 많은 주택을 지어냈어도 정작 주택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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