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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어용노조 민주화의 열풍이 불고 있다
[인터뷰] 박사훈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버스본부 본부장

2010/09/14 ㅣ

1. 노동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 제가 처음 버스현장에 취업한 서울 송파구 소재 영동교통이라는 곳에서(참고로 영동교통은 박사훈 동지 등 당시 현장민주파들의 끈질긴 현장투쟁으로 인해 사업주가 스스로 파산신청을 해 회사가 없어졌다고 함.) 정년이 다된 나이 드신 조합원이 경미한 사고를 냈다고 새파란 관리부장이란 자가 “나이 처먹어 운전이 제대로 안되면 집구석에서 손주 새끼나 보지 왜 근무한답시고 남의 회사에 피해를 끼치고 지랄이야!”라며 차마 옆에서 듣기조차 민망한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고 그 작자하고 싸움이 붙었던 겁니다.
우리 아버지가 일찍(중 2때) 돌아가셔서 평소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탓인지 왠지 모를 친근감이 더했고 특히 그분은 당시 사번 1번의 최고참 어른으로 연배로는 아버지뻘이 되시는 분인데 그런 분에게 젊은 관리자가 욕지거리를 퍼붓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달라붙었던 거죠.
참 겁이 없었던 거죠. 입사 1년도 안된 것이, 현장에서 저승사자라 불리우는 하늘같은 노무부장님한테 엉겼으니… 아무튼 그날 그 노무부장이란 놈 나한테 엄청 맞았어요. 내가 소시적엔 좀 날렸거던. 지금은 이렇게 배만 불룩 튀어나와 꼴사납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싸움이 끝나고 “어짜피 관리자와 맞짱뜨고 잔뜩 두들겨 팼으니 회사는 다 다녔구나!”하고 사표를 낼 생각이었는데 선배 한분이 “절대 사표 낼 필요 없고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해 그때 비로소 근로기준법이 무언지, 노동조합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고 하루하루 신천지를 만난 듯 열심히 배우고 실천하면서 현장활동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 세월이 벌써 20년이 넘었구만요. 한 것도 없이…

2. 한국노총 내 노조민주화투쟁을 선도 하고 계시는데 언제부터 이 투쟁을 시작 하셨나요?

- 1987년 부터구요. 이후 현장에서 해고되고 1988년 결성된 ‘서울운수노동자협의회’(이후 버스노협, 민주버스 결성 등의 토대조직)에 조직부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입니다.
1997년 5월 1일 민주버스(현 버스본부의 전신)가 전국단위 소산별 노조로 출범한 이후에도 현장민주화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현재까지 열심히 조직하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3. 버스노조에는 노동자 자주관리회사가 운영된다고 들었는데 회사운영은 어떻게 하며 지역에서의 반응은 어떤가요?

-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4개 사업장을 소위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쟁취했구요. 사실 투쟁 초기부터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고 투쟁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맡지 않으면 회사가 그냥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짧게는 4-5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처절한 투쟁을 통해 쟁취한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완성된 기업은 없으나 모두 점진적으로 정상화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잘난 버스자본가들이 빈 깡통처럼 망해먹은 회사를 무식한(?) 노동자들이 정상화를 시킨건데요. 이러한 배경은 무엇보다 우리 노동자들이 정직하고 헌신적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출범 초기에는 소유, 경영, 노동을 철저히 분리해 혹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주도권 다툼의 소지를 차단해 운영했으나 지금은 자연스럽게 내부 논의를 통해 경영참여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고, 매월 경영설명회 및 평가회의 등을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지요.
한편으로는 외부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추대해 ‘자주관리위원회’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에 대해 일정부분 견제하도록 체계화 하고 있으며, 대구 달구벌의 경우 수년간 대구시민이 선정하는 ‘서비스평가 1-2위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지역 내 호응도 상당한 편입니다.

4. 노동자들이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한마디로 노동조합이라는 허울만 쓴 어용조직의 반 노동자적 행태로 고통 받다가 임금체불, 징계남발 등 자본의 직접적인 공격이 들어왔을 때 비로소 민주노총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5. 현재 전북과 광주지역의 투쟁 현황과 경과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해주십시오.

- 올 초 버스본부에서는 정기대대에서 ‘계속 유예되는 복수노조 시행을 더 이상 기대하지말고 공세적 조직화로 돌파하자!’는 결의를 한 바 있고, 이러한 결의와 실천으로 지난 5월 한달여간 전국순회선전전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그러한 선전전의 효과가 전국적으로 심상치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전북지역은 19개 사업장 중 10여개 사업장에서 민주노조 건설 열풍이 불고 있고 현재 7개 사업장이 버스본부 산하 지회로 조직화에 성공했고 최근 신규로 가입한 조합원만 천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광주지역 최대 사업장인 금호고속에서도 전북지역의 영향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가입 조합원이 늘고 있는데 현재는 약 400여명이 가입한 상태에 있고, 향후 광주, 전남지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이 지역 사업에 버스본부뿐만 아니라 운수노조와 공공운수연맹에서까지 결합, 지원하고 있으나 그래도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해방연대는 전혀 신경도 안 써주고 있고... ㅋㅋ

6. 지금은 노조민주화투쟁이 급선무지만, 궁극적으로는 버스 완전공영제 같은 투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무임승차를 전제로 한 완전공영제가 우리 버스조직의 궁극적 과제인 것은 물론입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조직화사업이 복수노조 시행과 맞물려 전국적 조직화가 일정정도 실현되면 소위 완전공영제 시행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관련 법률, 제도정비를 비롯해 필요예산 예측 및 확보대안, 구체적 시행방법 등을 연구하고 구체적 근거를 마련해 대정부 요구 및 투쟁을 통해 실현해야겠지요. 버스완전공영제는 대다수 노동자, 민중들의 전폭적 지지가능성이 높은 제도라 확신하고 있어 우리 노조의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7. 예전에 발통노조를 고민하고 계셨다고 알고 있는데 이제는 그걸 넘어서 버스, 택시, 화물, 지하철, 비행기, 선박, 철도 등등 돌아다니는 모든 업종을 통합하는 큰 그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본인의 고민을 듣고 싶습니다.

- 1993년경 운추위(운수노조추진위)때부터 10여년 이상을 각개 약진하다가 지난 2006년 소위 4조직(공공연맹, 버스, 택시, 화물) 통합에 이어 그해 12월 ‘공공운수 통합 대산별노조 건설’을 전제로 운수노조가 건설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통합대산별 건설약속이 일부 정파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표류하고 있고, 통합해도 부족했을 조직이 표류하는 동안 반동정권의 출현, 분열된 노동자 계급에 대한 자본가들의 탄압공세 등으로 우리 운수노조는 물론 공공노조까지도 존립위기를 느껴야 하는 참담한 지경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조직화와 싸움을 준비할 때 조합원들에게 “단결만이 살길이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지도부에 있다는 사람들은 계급운동과 이념의 기본인 ‘단결’을 정파적 이해 또는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되어 모두가 사지로 몰릴 때까지 주판알만 튕기고 있는 듯 보여 분노가 치밀 정도입니다.

8. 끝으로 요즘 민주노총이 맛이 갔다는 볼멘 소리가 현장에서 줄기차게 들려오고 있습니다. 물론 지도부도 문제가 있겠지만 자신감과 패기를 잃어버린 현장이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 이땅 노동자 민중들의 희망과 자부심으로 출발했던 민주노총 조직이 현재 얼마나 무기력한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대안 없이 민주노총을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 대중운동에 복무하는 활동가들의 고민일 것 같습니다. (저만의 고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주노총’이라는 비아냥을 걷어내고 자랑스러운 ‘민주노총’으로의 힘찬 부활의 대안은 무엇일까?
제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많은 동지들이 민주노총 조직의 가장 큰 위기 원인 중 하나가 연대의 기풍, 투쟁의 기풍이 사라진 것이라 진단합니다. 물론 이러한 근본 원인은 조합원대중에게 신뢰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지 못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급 조직 지도부의 책임이 큽니다.
자본과 정부의 탄압에 항상적으로 시달리고 사는 노동자 민중들을 향해 “인간답게 사는 평등한 세상, 노동해방세상 건설이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라는 전제하에 해방세상은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 우리는 이렇게 정치권력을 선점해야만 한다! 쟁취한 권력을 통해 이러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위해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당연히 계급적 연대와 단결을 강고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라는 힘찬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청산해야 할 굴욕의 역사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통 큰 단결, 헌신적 연대가 유일한 대안임을 모든 활동가들이 대중 앞에 나서서 몸으로 보여주고 모범적으로 실천해 조합원 대중들에게 먼저 신뢰를 얻고 동화되는 대중들이 확신에 찬 자신감으로 연대와 단결을 스스로 복원해야만 토대부터 튼실한 민주노총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넵!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