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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평가] 이제 이 땅에 노동자 정당은 없다

2010/06/11 ㅣ 김광수

각 정치세력들의 면면을 투명하게 보여준 지자체 선거

6.2지방선거가 접전으로 사람들 밤잠을 설치게 한 채 막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10년에 걸친 수도권 지배가 무너졌다. 비록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유지했다손 치더라도 서울과 경기 시, 도의회는 모두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야당이라곤 120명이 넘는 의원 중에 4명밖에 안된다고 경기도의회 민주노동당 광역의원의 자조 섞인 말을 상기하면 상전벽해의 지경이다.

이번 6.2지방선거는 선거결과도 흥미로웠지만 선거를 전후로 각 정치세력이 자기색깔을 아주 노골적으로 표출했다는 면에서도 흥미로웠다. 전교조 명단공개에 천안함 북풍몰이를 온 언론을 동원해 조성했던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우민쯤으로 여겼던 젊은 유권자들의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민주당은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색무취에 무기력하고 박력 없고 비전 없는 정치세력임을 드러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신자유주의라는 호랑이등에 올라탄 민주당은 노무현 집권기에 아주 빠르게 역사적 가능성을 소진했고, 그들이 뿌려놓은 신자유주의는 이 땅에서 부자들의 방종과 이권이라면 후안무치로 달려드는 저돌성을 온 사회에 제공했다. 서울시장선거에서 보여주는 강남3구의 몰표는 민주당이 뿌려놓은 씨앗을 한나라당이 야무지게 수확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정당으로서 역사적 가능성을 완전히 소진하면서 역으로 소부르주아적 기회주의로 연명했음을 보여주었다. 민주대연합 반MB전선의 귀퉁이에서 그들은 삥땅친 노자돈을 세며 즐거워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오락가락 행보로 민주노동당 보다는 떡고물이 적었지만, 같은 당임에도 심상정의 후보사퇴와 노회찬의 후보단일화 거부는 그들의 소부르주아적 동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중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패배는 소위 지도적 간부라는 자들의 거칠고 막되먹은 입방정으로 이미 예고가 되어 있었다. 이들의 막나가는 언행은 민주화 세대, 아니 민주화 대세를 매우 피곤하고 짜증나게 했다. 전교조 교사를 파면하고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마녀사냥에 나서는 막가파, 조폭정권에 대중은 허탈해 하면서도 약이 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대중투쟁의 성과 덕에 인간에 대한 존엄의식과 더불어 타인의 자유와 권리가 박탈당할 때 분노를 느끼는 정치의식은 꾸준히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 흐름은 대세이고 어쩔 수 없는 무게와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대중은 학습하고 진화하고 있다. 민심은 유장하고, 당들은 유장한 흐름이 일으킨 파랑에 가벼움으로 요동쳤을 뿐이다.

이제 이 땅에 노동자 정당은 없다

문제는 노동자 정당들의 퇴보다. 민주노동당은 2중대를 넘어서, 광한루 놀러가는 이도령 시중드는 방자꼴이 되었다. 민주노동당이 선거연합을 통해서, 의원이나 기초단체장을 늘릴 수 있었지만, 어느 노동자 표현대로 정치세력화하겠다고 10년 넘게 수만명이 쓴 당비를 한 순간에 날려 버렸다. 정말 살기 팍팍한 노동자에게 절실한 비정규직, 구조조정, 실업, 교육비 상승 등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제 목소리를 내놓지 못했다. 모든 것이 반 MB에 파묻혔고, 민주당이 어느새 슬그머니 자기들 주제로 삼은 무상급식, 북풍에 반대해 평화를 주장하는 정도만이 선거쟁점이였다. 진보신당은 쭈삣거리면서, 민주노동당은 당당하게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영향권하에 들어갔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게 피곤한가?

소위 진보정당들은 세계를 바꾸기 앞서, 세계를 해석하는데 실패했다. 경제적으로 곤궁해지면 민심이 흉흉해 지는 건 상식이다. 민심은 천안함을 이용한 북풍때문도 아니고, 이명박의 4대강 밀어붙이기 때문에 흉흉해 진 것이 아니다. 그런 이슈는 흉흉한 인심에 기름을 붓는 소재였을 뿐이다. 지금 현재 민심이라고 불리는 대중의 정서는 불안감과 피곤함이다. 특히 젊은 층이 그 정도가 심하다. 소위 야당정치한다는 사람들은 불만의 대상을 규정하는 자들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시절 좌파들이 득세해서 세상이 힘들어졌다고 떠들어댔다. 10년동안 수도권을 석권했던 논리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민주당은 MB의 독선이 모든 것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모두 한목소리로 말한다, MB때문이라고. 선거연합은 이런 상황인식을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그 넓은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를 강타한 2008년 11월의 금융위기는 MB하고 상관없는 일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신규취업자가 늘지 않는 것은 자본이 고도화되어서지 MB때문이 아니다. 이번 선거의 실제 쟁점이었다는 민생문제의 근본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노동자 정당도 폭로하지 않았다. 한명숙과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았다고 적어도 2년은 욕을 원 없이 먹을 노회찬도 고작 하는 이야기가 복지타령이었다. 군사독재의 종식과 더불어, 그리고 극단적인 지역감정의 퇴조로 역사적 종언을 맞은 한나라당이 살아남은 비책을 그 똑똑하신 진보진영들께서는 모른다. 불만의 대상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대중에게 죽일 놈을 찾아주는 것이 정치다. 이제 자본주의를 죽일 놈으로 지목하지 못할꺼면 노동이니, 평등이니 하는 말들은 애초에 꺼내지 않는 것이 예의다. 6.2지방선거로 시끌벅적하던 때, 한국사회 자살률이 OECD최고라는 통계가 보도되었다. 죽일 놈을 찾지 못하면 우리가 죽게 될 판이다.


→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대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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