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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계획경제는 계산을 너무 많이 할거라고요? 천만에!
「사회주의는 실현가능하다 - 그 미래를 그려본다」 (2)

2005/11/16 ㅣ <김광수>

“계획경제!” 그러면 사람들은 우선 사전에 소비를 예측해서 계산을 해야 하는 데, 수십만 개 재화의 생산량을 어떻게 일일이 다 계산할 수 있냐고 걱정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사람들의 선호도 늘 변화가 있는데, 그걸 다 어떻게 예상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 신발하나만 보더라도 사이즈나 색깔이 얼마나 다양한데, 그걸 다 어떻게 일일이 예측할 수 있냐는 말을 할 때는 계획경제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차라리 동정심을 느낀다는 표정까지 짓는다. 그러면 그런 우려는 정말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일까?


왜 계산 문제가 등장하나

계획경제에서 계산 문제는 항상 등장했다. 시장이야 일단 만들어놓고, 팔리는 것은 신의 운명에 맡기거나 인물 좋은 광고모델의 역량에 운명을 걸지만 계획경제는 생산이전에 미리 계산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한 사회가 필요한 재화는 얼마이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원료를 얼마만큼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계산은 계획경제에서는 기본이다. 소련이나 기존 사회주의처럼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계산을 할 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주거단위의 소비자위원회, 공장단위의 생산위원회들이라는 독립적이지만 상호의존적인 여러 개의 결정단위가 계산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계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은 인간의 욕구가 다양하고 변화한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의 욕구와 이에 따른 소비재 구매는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을 보통 갖는다. 실제 그러할 것인가?


소비자들의 욕구는 실제 변화무쌍할까?

인간의 소비생활을 100년 혹은 10년이 아닌 1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거의 변화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계획경제에서 계획의 단위를 1년으로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자본주의에서도 각 기업들이 1년 단위로 생산계획을 세우는데 아무런 어려움을 갖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샘표간장에서 일하는 유통담당자와 재고관리자, 생산부서장은 1년 계획을 잡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매출목표를 높이자는 경영자의 독촉이 아무리 매서운들, 이들은 간장 매출이 어느 해에 50%, 아니 10%라도 갑자기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월 몇 개의 간장이 팔리는 지 전년도의 기록을 바탕으로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재개발이 이루어져 아파트 단지가 2,3개쯤 늘어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소비량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정도의 변화에 따른 매출변동 역시 거의 정확한 근사치를 도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전환한들, 각 생산단위, 혹은 공장위원회가 연간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없다. 다시 말해 계산이고 자시고 할 이유가 거의 없다. 생산목표가 일정하므로 원료수급에서도 큰 변화가 따르지 않을 것은 매한가지다.


사람들의 선호변화에 계획경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게다가 소비자들의 관습은 어지간한 환경의 변화에도 끄덕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샘표간장을 먹던 사람이 몽고간장으로 자신의 취향을 바꾸는 것은 어지간한 결심이나 특별한 압박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대형마트에 차를 가져가서 1주일치 식료품을 한꺼번에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다. 대치동 주민이 라면값이 200원싸다고 목동에 있는 마트로 원정가는 일은 없다. 따라서 물건들의 지역별 분배를 교란시킬 수 있는 사람들의 선호는 거의 변함이 없다고 가정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리고 전국적인 규모에서 보았을 때 생산에 필요한 자원의 배분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건 두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되는데, 첫째는 한 개인이 소비하는 물품들의 구성이고 둘째는 선호하는 개별상품의 양이다. 즉 종로구 효자동에 사는 갑돌이가 1년에 옷 2벌과 라면 20개를 소비하는 데, 이것이 어느 해 갑자기 1년에 옷 10벌과 라면 2개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에 쌀 2말을 소비하던 갑돌이가 어느 해에 갑자기 10가마를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전국단위의 계획을 수립할 때도 복잡한 수식을 놓고 골머리를 앓은 경우는 의외로 적을 것이다.


그래도 다양한 선호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러나 사람들의 선호는 변해간다. 오늘은 계란후라이를 요리하는데, 식용유에 만족하지만 웰빙 바람이 불면서 그 선호가 올리브유로 갈 수가 있다. 이를 막아낼 도리가 없는 것이라면 대책이 필요하다. 사실, 사람들의 선호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원의 도덕적 마모(기계설비가 낡아서가 아니라 쓸모가 없어짐으로 해서 폐기되어야 할 때 이를 도덕적 마모라 한다)가 불가피하고, 이는 외부의 눈으로 볼 때 낭비임이 분명하다. 사람들이 올리브유만 먹는다면 거대한 식용유 정제시설은 어느 날 갑자기 고철덩어리로 변할 운명에 처할 것이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올리브 원료가 필요해지고, 올리브유 정제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올리브유 생산시설이 건설되는 속도보다 선호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불만을 가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가격을 통한 통제가 하나 있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추가시키는 올리브유 소비 증가율을 둔화시키기 위해 올리브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계획경제의 기본을 무상분배로 가정하고 있으니, 이 방법은 모순이 있다. 그러면 남는 방법은 토론과 동의, 그리고 설득이다.

소비자위원회는 올리브유 생산을 늘리자는 요구를 할 수 있다. 반면 식용유생산을 책임지는 생산위원회는 올리브기름 생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 혹은 원료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 혹은 시설을 변경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올리브유 소비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음을 설명하려 들것이다. 양자간의 타협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아마 해결책 중의 양 극단 중의 하나는 올리브기름과 옥수수로 만드는 식용유에 질 차이가 별 없으므로 올리브기름 생산을 할 필요가 없다는 식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올리브기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분간 식용유를 수출하고 올리브기름을 수입하자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중간에 올리브기름의 분배순위를 건강진단서(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등)를 첨부한 사람부터 하자는 타협책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나 소비자위원회와 생산위원회는 타협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계획경제를 위한 기술적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러면 자동차, 신발, 옷가지와 같이 똑 같은 모델이라도 색상, 옵션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 상품의 생산에 대해서 계획경제는 해결책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 궁금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땅 집고 헤엄치기다. 사실상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생산과잉이 만연해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본가들은 비용절감과 시장선호에 대해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엄청난 노력으로 발전시켜왔다. 물류관리시스템, 창고관리시스템의 발달과 매출관리프로그램의 발달덕분에 월마트같은 초대형 유통업체는 미국 전역에 있는 매장과 창고, 그리고 협력업체의 생산을 사실상 사전에 통제해 오고 있다. 매장 계산대 마다 설치되어 있는 바코드(POS시스템)인식기 덕분에 월마트는 현재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자동으로 업체들에게 발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하면 린프로덕션(한 조립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조립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기술로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주문생산을 실현했다. 소비자가 자동차의 색상, 모델, 옵션 등을 대리점에서 선택하면, 그 데이터가 곧바로, 주문서에 반영되고, 조립라인에 있는 작업자의 모니터에 나타나 정확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자동차가 조립된다.

주문생산이라면 이건 시장적 방식이 아니다. 실상 자본주의하에서도 전체 상품의 70%가 기업들간의 주문생산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많은 부분에서 주문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니, 순수한 의미의 시장은 극히 일부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고도로 발달된 시장, 즉 자본주의 국가일수록 계획경제를 위한 모든 제반 조건이 더욱 잘 갖추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계획경제에서 복잡한 계산이라는 미신은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기술수준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충분한 기술을 갖고 있다. 계획경제를 향한 문은 이미 활짝 열려 있다.


다음에는 경쟁이 없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비효율적인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사회주의는 실현가능하다 - 그 미래를 그려본다」연재를 시작하며

1. 사회주의 경제는 배급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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