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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경제대안

2007/05/03 ㅣ 성두현

1. 경제대안 제시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

97년 IMF사태가 발생한 이후 1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노동자, 민중의 삶은 파탄날 대로 파탄난 상태이다. 상대적 빈곤이 심화된 것은 물론이고 최저생계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절대적 빈곤층이 급속한 속도로 증가하였고 ‘빈곤자살’과 가족동반자살의 급증, 생계문제로 인한 이혼율의 급증과 가정해체, 버려지는 아이들의 급증이 사회의 일상사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사교육비부담의 증가와 계급간 교육비격차의 확대, 가난의 대물림 현상 등은 사회적 격차 확대를 구조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삶의 파탄 현상은 당연하게도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과 비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초기의, 불만과 원성의 대상에서 나중에는 저주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하게 된 것은 이들이 김대중정권에 이어 맹목적으로 신자유주의정책을 더욱더 강화함으로써 삶의 파탄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노무현,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이들이 집권이후 추구한 정책의 당연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2005년 4.30재보선이후 노무현,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진보세력에 대한 지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어지고 진보세력은 지지율에 있어서 오히려 열린우리당과 동반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과거역사나 현재의 정책으로 보아 열린우리당보다도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더욱 더 강화할 것이 분명한 한나라당은(각주1) 만약 집권할 경우 상황을 더욱더 극단적으로 악화시킬 세력이 분명함에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이다.

하나는 여전히 대다수 대중이 현재의 삶의 악화의 근본이유가 자본주의적 신자유주의구조조정에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동일한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다수 대중은 현재의 삶의 위기를 신자유주의적인 자본가세력전체가 야기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무능함이 야기한 것으로 여전히 인식하고 있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어떻든 이들보다는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이러한 왜곡된 현상이 발생하게 할 만큼 진보세력이 무능력하고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즉, 진보세력은 대중의 의식이 현위기의 본질에 대한 의식에 이를 수 있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폭로하는 데에서 실패해왔고 열린우리당과 자신의 차이점을 부각시키지 못하였으며 그 결과 열린우리당좌파수준의 정치세력, 똑같이 무능한 세력으로밖에 인식되지 못하고 열린우리당과 지지율에서 동반하락한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세력이 지금까지 보여준 실천으로는 이러한 결과는 필연적인 것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세력은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자본주의적 모순격화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반자본주의적인 정치투쟁을 전개한 적이 없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제기하는 의제에 뒤 따라다니면서 여기에 조금 좌쪽의 입장을 대비시키며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일부 부각시켰을 뿐이다. 노무현, 열린우리당의 정책+α정도의 정책이 실제의 민주노동당, 진보세력의 정책이었다. 대중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세력을 열린우리당좌파정치세력수준으로 인식하고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무능한 세력, 한나라당=무언가(?) 능력이 있을 것 같은 대안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민주노동당, 진보세력의 불분명하고 불철저한 태도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은 지금의 삶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대안을 갈구하고 이를 실천할 대안세력에 희망을 걸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 대중은 한나라당을 그런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매우 왜곡된 것이지만 현실이 그러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 필요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냉정히 인정하고 이러한 현실에 변화를 가져올 방책을 강구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현재의 노동자, 민중의 삶의 파탄이 자본과 자본가정권의 자본주의적 신자유주의구조조정의 결과임을, 인간파괴의 자본주의체제자체의 산물임을 대중들에게 명료하게 폭로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할 대안세력으로 왜곡되어 인식되고 있는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 똑같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찬성하는 세력일 뿐만 아니라 이들보다 더 악랄한 형태로 이를 강행할 세력이라는 것을 인내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폭로하여야 한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열린우리당보다도 더욱 빠른 속도로 삶의 고통을 악화시킬 세력이라는 것을 폭로하여야 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왜 자신들의 대안이 유일한 대안인지를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이러한 전망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한국사회의 미래전망을 둘러싸고 자본과 치열한 ‘전망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자본과 자본가정치세력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벗어나 이들의 전망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인 허구적인 전망이며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전망이 사회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임을 적극적으로 선전선동해야 한다.

이러한 전망을 둘러싼 자본과의 투쟁에서 현재 핵심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 경제대안이다. 삶의 고통으로 대중은 이 문제를 해결할 경제대안문제에 가장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연초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으로 나타난 것은 경제와 일자리이다. 10년이나 계속된 민생악화속에서 현재 대중은 ‘경부운하개발식’ 성장론처럼 극히 시대착오적이고 허구적인 대안에조차 기대를 가질 정도로 현실의 고통에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이다. 이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경제대안을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현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의 기초 위에서 제시하고 투쟁하여야 한다. 노동자, 민중에게 헛된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고통을 만들어내는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그 원인을 제거할 대안을 설득력있게 제시함으로써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현실의 모순과 그 극복의 방침을 명확한 형태로 폭로하고 제시하여야 한다. 이것이 대중의 열망에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적극적으로 답하는 길이다.


2. 한국사회 앞에 놓인 두 개의 길

1) 삶의 고통, 위기를 만성화, 심화시키고 있는 자본과 자본가정권

IMF사태 이후 자본과 자본가정권은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더욱더 악화시킬 태세이다.

IMF 사태이후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은 노동자, 민중의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였지만 이러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만성화하면서 노동자, 민중을 끝없는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위기의 돌파책으로 취한 자본가들의 정책이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내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정은 자본들 사이에서는 자본의 집중과정이기도 하였는데 자본의 재편과정에서 살아남은 독점자본들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급속한 속도로 IMF 이전 수준의 이윤율을 회복하였다(정성진의 [1997년 위기 이후 한국에서의 자본축적 경향]에 의하면 2000년 이윤율은 5.7%로 IMF직전 1996년 4%를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다른 측면에서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해 취한 임금억제와 비정규직화를 통한 임금삭감은 결국 경제 전체적으로 만성적인 내수부진을 가져왔다. 결국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 취한 착취의 강화가 가치실현의 위기, 생산된 상품이 팔리지 않는 과잉생산의 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는 다시 투자의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다. 자본가들은 막대한 유휴화폐자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투자를 회피하고 있으며 이 자본은 반복되는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현실의 위기와 함께 심각한 잠재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IMF사태 이후 자본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되어 이미 한국경제의 핵심부문이 초국적 제국주의 독점자본에 의해 장악되어 이들의 이해에 따라 한국경제가 언제라도 새로운 위기에 처할 위험성이 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만약 이들이 1997년처럼 자본철수를 시작하면 한국 경제는 이를 방어할 수단을 아무것도 갖고 있지 못하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자본과 자본가정권은 한사코 신자유주의정책의 강화를 통해서 새로운 위기를 돌파하려하고 있고 그 종합판이 한미FTA의 타결이다. 한미FTA를 통해 자본과 자본가정권이 노리는 목표는 경쟁의 강화를 통해 신자유주의구조조정을 한단계 더 상승시키고 미국경제로의 한국경제의 통합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한미FTA타결과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최근보고서에서 한미FTA의 전략적 활용의 제1항목으로 ‘경쟁에 의한 구조조정촉진’을 든 것은 자본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 보고서에서 언급하듯이 자본은 ‘한미FTA는 경쟁촉진을 위한 외부적 지렛대(External Leverage)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이를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가속화의 수단으로 활용할 태세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본이 새로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강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공세는 지금까지의 10년의 경험이 입증하듯이 위기를 더욱더 증폭시키고 노동자, 민중의 삶을 더욱더 파탄나게 할 것이 분명하다.(각주2) 이 과정에서 소수의 독점자본은 초국적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연합하여 자본축적에 박차를 가하게 되겠지만 사회의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 민중의 삶은 더욱더 비참하게 될 것이며 이른바 양극화는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2) 자본가들이 위기를 만성화,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 - 자본 자체의 한계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소비와 내수의 부진, 투자의 부진, 일자리문제 등에 대해서 자본가들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둔한 것은 아니다. 가령 경제관료, 부르주아경제학자, 언론 모두가 똑같이 내수가 문제이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들어가면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정책을 계속 강화하는 것만이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노동시장유연화’를 더욱더 강화하는 것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최선의 방책이고 이것이 내수의 진작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변하고 자본가들이 사업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현실은, ‘노동시장 유연화’로 일자리가 줄고, 노동자들의 소득이 감소해서 내수가 부진하며 사업하기 좋은 조건이 부족해서 자본가들이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유휴화폐자본이 존재함에도 투자해봐야 나중에 물건이 팔리지 않을 것을 자본가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임에도 말이다.

문제는 자본가들이 내수진작을 원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분배몫의 상승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렇게 되면 이윤이라는 자기의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비를 대폭확대해서 소득재분배정책을 획기적으로 실행하면 자본가들이 말로만 떠드는 ‘사회안전망의 확대’도 가능하고 내수도 회복된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몫이 줄어드는 세금인상과 ‘자원을 낭비하는’ 사회복지비의 확대를 결코 바라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의 요점이다. 모든 자본가세력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수진작을 말하지만 이들이 이 문제를 풀 수 없는 것은 이들이 자본의 모순과 자본의 한계-이윤을 위한 생산-을 결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3) 자본가들의 길 - 만성적 위기와 인간파괴로 가는 길

‘한미FTA를 통해 재도약을’이라는 자본가들의 슬로건은 ‘한국자본가들의 전망’을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망의 종착점은 신자유주의구조조정의 과거경험에서 볼때 현시점에서도 분명하다. 그것은 소수의 독점자본에게는 천국이겠지만 노동자, 민중에게는 말그대로 지옥인 그런 사회이다. 이른바 사회양극화는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사회구성원의 다수는 인간이기를 포기할 것을 강요당할 것이다. 미국경제로의 통합강화로 경제의 불안정성은 더욱더 확대될 것이다. 자본에 의한 노동자파편화전술은 더욱더 극악한 형태로 구사될 것이다. 요약하면 사회의 주인인 인간은 자본의 이해를 위해 파괴될 대로 파괴될 것을 강요당할 것이며 자본=주체, 인간=노예인 세상이 극단적인 모습으로 연출될 것이다.
위기 극복책으로 강행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오히려 위기를 장기화 만성화시키고 있는 현실은 한국자본주의가 50년대말~60년대초, 70년대말의 위기와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위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첫번째 위기는 박정희 군사독재의 종속적인 개발독재를 통해 수습되었다. 두번째 위기는 박정희 군사독재를 대체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파쇼적 억압의 강화와 개방화 정책에 의해 수습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자본가들과 정권이 유일한 극복책으로 강행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는 수습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 민중은 격심한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다. ‘한미FTA를 통해 재도약을’ 이루려는 자본의 계획은 자본가들이 현재 처한 옹색한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한국의 자본가들은, 지배계급으로서 사회를 통치, 지배할 능력을 급격히 상실해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피지배계급’에게 최소한의 삶의 조건조차 제공할 능력, 아니 능력이전에 의지도 없다. 이들은 수많은 동족이 곳곳에서 삶의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IMF사태 이후 급격히 확대된 자신의 몫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질 생각이 없다. 정반대로 이들은 위기의 최대의 희생자, 노동자계급의 이기주의가 현재의 위기의 주범이라는 뻔뻔스러운 주장을 반복하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이들의 지배가 가져오는 것은 위기의 만성화와 노동자, 민중의 고통과 비참함의 증폭뿐이다.

삶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망의 시대를 끝장내고 희망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제 위기를 증폭시키기만 할 뿐인 자본가계급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나서야 할 때이다.

4) 노동자계급의 길 - 인간다운 삶으로의 길

노동자계급이 나아가야 할 길은 인간파괴로 가는 자본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운영원리를 갖는 사회 즉, 인간존중과 연대와 평등이 핵심가치가 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현재의 삶의 고통은 사회전체의 부의 축적이 정체되어서 발생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각주3) 사회구성원전체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만큼의 부가 아직도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삶의 고통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자본과 자본의 이윤창출이 모든 것에 우선하면서 이를 위해 자본이 인간적인 삶을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자신의 지배를 위해 노동자계급과 민중 사이의 연대와 노동자계급내의 연대를 난폭하게 파괴하며, 사회구성원 다수를 소수를 위한 수단, ‘봉사계급’으로 전락시켜 사회적 차별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이 나아가야 할 길은 이러한 인간파괴의 자본주의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반동적 질서에 맞서 투쟁하여 이를 파괴하고 인간존중, 인간간 연대, 평등의 새로운 질서를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기본방향에서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다.


3. 사회주의, 진보세력의 경제대안 - 사회주의 지향의 과도적 조치

1) 인간존중, 연대, 평등은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당면의 경제대안을 강구할 때 철저히 구현해야 할 핵심가치이다.

인간존중, 연대, 평등은 자본주의와 자본가들의 이해와 상충한다. 이들 사이에 절충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최근논란이 되고 경제쟁점을 살펴볼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자본가들은 ‘민생파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성장에 박차를 가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자본가들이 인정했듯이 성장은 자본의 성장을 가져올 뿐이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지도 못한다.(각주4) 또한 자본가들은 성장을 위해서는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경쟁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효율성제고는 자본의 이윤율을 높이는 것일 뿐이며 이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해고와 비정규직의 확대, 노동강도의 강화뿐이다. 즉, 이 효율성제고는 인간가치의 하락과 정비례한다. 인간은 철저히 낭비되며 사회전체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다른 한편 자본이 성장하고 그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하여 인간으로서의 노동자들간 소통과 연대는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은 더욱더 파편화되고 서로 끊임없이 경쟁하고 소외될 것을 강요당한다. 자본가들은 현재의 사회적 불평등을 축소시키는 가장 빠른 길은 성장과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이럴수록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더 확대된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당면의 경제대안을 강구할 때 이점을 철저히 인식하여야 하며 일관되게 인간존중, 연대, 평등을 확대발전시키는 방책을 찾고 자본을 폭로하고 자본과 투쟁하여야 한다.

2) 인간존중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 보장과 최저생활의 보장

인간존중은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인간적 욕구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새롭게 추구해야 할 가치이며 이는 몇가지 수단만으로 일거에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존중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지체없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그것은 첫째,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과 사회구성원모두에게 최저생활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일자리의 보장

㉠ 안정적인 일자리의 보장

안정적인 일자리의 확보는 사회에서 한 인간이 그 가족과 함께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에서도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으며 요구해야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이 권리를 자본은 난폭하게 유린하고 있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 현시점에서 제기하고 투쟁해야 할 요구의 골자는 다음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대량실업의 주범, 정리해고제의 철폐
▶ 비정규직의 철폐, 비정규직 차별의 철폐
▶ 공공부문의 대폭적인 확대를 통한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 창출
­- 교육과 의료, 환경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한다.
- 보육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취학전 보육교사, 방과후 프로그램의 전면적 실시 등)
- 교육부분에서의 일자리 창출(유아학급교사, 교사수 2배증원, 일자리수급불일치문제를 해결하는, 취업을 위한 재교육프로그램의 실시 등)
- 의료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가정간호서비스개혁과 가정간호사의 대폭확대, 노인, 장애인사회서비스 확충과 간병인, 도우미의 확대 등)
- ­ 환경(생태보안관제도, 유기농 정부시범단지 조성 등)
▶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이 요구에는 당면의 고용문제에 대한 두가지 핵심적인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그 하나는 IMF사태이후 자본의 공세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급속한 비정규직화에 제동을 걸고 획기적인 비정규직철폐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한국경제는 자본과 시장에 맡겨서는 일자리문제가,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지점에 있기 때문에 사회가 의식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경제는 경제를 선도하는 전기전자부문에서 두드러지듯이 ‘고용없는 성장’이 일반화되었다.(각주5) 때문에 자본과 시장에 맡겨서는 일자리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자리를 사회가 의식적, 계획적으로 창출하는 방향으로 일자리창출 문제의 접근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시기이다.

㉡ 안전한 일자리의 보장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안전한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구조조정의 결과 노동강도가 급속히 강화되고 잔업이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동시간상한제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

최저생활의 보장

IMF사태이후 자본주의적 구조조정이 강화됨에 따라 실업, 비정규직화, 이혼 등의 원인으로 절대빈곤으로 전락하는 인구가 증가일로에 있다. 또한 교육비가 상승하고 노후가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용과 현격한 격차를 보임으로써 절대빈곤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차상위 계층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을 생각할 줄 아는 사회에서는 그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최저생활수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것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교육, 의료서비스, 주택이 무상 또는 무상에 가까운 비용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그러한 조건이 갖추어지기 전까지는 생존에 필요한 비용이 현금공여나 현물공여의 형태로 빈곤층에 제공되어야 한다.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최저생활이 어느 정도인가가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민중의 관심속에서 결정되고, 여기에 미달하는 계층을 현금 및 현물공여방식으로 해소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절대적 빈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략 약10조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되고 있는데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즉각적인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3) 사기업화, 시장지상주의가 아닌 사회적 소유확대, 사회적-계획적 조절확대방향으로의 경제운영의 근본적 전환

IMF사태를 전후하여 자본가와 자본가정권의 정책방향은 공기업과 공적부문을 사기업화하는 것과 맹목적으로 시장을 강조하는 시장주의로 잡혀졌다. 그 결과 핵심기간산업인 통신과 제철은 이미 완전히 사기업화했고, 일차시도했다 온전히 관철하지 못한 철도, 전력, 가스 등의 사기업화를 계속 획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 보험 등 미약한 공공사회서비스부문조차 사적영역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거의 맹목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치장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기업화는 실제로는 공기업을 초국적독점자본과 국내독점자본에 헐값으로 팔아넘기는 것에 불과하며 시장지상주의는 자본이 주장하는 효율성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부진, 투자의 부진, 일자리부족을 가져오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전세계적으로 한물간 신자유주의의 교리를 현실에 맹목적으로 적용한 결과이다.

현실은 오히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사기업화와 시장지상주의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경제가 운영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고도로 사회화된 생산에 맞추어 소유 역시 사적 소유가 아니라 사회적 소유가 되어야 하며 인간이 시장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산과 유통을 사회적, 의식적, 계획적으로 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철도, 전력, 가스의 사기업화는 중단되어야 하고 이미 사기업화된 통신과 제철은 다시 공기업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공기업화되는 부문에서는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통제의 도입으로 운영이 근본적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은행과 기간산업은 사회화되어야 하고 이 부문에서도 노동자통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로써 경제의 골간부문에서 사회적 소유와 노동자통제를 확립하고 이를 지렛대로 해서 경제전반으로 사회적 소유를 확대해가야 한다. 그리고 이들 부문들은 시장이 아니라 사회적, 계획적, 의식적 조절형태에 의해서 조절되어야 한다.

4) 인간존중의 자원분배를 통해 현재의 사회적, 경제적 침체의 악순환구조를 끊어내고 새로운 활력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윤율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 임금억제, 비정규직화를 통한 임금삭감, 실업의 확대⇒노동소득,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소비의 부진⇒판매의 부진, 이윤율감소⇒투자의 부진⇒구조조정의 강화⇒동일한 과정의 재반복

이것이 현재 자본이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침체의 악순환구조이다. 그리고 이 악순환구조는 앞에서 지적한 자본자체의 한계 때문에 자본은 벗어날 수 없다. 재도약을 이루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자본이 기대하고 선전하고 있는 한미FTA는 이 악순환의 구조를 더욱더 고착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구조는 노동자계급만이 끊을 수 있으며, 그것의 핵심은 인간존중의 자원분배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침체의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은 지난 10년간 자본을 위해 무참히 짓밟힌 노동자, 민중이 자신의 인간적 삶에 대한 권리를 당당히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 최저생활의 보장, 의료와 교육의 무상화, 생활임금의 쟁취, 사회적 소유의 확대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고 이것에 이어 인간존중의 자원분배요구를 가속화해가야한다. 이러한 요구는 소득재분배정책을 통한 소비, 내수활성화라는 협소한 수준의 조치요구를 벗어나는 것이 될 것이며 자본가계급의 성장이데올로기에 굴복하여 ‘진보적 성장론’을 진보세력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속물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될 것이다.

5) 변혁과 평화통일을 대비한 경제조치

미국경제로의 통합강화가 아니라 자주적인 대외경제관계다변화가 요구된다.

인간존중, 연대, 평등을 핵심가치로 하는 사회는 자본주의질서의 변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변혁은 자본주의세계체제에서, 특히 세계화가 고도로 진행된 현대자본주의세계체제에서 일국적인 단위에서 성공할 수 없다. 변혁은 일시적으로 일국이나 몇 개 나라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변혁이 일국단위로 머문다면 그 변혁은 제국주의세력의 공세앞에 패배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국제적 노동자연대, 동북아 노동자연대를 변혁에 필수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이 자본주의의 길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변혁에 우호적일 주변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제관계 강화가 변혁에 특별히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경제가 특정국가, 특히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유일 패권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자본주의로의 통합이 강화되는 것은 변혁에 여러 가지 난관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이를 반대하여야 하고 대외경제관계가 다변화되어 특정자본주의나라에 대한 의존이 강화되지 않도록 투쟁하여야 한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이 한미FTA에 반대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이것이다.

한반도평화체제구축과정에서 평화통일을 대비한 경제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이제 해체될 운명에 처해 있다.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체와 평화체제구축과정에서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새로운 질서의 구축이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투쟁해야 하며 평화통일을 대비해야 한다. 이 과제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정치적 과제를 지원하는 경제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진보세력은 궁극적으로 사회주의적 통일을 염두에 두면서 남한에 의한 자본주의적 경제흡수통합이 아니라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는 방향의 남북경제관계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적 자본의 투자가 중심이 되지 않고 정부나 공공부문이 북한경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고 평화체제구축과정에서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군축에 의해 조성되는 새로운 자원을 남한내 민중의 복리를 확대하는 자원뿐만 아니라 평화통일기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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