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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 [릴레이인터뷰(5)]
-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조합원 -

2010/06/11 ㅣ

[민주노조운동이 이제 위기 논쟁을 지나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전망을 상실한 채 방향을 잡지못하고 있다.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지도부 총사퇴를 몇 번이나 겪으면서 민주노조운동은 혁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혁신은 지체되었고 위기는 만성화되었다. 특히 지난해 직선제가 유보되면서 민주노총 임원 선거 자체가 상층 관료들만의 권력배분의 장으로 전락해버리면서, 선거 시기 '혁신'이라는 단어 역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만들어나가는 자의 것이기에, 관성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방법을 구하는 실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에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기관지위원회에서는 ‘민주노조운동,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실체와 그 원인, 해결 방법에 대해서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심도있는 릴레이인터뷰를 기획했다.

여섯 번째 인터뷰는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조합원을 선정했다.]


1.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실체와 원인) 지금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와 관련해서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위기의 실체를 좀더 구체적으로 관련시켜서 말씀해달라.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제대로된 민주노조운동은 3년을 넘기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90년 이후 자본가정권과 자본가계급의 탄압과 회유에 이슬비에 옷젖듯이 현장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민주조운동이라는 말을 꺼내기조차 부끄럽다. 문제는 자본가의 탄압과 회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속성상 노동착취와 이윤극대화를 위해 이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을 하고있을 뿐인데, 반면에 전세계가 노동자들에게 천부적인 권리로서 인정하고있고 심지어 헌법33조에까지 인정하고있는 노동3권을 지켜내고 자본가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노동자대중을 의식적으로 무장시키고 모범적 실천을 벌어나가야할 노동현장의 민주파 노조활동가들이 자본가에 투항하고 노조관료로 변절하여 노동자대중의 의식적 발전을 꺾어버리거나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8년9월부터 2009년1월까지 4개월간 이른바 미포굴뚝투쟁으로 불리어온 미포조선 사내하청 용인기업 복직투쟁에 정규직 현장활동가들의 연대투쟁을 두고 모범적인 연대투쟁 운운하였다. 민주파 현장활동가라면 그 대상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반대중이든, 차별과 억압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가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를 모범적 투쟁 운운한다는 것은 민주노조 운동이 얼마나 심각하게 무너져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 노동현장은 어떠한가. 미포굴뚝투쟁 당시 나는 정규직 현장대책위 소집권자를 맡았다. 투쟁종결 후 회사는 나에게 정직2개월의 징계를 하였고 노동조합도 나에게 유기정권5년의 징계를 하였다. 나와 같이 현장에서 함께 일을 하는 팀동료들은 수개월 동안 나를 비난하는 현수막 3장을 내걸었고 감시,미행,왕따에 시달려왔으며, 1년4개월이 지난 지금도 경찰, 검찰, 법원에서 4건의 조사와 재판을 진행중이며 몇일전에도 함께 현장에서 일을 하는 동료로부터 감시,미행 관련하여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 한마디로 비정규직과 연대하고 노동3권을 지켜가는 것은 태산을 옮기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이다


2. (위기 해결 기치로서 반자본주의, 해결방향으로서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의 발전) 위기의 원인 자체에 대한 진단이 나름 건강한 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도 공통된 것도 있고 동의되지 않거나 강조점이 다른 것도 있다. 관료주의 문제나 무늬만 산별 또는 지역연대약화는 공통된 반면, 민주노조운동이 반자본주의적 기치를 강화하고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은 아직도 충분한 대중적인 공감대가 부족해 보인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더 나아가 무엇이 사회주의 노동운동인가에 대한 인식 자체도 현재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에 부족한 게 현실 아닌가?

관료주의 문제나 무늬만 산별 또는 지역연대약화는 민주노조운동이 반자본주의적 기치를 강화하고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의 본질이기도 하다. 원인을 찿아야한다. 민주노조운동이 힘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본가정권 및 자본가계급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한통속으로 움직이는 어용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사상생을 외치면서 끊임없이 실리주의, 노사협조주의를 강조하면서 자본가의 이데올로기를 노동자대중의 뼈 속까지 파고들게 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위해서는 조직하고 학습하고 실천투쟁을 벌여나가면서 자본가의 이데올로기에 맞서야 하나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조운동이 반자본주의적 기치를 강화하고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대중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정치운동 주체들의 낮은 의식과 미약한 역량이 문제이다.


3. (조합주의 극복 방안)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조합주의적 활동이 그 관성화가 심하다. 그 이유와 극복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히 대공장 정규직 민주파 현장활동가들은 그 보수성이 극심하다. 87년 이후 대공장 정규직 조합원들의 경우, 실리주의에 빠져서 자신들만의 고용, 임금, 사내복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정규직 활동가들이 이에 편승하고 있지 않나?

대공장 정규직 민주파 현장활동가들은 그 보수성이 심각하다는 것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보수성이 심각하다면 그 정규직 활동가는 이미 민주의 탈을 활동가일 뿐이다. 민주파 현장활동가라면 조합원들이 자신들만의 고용, 임금, 사내복지에만 관심을 갖는 실리주의에 빠져들지않게 조합원들을 의식화시켜내기 위해 선동과 실천투쟁을 해나가야한다.


4. (지역연대 강화, 전국단일노조 건설) 지역연대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책들은? 지역본부 및 지역지부 강화가 지역연대 강화의 한 방안인가? 더나아가 현재의 산별 구조에서 전국단일노조로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기업별노조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데 산별노조를 한다고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지역연대강화든, 산별강화든, 전국의 단일노조 강화든 무너진 현장을 제대로 세워내지 않고서는 모래위에 탑쌓기일 뿐이다. 지난 2009년 미포굴뚝투쟁시 울산노동자대회와 영남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나는 당시 투쟁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오늘 이 집회에 천명이 모이고 십만명이 모이는 것, 이런 숫자는 별의미가 없다고 했다. 의미를 찿으려면 집회에 오신 동지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걸로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업장으로 가져가 자신들 사업장에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연대투쟁에 불을 붙일 때 오늘 집회 참여는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가면 된다. 나부터 아래로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5. (노동자 계급의 사상) 위기의 시절일수록 노동자 계급의 사상 투쟁이 더 중요한게 아니냐라는 판단이 든다. 자본주의가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상과 이데올로기에서 기본적으로 자본가 계급에게 밀리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활동가들이 사상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나는 노동자의 한사람으로서 자본주의 체제에 가장 억압과 착취를 당하고있는 노동자가 생산의 주체로서 권력의 주체로 등장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주의 전통, 특히 맑스주의 사상과 이론은 위기의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민중들에게 꼭 필요한 지혜이자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회주의 전통은 몰락한 현실 사회주의에서 반성적 교훈을 도출하고 환경과 여성 등의 현대적 문제에도 근본적인 해결방향을 제출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로 발전해야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나 자신부터 나는 사회주의자이고 사회주의정당을 건설하자고 당당하게 대중 앞에 나설 의식적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다. 나 자신부터 학습하고 준비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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