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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 [릴레이인터뷰(4)]
- 정재국 서울의류업노동조합 조합원 -

2010/04/10 ㅣ

[민주노조운동이 이제 위기 논쟁을 지나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전망을 상실한 채 방향을 잡지못하고 있다.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지도부 총사퇴를 몇 번이나 겪으면서 민주노조운동은 혁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혁신은 지체되었고 위기는 만성화되었다. 특히 지난해 직선제가 유보되면서 민주노총 임원 선거 자체가 상층 관료들만의 권력배분의 장으로 전락해버리면서, 선거 시기 '혁신'이라는 단어 역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만들어나가는 자의 것이기에, 관성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방법을 구하는 실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에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기관지위원회에서는 ‘민주노조운동,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실체와 그 원인, 해결 방법에 대해서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심도있는 릴레이인터뷰를 기획했다.

네 번째 인터뷰는 정재국 서울의류업노동조합 조합원을 선정했다.]


1.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실체와 원인) 지금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와 관련해서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위기의 실체를 좀더 구체적으로 관련시켜서 말씀해달라.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중에 하나가 현장 조직력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결이라는 대전제가 무너지면 투쟁도 없고 연대도 없다. 노동조합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임에도 굳이 ‘민주’자를 붙여 민주노조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민주’자를 붙인 것은 노동조합이 자주적이고 민주적일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위기의 원인 역시 왜 민주적이지 못하고 대중적이지 못하고 자주적이지 못한지를 파악하면 되지 않겠는가? 조합원들과의 관계가 비민주적이고, 자본에 예속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 대중에서 제외하고 한 것이 위기의 실체가 아닐까 싶다.
원인 진단이 과학적이라면 해결방법도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해법을 간단하게 말한다면 노동조합 운동이 원칙을 지키면서 발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발전보다는 변질되기가 더 쉽다. 상대는 사업장의 사장이지만 본질적으로 자본가이다. 모든 원인은 자본주의 근본 모순 때문이다. 근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의 사상을 습득하고 실천하면 된다.

2. (위기 해결 기치로서 반자본주의, 해결방향으로서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의 발전) 위기의 원인 자체에 대한 진단이 나름 건강한 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도 공통된 것도 있고 동의되지 않거나 강조점이 다른 것도 있다. 관료주의 문제나 무늬만 산별 또는 지역연대약화는 공통된 반면, 민주노조운동이 반자본주의적 기치를 강화하고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은 아직 충분히 대중적인 공감대가 부족해 보인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더 나아가 무엇이 사회주의 노동운동인가에 대한 인식 자체도 현재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에 부족한 게 현실 아닌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원인으로 전자(관료주의, 무늬만 산별, 지역연대약화)에 주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활동 경험이 많지 않은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언급한 관료주의, 무늬만 산별, 지역연대 약화 등의 문제는 활동하면서 가장 먼저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을 극복하고 나서 그 다음이다. 그 다음이 문제가 된다. 무엇을 위한 관료주의 극복인가. 무엇을 위한 무늬만 산별이 아닌 전국단일노조인가. 무엇을 위한 지역연대 강화인가. 결국 노동운동의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아직은 반자본주의 기치를 강화하는 것,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극복의 방향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이땅에서 해방 후 건설된 전국노동조합평의회(전평)의 강령을 보면 지금 말하는 사회주의 노동운동과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이땅에서 고작 60년 전의 일이다. 오히려 노동운동이 외면하고 발전하지 못한 채 변질되어서 그런 것이지, 적극적으로 실천했는데 안 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3. (조합주의 극복 방안)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조합주의적 활동이 그 관성화가 심하다. 그 이유와 극복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히 대공장 정규직 민주파 현장활동가들은 그 보수성이 극심하다. 87년 이후 대공장 정규직 조합원들의 경우, 실리주의에 빠져서 자신들만의 고용, 임금, 사내복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정규직 활동가들이 이에 편승하고 있지 않나?

나도 그런 경향이 있다.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너무 많지만 결국 왜 노동운동을 하는가라는 발본적인 고민을 해야한다. 민주노조운동이 조합원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어느새 자본주의 세상을 바꾸는 계급이 아니라 자본가 단체처럼 이익집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체 노동자 계급을 위한 노동운동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한다. 근본적인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것은 반자본주의 기치이다.
나의 경우, 학습을 통해서 새로운 노동자 사상을 채우는 것으로 극복하고 있다. 전국적 상황을 잘 모르겠지만, 현재 민주노조 활동가들 중에서 철저하게 학습하고 고민하는 모임들이 얼마나 있을까? 얼마 전에 서울의 한 유명한 사립대 학생이 “자본에게 훌륭한 부품을 공급하는 대학 공부를 거부한다”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우리도 노동자를 위한 사상을 공부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대기업 근처에도 가 본적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임금과 고용, 사내 복지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알고 있는 것은 그것 역시 노동자들이 투쟁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상당기간 그런 것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자본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으로 현혹될 수 있다. 결국 투쟁하지 않으면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공장 정규직 활동가들이 계급역관계가 역전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조합원들의 실리주의에 편승해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보수화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는 앞서 말했듯이 스스로를 전체 노동자 계급의 대표자로서 규정하고 민주노조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의 대변자로 협소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같은 한 사업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배신행위까지 스스럼없이 저질렀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곧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최근 그렇지 않은가.

4. (지역연대 강화, 전국단일노조 건설) 지역연대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책들은? 지역본부 및 지역지부 강화가 지역연대 강화의 한 방안인가? 더나아가 현재의 산별 구조에서 전국단일노조로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지역연대 강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과 공유 없이는 아무리 좋은 방법이 제시되어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말만 지역연대 강화지 현장이 무너지고 활동가들이 떠나는 상황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연대를 위한 기본 조건들(현장간부 육성, 활동가 재생산, 현장 및 지역 별 소모임 활성화 등)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한지 않을까 싶다.
전국단일노조는 그 방향과 목표, 그리고 문제의식은 맞는데, 아직 고민은 부족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답변하기가 조금 궁색하다.

5. (노동자 계급의 사상) 위기의 시절일수록 노동자 계급의 사상 투쟁이 더 중요한게 아니냐라는 판단이 든다. 자본주의가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상과 이데올로기에서 기본적으로 자본가 계급에게 밀리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활동가들이 사상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당연하게도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웃긴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도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천지사방이 자본주의의 놀이터가 되는 마당에 눈과 귀가 멀지 않은 이상 시나브로 그들의 사상에 포섭되기는 십상이다. 때문에 자본주의의 근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사상을 제대로 학습하고 실천해야 한다.

6. (사회주의정당 건설, 사회주의분파 조직) 민주노조운동의 미래와 사회주의 정당 건설이 동떨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반자본주의 기치 강화,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두 과제는 동일한 해법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 차원에서 사회주의정당건설을 위해서는 기존의 현장파가 아닌 사회주의 분파로서 자기 정체성과 경향성을 갖는 흐름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하지만 당연하고 동의한다고 해서 쉽게 사회주의 분파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존에 흩어져 있는 것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저항할 것이고 반대할 것이고 탄압할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60년 전에 우리의 노동 선배님들이 했던 것을 복원한다고 하면 조금은 위안이 된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나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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