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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파산 - 그 대안은 케인즈주의인가?

2008/10/25 ㅣ 이두헌 전국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정치위원장

* 기고글은 ‘해방’ 편집부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은행업무의 거대한 확장으로 말미암아 특히 독일에서는 은행이 점점 더 주택저당채권(mortagage)의 보유자가 되고, 이들 은행의 주식과 함께 토지의 궁극적인 소유권이 증권거래소로 이전되는데, 이것은 토지가 채권자의 수중에 떨어지면 더욱 그러하다.” (엥겔스, 1895, ‘증권거래소’)

“영국과 프랑스의 토지도 증권거래소의 수중에 떨어지는 시기가 곧 올 것이다” (맑스)

토지와 주택의 소유와 저당권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 일이지만, 이미 100여년 전에 엥겔스가 현재의 탐욕스런 고도금융체제가 어떤 모습을 띄는 가를 예언하였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파산하여 2,000억달러의 구제금융 결정이 내려진지 일주일 만에,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였고,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인수 합병되었으며, 헤지펀드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본 월가의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는 이미 300억달러의 정부 구제금융이 투여되어 주당 10달러에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인수되었다.

금융위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영국과 독일의 상업은행들도 잇따라 도산하기에 이르러,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금융공황의 위기까지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은 현재의 금융위기 상황을 “미국에서 1929년의 대공황 이래 가장 거대한 금융위기”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로써, 파이낸셜 타임즈의 마틴 울프는 이번 금융 위기는 시장주의의 파산이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2008년 3월 14일 금요일을 기억하라.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꿈이 사망한 날이다. 30년 동안 우리는 시장 주도의 금융시스템을 추구해왔다. 베어스턴스를 구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 통화정책 책임기관이자 시장자율의 선전가인 FRB는 이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다”

또한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해 세계 주요 언론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미국 금융위기는 일개 은행의 실패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이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
“미국 금융기관에 영원한 변화가 생겼다”(불룸버그)
“로널드 레이건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파이낸셜 타임즈)
“미국 금융자본주의가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월스트리트 저널)

이런 금융위기에 대해 자본주의 국가와 지배계급은 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 등 유례없는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다. 이는 그린스펀이 말했듯이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공황으로 갈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순

한편 자유주의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많은 진보진영조차도 국가에 의한 자본통제와 금융규제 강화만이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뻔뻔스럽게 말하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1929년 대공황을 반복하는 것인가의 여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케인즈주의적 처방 같은 과거를 향한 논의에만 매달려 있다.

또한 이들은 케인즈주의적 확장정책과 개입정책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즉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의 대립구도 속에서 신자유주의 금융화, 금융의 세계화가 현 위기의 본질이라고 파악하여 케인즈주의를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런 대안은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한 자본축적의 동학과 모순, 역사적 성격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들을 무시한 것이다. 즉 자본주의의 공황 문제는 단지 금융시스템의 변화나 규제강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독점자본주의의 고유한 모순이고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법칙인 것으로,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넘어서야지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또는 유효수요 창출정책이 생산과 소비간의 자본주의적 모순을 극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국가가 유효수요를 보장하기 위해 재정적 지출을 할수록 자본은 이에 비례하여 생산을 더욱 더 증대시킬 것이기 때문에 과잉생산은 늘 존재하고 갈수록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은 1970년대 공황으로 나타났고, 90년대 말 동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현재의 금융위기로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등장

1930년대 대공황 이전에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조절한다고 생각하여 국가의 개입을 배제하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관이 지배하고 있었는데, 1930년대 대공황으로 파탄을 맞았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적 생산에는 생산과 소비 사이의 모순, 즉 항상적으로 존재하는 과잉생산이라는 고유한 모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케인즈 경제학이 등장하고, 국가가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케인즈주의는 국가의 개입, 복지국가, 개발(development) 등이 주요 개념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70년대 초반까지 자본주의를 구제한 것은 케인즈주의가 아니라, 인류역사상 최대의 재앙인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그때까지 축적되어왔던 생산을 일거에 파괴함으로써 1960대 후반까지 자본주의의 장기호황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사실 1930년대 이전 자유경쟁적 자본주의 시대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인 생산과 소비의 모순관계에 개입을 해서 자본의 축적을 도와왔다. 그것이 대공황을 계기로 좀더 대규모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모순이 국가개입에 의해 일정부분 완화된 효과가 소멸하여 1970년대에 들어서자 위기가 다시 전면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전면적 위기가 다시 발생하고 상존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런 위기의 상존 하에서 등장한 것이 통화주의자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자들이었고 반케인즈주의, 국가개입 배제, 규제완화를 들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의 국가개입 배제는 기만이고 거짓이었다. 과잉생산이 일반화, 일상화된 지금의 자본주의체제하에서는 국가가 재생산과정에 전면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즉 국가가 대규모의 유효수요를 창출하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로 레이건 대통령정부의 재정적자가 취임 당시에는 200억달러 정도였지만, 퇴임할 때는 무려 10배가 증가한 2000억 달러를 넘게 되었다. 즉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적 재생산 과정에 국가의 개입이 배제된 것이 아니라 군사적 수요를 창출하여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모순을 극복하여 왔던 것이다.

즉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적 노동타협적 복지적 국가독점자본주의로부터 신자유주의적 반노동적 군사적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방향과 내용을 바꿨을 뿐인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국가의 개입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수반하며 국가의 개입 방향이 복지나 개발이 아니라, MD(미사일 방어망), 테러와의 전쟁, 악의 축 규정 등의 군사적 수요창출로 바뀌었을 뿐이다.

어떤 운동과 투쟁인가?

지금의 금융위기도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모순이 폭발하는 과정으로서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논의들이 수요와 소비 촉진을 위해 다시금 케인즈주의에 경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를 구원하기 위해서 현재의 금융위기 극복논의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의 실제 모순을 지적하고 그것이 가져온 대재앙을 대중들에게 알려내야 한다. 또한 대공황 국면에서 희생되는 노동자 민중들을 보호하고 신자유주의의 허구를 밝혀내는 선전운동을 전개해야 하고,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인 이명박 정권의 허구를 노동자 민중에게 밝혀내는 선전을 하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신자유주의를 폐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의 모순관계를 일시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케인즈주의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신자유주의의 대재편 과정이라는 중요한 위기의 국면에서 우리는 가장 빈곤한 계층을 위해 그들을 방어하기 위한 운동을 하여야 한다.

이 기회에 독점자본의 이윤과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하여야 하며, 국가독점 부문에 대한 대중들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의 사유화 반대, 교육과 의료의 민영화 반대 및 대중개입 강화 등의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실화된 금융기관은 국유화하여 이번 기회에 금융의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주택대출로 피해를 볼 많은 서민들, IMF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공포감에 쌓여있을 많은 평범한 대중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을 건설사, 금융사를 구제하는데에 사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공공기금 또는 공적자금을 통해 공공주택, 서민금융 등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본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동에 대한 공격을 더욱 폭력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고, 어쩌면 극단적인 계급투쟁의 장이 전개될 수도 있다. 모든 위기는 새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세력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활용하여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오히려 그들의 보호장벽을 높고 견고하게 쌓을 수 있는 그런 대안적 작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모든 노동자들이 다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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