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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기이다

2008/10/10 ㅣ 정기우

케인즈주의는 신자유주의로 대체되었나?

심각한 경제상황에 직면하여 각종 언론들과 학자들은 미국중심의 금융질서, 신자유주의가 이제 몰락한 것이라는 주장을 마구 쏟아내고 있으며, ‘국가’의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 10년 전 IMF 위기를 맞으며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위기이기 때문에 국가 중심의 케인즈주의가 복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현재 위기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대안이 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여전히 케인즈주의의 시대였다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를 대립적인 것으로, 자본주의의 서로 다른 단계로 파악하지만, 실제로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케인즈주의는 1970년대 말 신자유주의의 핵심이라는 통화주의에 밀려난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상 21세기 들어서까지 세계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방법은 케인즈주의의 발상이었다.

1929년 대공황을 겪으면서 케인즈가 주장한 것은 과잉생산공황 시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인위적인 수요확대로 저지한다는 발상이다. 케인즈는 이 인위적 수요확대의 방식으로 재정, 금융정책을 제안하였다.

1970년대 심화된 위기로 케인즈주의의 한계가 드러나자, 통화주의자들은 금리인상 등을 통한 긴축정책을 주장하였다. 실제로 통화주의자의 정책은 1979년 당시 연준 의장인 폴 볼커에 의해서 실행되었다. 그러나 볼커의 긴축정책은 오히려 더 큰 전세계적 경제위기를 야기하였을 뿐이다.

이후 레이건 정부는 군비지출 등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케인즈주의적 방식으로 미국경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90년대에는 전통적인 정부의 재정, 금융정책으로 경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자본가계급은 신용을 확대하여 과잉생산상태를 막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자산효과를 노린 주가거품, 부동산거품과 결합한 신용팽창, 가계부채의 확대를 통해서만 미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유지될 수 있었다.

90년대 이전에는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재정적자라는 수단으로 메웠다면, 90년대 이후에는 재정적자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확대되자 신용확대를 통한 부채로 메우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시대의 세계경제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케인즈주의적 방식으로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가개입 확대가 해답일 수 없다

케인즈주의가 신자유주의로 대체되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보니 나오는 것이 시장중심의 자본주의적 체제가 국가주도, 국가개입의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 또한 환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국가의 경제개입력은 약화된 것이 아니라 개입의 방식이 변화하였을 뿐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국가의 개입없이 자본가계급이 위기를 이겨내기 어려웠다. 그 대표적인 예는 신자유주의 도입 초기인 김대중정권 당시 정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장지상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김대중정권은 빅딜, 구조조정, 민영화, 정리해고 도입 등 적극적인 국가개입을 하였으며, 2001년 미국발 경제위기 시에도 적극적인 적자재정을 펼친 바 있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98년, 2001년 연준 그린스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공황의 발발을 잠시나마 저지할 수 있었다.

현재의 위기는 국가의 개입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개입, 그것도 철저하게 자본가들을 살려주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개입이 뭔가를 바꿀 것이라는 생각은 허황된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20세기 초반 자본주의는 전반적 위기상태를 겪으면서 체제유지를 위한 자구책으로 케인즈주의를 도입하였으나 20년이 못가서 다시 위기상태로 전락하였다. 그리고 케인즈주의에 신자유주의를 덧붙여 착취와 이윤추구를 노골화하였지만 이마져도 실패한 채, 다시 체제의 전반적인 위기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자본주의를 유지해보자고 취했던 케인즈주의, 신자유주의도 결국 전반적 위기라는 체제의 쇠락과정을 저지할 수 없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국발 세계공황은 자본주의 체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위기로,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극복 외에는 백약이 무효하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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