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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명박에서 반자본으로 촛불민심을 진화시키자

2008/07/12 ㅣ 문창호

7월5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정국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7일에 이명박정권은 3명의 장관만을 교체하는 소폭개각을 실시했다. 6월10일 최대 촛불시위를 앞두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각이 총사퇴한 후, 내각개편 문제를 한 달 가까이 끌다가 나온 결론이다. 촛불이 더 이상 겁나지 않는가 보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일 국회 개원을 합의했다. 반면에 시청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이었던 종교인들은 일주일 만에 자진해산했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집중집회만 주최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리의 정치가 위축되고 정치권으로 정국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6월28,9일의 대중은 차벽을 넘기 위해 줄로 끌어당기고 소방호스로 물대포를 쏘아대며, 분노를 저항으로 표출시키고 자발적인 행동과 연대를 창조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촛불시위는 퇴보하고 말았다. 귀를 막은 이명박정권에게는 전혀 힘을 쓸 수 없음을 대중 스스로 인식했던 거리행진이 다시 반복되었다. 그리고 7월5일 시청광장으로 모여든 거대한 대중은 주체측의 방기로 인해 방향을 잃고 표류해야 했다. 표출되지 못하는 분노와 억압된 자발성은 결국 사그라지고 만다. 이것이 지금 거리의 정치가 위축되고 있는 이유이다.

촛불시위의 긍정점과 한계, 중간계급적 성격

지난 5월2일 여중고생이 중심이 된 첫 촛불집회가 열린 이후 두 달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쇠고기 촛불시위는 유례를 찾기 힘든 진정성과 지속성, 책임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함께 보여준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조성, 역동성은 더 많은 이들의 행동과 상상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촛불시위는 ‘국민에 반하는 정책에 대해서 시민들이 직접 반대하고 자발적으로 행동하기’의 정치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어떤 정권도 촛불시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으며, 촛불은 당장은 약해질지 몰라도 언제든지 다시 타오를 것이다.

반면에 촛불시위는 부정적인 한계 역시 드러냈다. 촛불시위는 광우병 문제로 시작됐지만 대운하, 교육시장화, 물·전기·가스·의료 사유화 반대와 언론장악, 물가폭등 규탄으로 의제를 확장해왔다. 이러한 의제확장은 촛불시위의 동력이 단지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만이 아니며, 민생불안으로 인해 대중들이 경제문제에 민감해져 있었고, 민생불안을 심화시키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촛불시위를 통해 터져 나왔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작 노동자계급에게 있어 가장 심각한 경제문제랄 수 있는 비정규직, 실업, 노동탄압 등과 이랜드·기륭전자 등의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는 거의 제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촛불시위를 통해 표출된 의제, 불만이 선택적·제한적이고 중간계급적 성격을 지님을 의미한다. 촛불시위의 중간계급적 성격은 특히 자유주의자들이 제기하고 주도한 의제인 언론장악 저지를 위해 촛불이 KBS로 향했을 때 가장 두드러졌다.

정권의 폭력에는 민감하지만 자본의 폭력에는 둔감한 촛불시위

촛불시위의 중간계급적 성격은 친노 성향의 인터넷카페들이 주도하고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사회집단들이 선도했던 촛불시위의 형성과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촛불시위의 중간계급적 성격은 현재까지 극복되지 않고 있고, 이는 노동운동, 민중운동 진영의 촛불시위에의 기회주의적 결합에 기인한다. 민주노총, 진보정당들, 한미FTA저지 범국본을 꾸렸던 단체들 등은 촛불시위에 결합하면서 노동자계급의 현안을 선동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자신들이 지난해에 그토록 투쟁했던 한미FTA 반대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회주의적 태도는 이들이 자유주의자들과의 분리와 촛불의 정치적 분화, 촛불에 대한 사회여론의 분화를 두려워하고, 촛불시위에 무비판적으로 영합한 결과이다.

한편 촛불시위는 자본주의 모순 심화로 인해 퍼져있는 사회경제적 불만이 그 원흉인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정치리더십에 대한 반대로만 왜곡되어 분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생불안의 심화는 이명박 개인의 독선과 아집으로만 환원되고 있다. 반이명박 정서의 과잉과 반자본 정서의 과소는 실제에서의 자본의 더한 폭력성과 정권과의 유착에 대비하면 모순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왜곡된 의식 즉 계급의식 성장의 지체가 촛불시위가 우리 삶의 실질적인 개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사회주의자와 변혁적 활동가들은 촛불시위의 한계와 이 한계를 자아내고 있는 원인들 즉 기존 운동진영의 기회주의적 결합과 계급의식 성장의 지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가야 한다. 한미FTA 반대민심을 살려내고, 대한민국 1%를 위해 국민의 생명권을 팔아버린 이명박정권의 자본가적 성격을 폭로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실업 문제 등을 의제화시키고, 이윤을 인간보다 우선하는 자본주의가 이들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음을 폭로해야 한다. 우리가 주관적으로 촛불시위의 방향을 제시하고 끌고 가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하지만, 한계에 갇혀 있는 지점을 진정성과 지속성, 책임성을 갖고 돌파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촛불시위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진정성, 지속성, 책임성이 결합된 투쟁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라는 것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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