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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서 운동권들은 왜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했는가?

2008/07/12 ㅣ 방세진

광우병 정국-촛불집회의 성격을 무엇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중층적인 성격들이 혼재되어있기 때문이다. ‘범민주개혁-노빠 프레임’이 될수도 있고, ‘신자유주의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 ‘새로운 정치문화, 생활정치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지금 한국정치를 흔들고 있는 이 상황은 남은 이명박정권의 임기인 4년반의 정치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정국에서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우는 좌파, 사회운동 세력들이 얼마나 대중들과 상호소통을 잘하여 자신들의 정치를 확산시키느냐에 있다.

주변에서 촛불집회를 바라본 몇 운동권들의 말은 공히 다 “발언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재기발랄하다” 등의 표현으로 촛불집회문화에 대한 호감, 혹은 문화적 충격을 이야기한다.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그 오랜 기간 동안 운동권에서 부지불식간에 운동짬밥먹은 이들만이 마이크를 독점하면서 집회를 오염시켜왔다는 것, 그래서 그동안 시민들의 분출하는 언로를 억압해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게 운동권이 분출하는 대중의 언로를 막아왔으니 실제 집회에서도 광우병 쇠고기, 한미FTA ‘괴담’의 원조 생산자들인 운동권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운동권들이 민주주의와 집회시위의 사회학에 대해 조금 더 안다고 해서, 대중이 그들의 주장을 크게 신임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현재의 광우병 정국은 분명 신자유주의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대중의 인식은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들은 대중과의 접합지점을 살리면서 대중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능동적 토론을 제기해야하는데, 오히려 문화적으로 10년은 뒤쳐져있는 좌파들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기란 곤란해 보인다. 실제로 참석한 집회에서 평범한 시민, 여중고생들의 발언과 사회운동단체의 활동가가 발언하는 것을 견주어보면 확실히 시민들의 발언이 정교한 맛은 떨어질지언정, 훨씬 더 재미있고 신선하며 활력이 차있다. 사회운동단체에서 나온 활동가들의 발언에서는 그런 활력이 없다. 특히 몇가지 정형화된 수식적인 표현들은 무척 거슬린다. 음절단위로 탁탁 꺽이는 스카카토가 인상적인 목소리로 “자본가 정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욜씸히 투쟁하겠습니다~ 뚜쟁~”으로 끝나는 발언이라든가, 바뀌지 않는 몇가지 8박자구호를 외치는 것들이 오히려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오히려 대중들은 거리에 나서면 훨씬 더 상큼한 상상력의 구호나 피켓으로 무장하고 나서는데 말이다.

브라질의 진보적 교육학자인 파울로 프레이리와 민중신학자인 프레이 벳투 신부와의 대담집이 [인생이 학교다, 분도출판사]라는 소책자로 출간된 적이 있다. 그중에 인상깊게 읽은 대목들이 있는데, 요즘의 정국에서 운동권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는 듯하여 소개한다.

“특히 정확하고 정밀하다고 말하는 특별한 지식을 가진 엘리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자세는 오로지 유식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임을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 처음부터 구체적인 문제에 접근하면서 구체적으로 토론하였으면 효과는 더 컸을 것입니다.” - 파울로 프레이리. “대중의 이해와 관심을 해석하려던 태도를 바꾸어. ...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데에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대중을 해석하는 언어나 논리는 대중의 언어와 논리가 아니라 지성인인 우리의 언어와 논리였습니다. 지성인들이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대중의 생활상과 이해 및 관심에 집착하였으나 지성인들의 해석이나 논리는 대중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의 것이었습니다.” - 프레이 벳투.

프레이리의 현실변혁을 위한 의식화 교육은 ‘학생들은 참을성있게 귀만 기울이면 되는 객체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변혁적 의식화는 대화를 통해 더욱 고양되며, 교육자와 피교육자간의 동등한 지위의 대화는 객체를 주체로 변화시키고, 억눌린 자를 해방시키는 의식화의 수단이다. 좌파들도 대중의 언어를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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