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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직장위원회 건설로 공황의 시대에 인간다운 삶을 지켜나가자

2008/10/25 ㅣ 김광수

다가온 IMF사태의 살벌한 추억

미국발 금융공황이 이제 금융에서 유통으로, 생산영역으로 확산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의 주택거품이 꺼지면서 담보대출 부실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7,000억달러를 퍼부은 미국정부의 노력에도, 그리고 나중에는 은행들의 국유화마저 서슴지 않았음에도, 공황의 망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나라들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공황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 이 나라에서 공황이 현실화되고 있고, 이미 고환율에 매출격감으로 도산하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내년 들어서 각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인원조정에 착수한다면 IMF때의 대량 해고사태에 버금가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첫 파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맞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귀족노동자들이니, 집단이기주의니 하는 조리돌림을 당하면서 임금삭감에 나중에는 정리해고를 당할 것이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도, 철밥통이라는 공무원마저 이를 피해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저승사자가 문앞에서 초인종을 바라보며 손을 비벼대고 있다.

노동조합은 과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노동조합은 어느 때보다도 심한 압박에 놓이게 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우니 자제하라는 식의 시답지 않은 훈수에서부터 급박한 사태에 대비해 먼저 손을 보려는 노무관리의 대상으로, 노동조합은 자본과 정권의 표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측면으로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촛불투쟁에서 주변화된 이후 이렇다 할 주동성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노동자 민중의 계급적 대표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없다.

그래도 이럴 때는 믿을 게 노동조합뿐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단위노조에서는 전국센터만큼 권위가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이야기고, 고용위기가 현실화될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박탈감과 의구심은 점점 커질 것이고,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연대의 구심이 아니라, 역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전 위원장 정갑득 씨가 말한 대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쿠션이라는 말이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순간,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를 통해 비굴하게 자리를 지키는 일이 벌어진다면,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해고를 자행한 자본보다도 더 원망스러운 존재가 될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이 사회위기에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으로서 위신과 권위를 발휘하지 못하는 사태를 낳을 것이다.

또다시 그 참혹한 시절을 보낼 수 없다

사태를 직시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라면 지금이 자본의 위기이자, 자본에 대한 저항의 구심으로서 지위가 날로 하락해왔던 노동조합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의 전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비정규직, 정규직, 공기업, 공무원 이런 식으로 축차적으로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지금의 연대수준으로는 상대의 축차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이 요구된다. 아니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이 한 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의 위기에 자본에게 역으로 난타당하고, 짓밟힐 수 있다.

IMF사태 때를 상기해보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부실의 책임이 방만한 대자본들의 과잉투자·생산에 있음에도, 이들은 노동자에게 임금삭감과 상여금반납, 심지어 화장대 위에 있는 금붙이까지 요구했다.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의 짓밟힘으로 전환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비상한 사태인식과 실천이 요구된다.

이제 안일하게 조직력강화, 현장투쟁강화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돌파하고 새로운 대중운동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시 한 번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시장(자본주의) 자체가 무너지고 이를 대체할 국가가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국유화가 유행이고, 규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과 6개월 전과 비교해도, 이건 꿈도 못 꿀 이야기였다.

그러면 노동자에게 이러한 난리법석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존의 생산과 유통방식을 유지해서는 노동자에게도 답이 없다는 것이다. 자본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제의 신념을 헌 신짝 같이 버렸다. 우리가 왜 그것을 신주단지 모시듯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왜 공장의 생산현장이 자본가에게 독점적으로 통제권을 부여해야 하는가? 그래서 나라가 망쪼들게 생겼는데.”, “왜 은행이나 주식시장에서 동원한 돈으로 만들어진 공장이 사주의 소유가 되어야 하는가? 은행도, 주식시장도 정부지원으로 생존하고 있는 이 마당에”

그렇다. 노동자는 해고될 수 없다. 세상을 망친 그 소유권과 경영권과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를 기회로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꾼의 이해를 위해서 노동자가 눈물을 흘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장/직장위원회 건설운동에 즉각 착수하자

비정규직노동자, 정규직노동자 할 것 없이 한 공장, 직장에 일하는 노동자가 단 한명도 해고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직이 필요하다. 자본가에게 임금,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단체협상을 하는 노동조합, 그리고 그 범위가 조합원에게만 해당되는 그런 협소한 노동조합은 더 이상 필요 없다.

공장/직장 위원회는 모든 노동자로 구성되고 총투표가 아닌 총회를 통해서 대표자가 뽑히고 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장/직장위원회는 우리의 일자리를 지킴과 더불어 이를 확고히 보장받기 위해 사람잡는 기존의 생산방식, 기존의 유통방식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노동자가 공장, 직장의 경영과 민주적 통제의 주체로 나서게 할 것이다.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바꾸려는 현장의 역량, 민주노조운동을 전투적으로 만들려는 현장의 역량,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현장의 역량,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을 이루려는 현장의 역량은 이제 공장/직장위원회 건설을 위한 역량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그것이 대량해고와 생활고로부터 내 삶을 지켜내는 유일한 길이다.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