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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의료민영화 -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사회운영원리로 막아내자!

2010/01/07 ㅣ 배은지

없어지지 않는 의료민영화의 망령

더 낮은 질의 의료, 더 높은 위험보정 사망률, 더 긴 대기시간, 더 적은 수의 간호 인력 등등. 현재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의료서비스에 비해 현저하게 퇴보한 것처럼 보이는 위의 현상들은 2005년 노무현 정권 하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시행한 연구를 담은 “런던보고서”의 내용이다.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모형 개발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의료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분석”이라는 제목을 단 이 보고서는 영리병원 설립을 포기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보건의료에 있어 훨씬 바람직하다는 일관된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과 상관없이 2005년 만들어진 “의료산업선진화 위원회”는 의료산업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지적하며 의료산업의 ‘선진화’를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영리병원 설립을 포함한 이른바 ‘선진화’ 전략을 쏟아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이 작업은 현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도 착실히 전달되어 의료법 개정안, 의료채권법, 영리병원설립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법 등이 법안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통령이 좀 더 시간을 둘 필요가 있다며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반드시 ‘의료선진화’를 이뤄내겠다며 남다른 결의를 다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은 의료민영화로 나아가는 전초전이다. 이 의료민영화가 유럽 선진국 수준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그나마 존재하던 공공 병원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 상승과 민간보험의 횡행으로 유전무병 무전유병의 극심한 의료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마이클 무어가 그의 인기 다큐멘터리 「식코(Sicko)」를 통해 그 참상을 미리 보여줬고, 2008년 촛불집회의 강력한 의제 중 하나는 “의료민영화 반대”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대중적 반감을 감지하고 영리병원이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중이다. 하지만 영리병원의 설립과 의료선진화(라고 쓰고 민영화라 읽는)를 포기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의 이윤이 의료민영화의 핵심 동력

그 이유는 잠깐 언급했던 ‘의료선진화’ 도입의 역사적 기원을 따져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의료산업에서 돈이 들어오게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도 높이겠다는 국정연설을 했다. 이미 김대중 정권 시기부터 제조업 부문의 이윤율 하락으로 갈 곳을 잃은 자본은 공공부문을 새로운 먹잇감으로 포착했고, 공공부문에서는 ‘효율성’을 앞세운 구조조정과 시장화가 단행되었다. 이러한 자본가 정권의 움직임에 맞서 철도, 가스, 발전 노동자들은 2002년 구조조정에 맞선 연대파업을 벌였으나, 전 사회적 고용불안으로 인해 투쟁의 성과는 꽤 빠르게 유실되었다. 이렇게 노동자계급에게 불리한 세력관계 속에서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그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공공의료 부문까지 자본의 이윤에 종사하는 구조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었다. 즉, 의료민영화는 전반적으로 공공부문을 자본의 이윤을 위해 재편하는 흐름 속에서 의료자본 및 제약자본의 이윤과 사활이 걸린 문제로 사고되고 있으며 자본가정권으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되었다.

당시 진행되고 있었던 한-미 FTA 논의에서 미국은 자국보다 의료수가가 9배나 낮은 한국의 비영리체계 의료서비스에 대해 의료시장을 개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명백히 밝힌 상황이었다는 점은 의료민영화의 핵심이 자본을 위한 보건의료의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더욱 잘 보여준다. FTA를 통해 미국자본의 하위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에게 의료민영화를 이뤄내서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의료자본과 제약자본에게 활로를 제공하기 위해 중요한 사안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미 삼성, 현대 등 의료부문에 진출한 거대자본이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갖가지 부대사업을 통한 이윤추구에 열을 올리는 마당에, 새롭게 열릴 의료 시장은 자본의 압박 속에서 꼭 쟁취해내야만 하는 영역인 셈이다.

자본의 공격에 대응하는 사회적 원리 필요

이러한 자본의 공격적 태도에 맞서는 2010년의 의료민영화 저지투쟁은 지금까지 형성된 의료민영화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모아 새로운 운영원리로 현재의 의료체계를 변화시키는 대안을 요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이윤을 추구하려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 상 언제든 어디서든 의료민영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바, 노동자민중이 자본의 침탈로부터 보건의료체계를 방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공공의료 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10%밖에 차지하지 않는 한국의 의료체계는 이미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의료자본의 지배가 날로 심해지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노동자민중의 필요에 따라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자본주의적 구조조정에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이 사회적으로 보건의료 체계를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그것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조건은 이미 성숙해있다. 경영압박에 시달리는 지방의 중소병원이 이미 지방정부 혹은 정부차원의 병원시설 공공화를 정당화하고 있는 현 상황은 공공의료 노동자와 일반 시민이 병원시설의 주인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FTA 협상으로 제약자본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이 때, 노동자민중에게 값싼 의약품을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선 제약자본의 통폐합과 공기업화가 시대적 과제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의료자본과 제약자본의 사회적 통제를 향한 투쟁은 의료 부문의 공공성 강화를 통한 무상의료 투쟁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실제 예방의학에서 중요성이 높아가는 보건대학 및, 보건소, 노인요양 등에서 그 역할이 중요해지는 간호사 집단은 지역보건에서 그 역할 및 의료서비스 개선에 대한 전망을 나눌 때 무상의료 투쟁에 있어 우군으로 기능할 수 있는 조건도 커지고 있다. 또한 무상의료 투쟁은 사회의 다른 부분까지 영향을 미쳐 자본의 공격에 침식당하지 않는 기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의료민영화 시도에 대해 전 사회적으로 축적된 분노는 이상과 같은 대안을 통해 현실적 힘으로 작용하여야만 의료민영화로 인한 참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의료부문에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사회적 원리가 도입되어야만 노동자민중의 삶을 위협하는 근본적 원인이 구제될 것이다. 따라서 2010년 의료민영화에 대한 투쟁은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조건들을 마련하는 구체적 대안에 따라, 노동자와 민중들이 그들의 삶에 있어 필수적인 영역을 스스로의 손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공세적인 투쟁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전국의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다가올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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