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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조선업종 구조조정, 무엇을 할 것인가
- 정규직 민주파 현장활동가들이여, 반자본주의 투쟁을 조직하자 -

2010/01/07 ㅣ 김인해

1. 정규직 민주파 현장활동가들의 2009년 투쟁방향 : ‘어용노조민주화’

2009년 현대중공업 노조임원 선거는 어용 대 민주의 대결이었다. 어용으로는 '선진복지노조 완성을 향한 재출발'이란 슬로건으로 기존 노조위원장이었던 오종쇄가 출마했다. 민주파는 '교섭권 위임 심판'이라는 슬로건으로 사측에 교섭권을 위임한 어용노조를 심판하고 민주파가 집권해야한다며 출마했다. 개표 결과는 65:35로 거의 더블스코어로 어용세력이 압승하였다.

지금 어용노조민주화라는 투쟁방향으로는 선진복지노조라는 어용세력의 노동조합론을 이길 수가 없다. 대공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안정된 고용, 상대적 고임금, 목돈에 가까운 성과금, 그리고 거의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주택 수준의 사내복지가 87년 이후 임단협으로 보장되어있다. 어용세력은 ‘선진’노사관계에 입각해 민주파 집행부보다 평화롭게(산업평화?) 조합원들에게 임금과 사내복지를 챙겨준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굳이 파업하지 않아도, 투쟁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에 민주파 역시 어용세력과 내용상 큰 차이 없이 대신 민주노조 즉 자주성과 민주성을 투쟁으로 쟁취하자고 한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민주파에게 호응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2009년 아니 그 전부터 어용노조민주화를 투쟁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과연 어용노조민주화가 올바른 투쟁방향인가? 어용 집행부를 민주파로 교체해야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금 노동운동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 역사적 과제를 제대로 따져본다면 어용노조민주화라는 투쟁방향은 문제가 많다.

2. 지금 어용노조민주화는 퇴행적 슬로건

지금 어용노조민주화라는 투쟁방향은 철저하게 단계론적이자 환원론적이다. 즉 현재 노동운동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을, 어용에서 민주로 집행부를 교체한 이후에, 또는 어용에서 민주로 교체를 해야지만 가능하다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용노조민주화라는 철저하게 조합주의적 실천으로는 선거투쟁이나 현장활동 등에서 활동가든 조합원들이든 계급의식의 발전이 일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어용노조민주화 투쟁은 쌍팔년도 당시에나 운동적으로 의미가 있었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역으로 노동운동을 퇴행시키는 투쟁방향이다.

특히 어용노조민주화라는 투쟁방향이 결정적으로 놓칠 수 밖에 없는 게 있다. 바로 한국사회 가장 큰 사회적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 즉 자기 공장 내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이다.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표현한다면 투쟁 주체 자체가 ‘정규직’ 프레임에 갇힐 수 밖에 없는 투쟁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작 자기 공장 내 비정규직 문제인 사내하청이라는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사회 평균적인 의식보다도 보수적인 것이다.

3. 변혁적 지향의 현장활동가들의 어용노조민주화 : 혁명적 대기주의

특히 문제는 정규직 민주파 현장활동가 중에서도 사회주의자들이고, 변혁적 지향의 현장활동가들이다. 조합원들의 후진적인 의식에 영합할 수 있는 면피용 슬로건이 바로 어용노조민주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이나 변혁적 지향의 현장활동가들이 어용노조민주화라는 투쟁방향을 고수한다는 것은 ‘언젠가는 사회주의적 정치투쟁을 해야지’, ‘언젠가는 변혁적인 현장활동을 해야지’라며 그 언제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으로, 다름아닌 일종의 혁명적 대기주의라는 것이다.

4. 주기적 과잉생산 공황에 빠진 조선업종, 노동자 계급의 투쟁방향은?

문제는 어용노조민주화라는 투쟁방향으로는 주기적 과잉생산 공황에 빠져있는 작금의 조선업종에서 제대로된 투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정규직의 고용안정, 사내복지와 직결되는 정규직의 단협사수, 정규직의 임금동결반대 정도이다. 그런데 구조조정 자체가 실질적으로 정리해고를 수반하는데, 제조업 대공장 중에서 노동유연화를 가장 극단적으로 관철시킨 업종이 바로 조선업종이기 때문에(절반 이상, 어떤 경우는 70%를 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화) 어용이라도 노조가 있는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손쉬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가 임박했다. 그래서 2010년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는 이미 예정되어있다. 그런데 어용노조민주화라는 20여년이 넘은 과거 쌍팔년도 투쟁방향이 최소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어용노조민주화라는 투쟁방향으로는 진실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 계급에게 현실을 있는그대로 설명할 능력도 없으며 무엇보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조직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노동자 계급의 투쟁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4. 반자본주의 투쟁을 조직하자!

1) 투쟁방향으로서, 반자본주의 기치를 분명히 하자!

지금 조선업종 노동자들이 고통스러운 원인은 주기적 과잉생산 공황 때문이다. 공황이란 무엇인가? 결핍이 이유가 아니라 과잉되었기 때문에 경제가 위기를 맞은 게 자본주의 공황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략 10년씩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자본주의가 장기적 구조불황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조선업종 노동자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야한다. 우리가 고통받는 것은 다름 아니라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또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위기(공황)을 반복적으로 부른다는 것을! 투쟁방향으로서 반자본주의 기치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우선 노동자 계급을 기만하는 것이요 그 다음은 생존권 싸움마저 산발적으로 머무름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며,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어용노조민주화 투쟁방향의 경우처럼 아예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문제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회피하게 된다.

2) 조선업종 노동자 계급의 과도적 요구를 정식화하자!

반자본주의 투쟁방향에 따른 조선업종 노동자들의 과도적 요구를 정식화하자! (이와 관련 반자본주의 투쟁방향에 따른 조선업종 노동자들의 과도적 요구들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3) 정규직 민주파 현장조직을 해산하고, 과도강령에 입각한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조직을 건설하자!

정규직 현장조직운동은 지금 노동운동의 역사적 과제인 반자본주의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운동적으로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규직 현장조직들이 운동적 전망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노조 집행부 장악이라는 권력욕 이외에는 그다지 동기 부여되는 것도 없는, 계모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게 현재의 정규직 현장조직이다. 그런 정규직 현장조직을 이제 해산하자!

이제 과도강령에 입각하여 투쟁하는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조직을 건설하자! 임박한 구조조정에 맞서 반자본주의 투쟁 주체를 형성하고, 조선업종 노동자들의 과도적 요구를 내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