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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날치기, 자본의 언론 지배를 거부하자!

2009/08/21 ㅣ 김부성

‘날치기’로 국회에서 통과된 미디어법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7월 22일 국회에서는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던 방송법·신문법·IPTV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들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 부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표결 처리되었다.

이 법안의 처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대리투표, 사전투표 등 적법한 절차를 위반했다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언론노조 등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미디어법 처리가 잘못되었다고 답변했고, 날치기의 주범인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에 대한 지지율도 급락하였다. 애초에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처럼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사실은 이 국회라는 곳이 국민의 의사대로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투표 때 한 번 ‘민주주의’를 생색내기 위한 곳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우스꽝스러운 날치기 쇼까지 벌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권력을 낳는 언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TV방송이나 신문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여론의 조직화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극도의 전체주의 사회를 상상했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는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당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일 신문기사와 사실의 기록들을 폐기처분하고 다시 쓰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는 이러한 언론과 기록에 대한 통제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가 완전히 삭제되거나 편집된다. 이는 현대인들의 사고와 기억이 언론에 의해 어느 정도로 영향을 받는가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비현실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이러한 언론의 무서움을 보여준 사례가 현재진행형이다. 현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3대 민영방송, 인터넷 미디어그룹, 잡지와 출판 그룹, 영화제작사에 프로축구단까지 소유하고 있는 거대 재벌로, 2004년 재임 당시 국영방송 이사의 2/3를 정부와 여당이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 등을 통해 전체 방송시장의 90%를 장악했다.

방송에서는 300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온 이라크 파병 반대시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건설사 부패사건 등의 보도가 실종되었고, 오히려 스캔들을 일으켜 베를루스코니의 정적을 제거하는 데 이용되었다. 그는 수차례 불법 정치자금과 마피아 지원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장악을 기반으로 작년 5월 또다시 집권하였다.

민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미디어 법안의 골자는 대기업이 신문과 방송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며, 메이저 신문사들이 방송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거대 자본이 직접 신문이나 방송을 경영할 수 있게 되며, 이미 노골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일부 메이저 신문들이 방송을 통해서도 입장을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집권 초 촛불집회로 호되게 당한 이명박 정부와 자본가 계급은 이제 다시 여론이 조직되어 저항이 일어날 수 없도록 민중의 입과 귀를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러한 시도는 이어져 오고 있었다. KBS와 YTN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광우병 의혹에 대해 보도한 PD를 구속한 정부가 아닌가.

우리 사회에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와 <1984년>의 사회상이 다가오고 있다. 자본주의의 야만성이 어느 때보다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오늘, 민중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고 무엇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도록 하겠다는 자본과 정권의 무서운 의도가 관철되려 하고 있다.

미디어법안 통과의 ‘비민주성’을 넘어 자본주의적 본질에 맞선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사 적법하게 통과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 법안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낳은, 자본의 입맛대로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언론 지배에 맞서, 그들의 이해를 강요하는 언론은 필요 없음을 외치자. 민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민중의 입으로 말하는, 민중의 언론만이 우리에게 필요한 ‘공정한’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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