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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소 잡아먹다 양잿물마저 먹게 된 한국경제

2010/05/11 ㅣ 김광수

빚으로 먹고사는 각국경제

최근 들어, 분명 이죽거리기 좋아하는 인사가 만든 말일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통털어 부르는 약자) 국가들의 소버린 리스크(국가위험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제금융시장은 PIGS, 즉, 돼지들은 국가재정으로 사치스런 연금생활을 하면서, 국가재정위기에는 파업이나 일삼는다는 식의 조롱거리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국채에 추가이자를 붙이거나, 그것도 모자라 국가신용등급을 낮추어 채권시장에서 아예 팔리는 것조차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라 빛으로 먹고사는 것이라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다만 이들은 나라 빚으로 금융기관의 억대 연봉자들(여기서 억대라는 말은 억달러의 의미다)의 배를 채워주는데 더 익숙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유로를 비롯한 국제 채권자들은 그리스에게 노동자들의 허리띠를 조르라는 긴축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적자 축소계획과 이은 조치에 대핸 노동자들은 총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리스가 금융위기 때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나라 빚으로 은행들과 투기꾼들의 적자를 매워주고, 이제 와서 재정적자라는 구실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분노는 그리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노동자들의 저항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케인즈주의자라는 폴 크루그먼은 불황의 경제가 도래했다고 선언했지만 투쟁의 시대도 함께 도래하고 있다.


빚더미에 올라있는 한국

한때 대한민국은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국가로 불렸다. 나라가 백성에게 딱히 해 준 것이 없는데다가, 재정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이후 공적자금이라는 말이 등장한 이래로 나라 빚은 계속, 그것도 급속하게 늘어났다. 김대중 정권은 무너진 금융시장과 기업회생의 명분으로 125조가 넘는 돈을 나라 빚으로 풀었고, 노무현 정권은 기업도시, 혁신도시라는 이름하에 토지개발공사와 같은 공기업의 부채를 동원해 돈을 풀었다.

이명박 정권은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빚내서 손잡아먹는다는 속담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권은 경제회생을 이유로 곳간에서 돈을 가져다 쓰고는 한편에선 부자감세를 통해 곳간에 들어올 돈을 막았다. 그리고 22조에 이르는 4대강 사업이라는 삽질을 해대며 재정적자를 열심히 늘리고 있다. 이명박 본인이 건설회사 다니며 분식회계에 익숙한지라 국가재정도 분식을 했는데, 4대강 예산을 국가재정이 아닌, 공기업에 떠넘겨, 재정적자를 은폐하는 꼼수를 동원했다. 수자원공사가 9조에 이르는 4대강 예산을 빛으로 떠안은 것이 대표적이며, 지방의 공공기관들도 덩달아 빚을 떠안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009년도 기준, 공공부문 및 준공공부문의 부채는 366조로 GDP의 37%수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국적 분식의 결과다. 연금손실액이나 민자사업손실보조금 등을 더하는 식으로 OECD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 부채수준은 76%에 이를 것으로 계산된다. 이것은 OECD 국가들의 평균에 육박한다. 소위 정부당국자가 우리는 괜찮다는 호언은 부도직전 사장의 호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명박은 747경제를 운운했지만 현실은 474경제(실업400만, 민간부채 700조, 공공부채 400조)시대로 진입했다.


자본의 정부수탈 - 공공부문부채

자본이 정부를 털어먹는 가장 만만한 방법은 공적자금처럼 은행이나, 기업에게 정부가 직접 돈을 주는 일이다. 그리고 정부나 공적기관이 공사를 발주하거나, 사업을 벌려 기업에게 고수익을 올리는 것도 다른 수탈방법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쓰는 돈은 결국 세금이 원천인데, 이 세금을 내야할 납세자들은 정부가 한 짓 때문에 자본에 의해 시장뿐만 아니라, 조세부문에서 또한번 털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 자본은 IMF직후 첫 번째 방법으로 정부를 털어먹었고, 두 번째 방법은 노무현정권이래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지자체 빚은 17배가 증가했다. 지자체마다 00개발공사라는 것을 만들어서, 신도시니, F1 자동차대회 추진에 조 단위의 돈을 빚내서 쓰고 있다. 이렇게 되니 특히 한국에서는 공공부문 부채가 정부가 조성한 거품의 하나가 되었다. 다만 이 거품은 정부가 파산하지 않는 한 꺼지지 않는 것처럼 보여 위험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거품은 시장에 과잉생산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거품을 형성했기 때문에 거품의 붕괴는 언제든 이루어진다. 거품의 붕괴이전에 지방공사, 지자체의 파산이 더 걱정될 정도다. 문제는 지자체 파산제도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의 파산상태는 고스란히 중앙정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곳곳에 널린 거품과 거품붕괴의 후유증

전 세계가 거품붕괴 때문에 다들 난리지만, 거품은 자산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가격에 의해 부풀려진 신용의 확대, 더 정확히는 빚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거품의 붕괴는 신용의 붕괴로 이어진다. 미국의 부동산버블이 이번만 꺼진 것이 아니고, 90년대 초에도 꺼졌는데, 그 때는 상업부동산 즉 록펠러 센터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의 가격이 폭락해 상투를 잡았던 일본금융자본 쌈짓돈, 수조달러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를 메워야 했던 일본경제는 이후 10년이 넘게 불황터널을 견뎌야 했다.

거품이 꺼지면 신용붕괴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잘 알려진 처방은 돈을 푸는 것이다. 돈을 푸는 주체는 물론 정부다. 정부가 돈을 풀 수 있는 능력을 받쳐주는 것은 화폐발행권에 국채 발행권이고, 조세 징수권이다. 미국의 연준이나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이 기준이자를 조정하는 것도 수단이 된다. 어느 경우나 부담은 세금이라는 형태로 노동자, 민중에게 돌아온다.

이번 미국발 공황은 각국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이라는 극단적인 돈풀기에 나설 정도로 신용붕괴의 규모가 컸다. 결국 민간부문의 거품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 공공부문이 잔뜩 부채를 짊어진 것이다. 이런 사태로 상황이 발전하면 그 다음 당연히 국가가 빚더미를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뒤 따른다. 이른바 출구전략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시중에 풀린 돈을 관리하는 것(이자율조정)과 빚더미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공황사태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을 한 나라로 꼽힌다.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전체가 같은 흐름을 보여왔다. 대신, 빼야 할 거품을 빼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거품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모두 부동산거품이 언제 붕괴할 지에 대해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 와중에도 이명박 정권은 4대강이란 이름으로 거품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누가 먼저 망할까?

한국사회는 죽음의 레이싱을 하고 있다. 거품이 빠지면서 개인이 먼저 망할지, 지자체가 망할지, 중앙정부가 망할지, 기업들이 망할지 모를 일이다. 지자체는 망하지 않으려고 정부교부금을 받는데 혈안이 될 것이기에 돈자루를 쥔 국회의원들에게 온갖 향응을 갖다 바칠 것이고 기업도 마찬가지로 모아둔 비자금으로 여기저기 줄을 댈 것이다. 한국 부르주아사회는 이런 로비와 향응에 썩은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떡검에 섹검은 그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자본주의는 망해도 더럽게 망할 것이 분명하다.

한편 공공부문의 부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공부문 신의 직장이 언급되며 엉뚱하게 공공부문 노동자의 복지축소에 구조조정이 튀어나온다. 실업이 문제라면서 일자리는 되레 줄이려고 난리다. 방만한 재정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자본의 국가수탈이 도를 넘어섰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국가까지 포함된 거대해진 생산력에 비해 그 생산력의 통제와 수단이 사적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문제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노동자와 민중의 통제에서 벗어나, 사실상 무정부상태에 놓여 있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기업, 사기업 모두가 노동자 민중의 통제 하에 들어오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이 사회적으로 소유된 모든 것의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는 것만이 파국을 막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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