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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운동, 이대로는 안 된다

2009/08/21 ㅣ 이태하

묻지마 산별의 탄생

최근 공공노조에서 집행부의 중도사퇴 후 등록후보가 없어 비대위 체계로 전환하면서 산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현실화 되었다.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 그 원인과 대책을 정리해봄으로써 올바른 방향을 찾고자 한다.

80년대부터 정부는 사업장 임단투에 한정되는 노조를 만들기 위하여 법제도를 기업별 노조로 강제해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투적인 기업별 투쟁들이 벽에 부딪히면서, 노동계에서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산업별 노조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새로운 전략적 목표로 제시되었다.

물론 노동계의 새 목표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목표들이 실제로 어떻게 정권에 의하여 악용당하고 노동계 상층들에 의해 왜곡 변질되었는가를 살펴야만, 현재의 위기의 원인을 파악하고 새로운 운동을 만들 수 있다.

먼저 정부의 판단은 노동계의 전략을 역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즉, 산별 중앙관료들에 대한 포섭과 민주노동당의 자본가정당의 2중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혹 산별협약 체결은 해주더라도 자본가의 부담 부분은 제거하고, 중앙관료를 값싼 비용으로, 협박과 포섭으로 정리 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현 정권 하에서는 노조와 진보정당 자체가 부정되고 있다.)

한편, 노동계에서의 왜곡 변질은 ‘투쟁의 과소와 정치 과잉’으로 특징된다. 정파에 속한 상층관료들은 민노당에서 출구를 발견한 출세주의에 매몰되었다(‘정치 과잉’). ‘투쟁의 과소’는 ‘투쟁을 통한 산별 건설’이라는 기본원칙을 저버린 소위 ‘묻지마 산별’로 드러났다. 이는 정파의 기득권 유지와 정파이기주의적 판단에 의해 진정한 산별 건설보다는 입지의 선점에 방점이 찍힌 결과였다.

산별, 관료들의 정치도약대로 전락하다

노동계가 상정하고 있는 산별모델은 소위 복지국가 모델로 알려진 서구 사민주의의 산별이다. 제2차 대전 후 서구에서 출현한 복지국가는 첫째, 높은 조직률로 사민당의 집권을 도와 사민당과 정치적 정책적 공조가 가능했고, 둘째 제국주의의 초과이윤 즉, 약소국의 원료생산기지 및 상품판매 시장화를 통한 이윤으로 자국 노동자들의 사회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 광풍이 휩쓸고 간 서구에서는 이미 사회복지국가가 사실상 지속 불가능함이, 그 실패가 판명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조관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사회복지국가라는 목표를 상정하여 대중의 정서를 끌어 모아 산별을 만들고, 이 산별을 자신들의 정치적 도약대로 이용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처해진 현실 속에서 서구 모델과는 별도로 산별이 필요했다면, 적어도 1) 연맹시절의 정산법, 공운법, 국가재정법 투쟁 등에 관한 평가 2) 기존산별의 문제점 등에 대한 현장에서의 충분한 논의 3) 조합원교육과 전망 제시 4) 투쟁을 통한 산별건설 경로설정이 필요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정부는 산별을 통한 중앙관료에 대한 포섭과 현장 배제 전략을 구사하여 손쉽게 노동계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산별 건설을 묵인한 것이다.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돌파하자!

지금 세계는 자본의 위기인 공황에 직면해 있으며 자본가들은 노동계급을 더 착취하여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려 한다. 따라서 노동계급의 투쟁은 무자비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각개격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급격한 격변기에는 급진적 요구와 구호로 노동계급을 단결시켜 변혁을 이끌 정치적 지도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한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IMF라는 사상초유의 자본주의 공황을 경험했다. 이후 자본가정권은 시장주의 논리인 ‘경쟁에 의한 효율화 및 관리비용 절감’을 앞세우며, 공기업 철밥통 이데올로기로 국민여론을 조성해 공공노동자에 공세를 가해왔다. 그와 함께 기존의 임단협 투쟁마저 무력화 하는 법 제도 개악을 밀어붙였고, 노조를 무력화 해왔다.

이에 반해 공공연맹과 공공노조 지도부는 OECD 가입국 중 사회안전망이 가장 취약한 한국사회의 공공부문 강화를 여론화 하지도, 노동조합 내부의 단결과 정치적 요구를 결집하지도 못하였다.

지금의 상황은 자본주의가 번영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산별을 통한 사회복지국가를 목표로 하는 산별운동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이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잘못된 이론과 정책이 노동자들을 다 죽이는 길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 정말 산별협약을 통한 서구 사민주의형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세계대공황으로 자본가정권은 더 이상 국가의 운영을 책임 질 수 없음이 백일하에 들어났다. 이제 노동자 민중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투쟁에 앞장서야 한다. 자본이 살아 남기위해 노동자를 공격하는 것에 수세적인 투쟁을 넘어 대안 세상을 만드는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나설 때이다. 그러한 변혁의 전망을 가지고 투쟁할 때만이 현실의 작은 투쟁에서도 쟁취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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