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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운동이 던진 고민들 - 코스콤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운동

2007/11/25 ㅣ 김광수

비정규직 노동운동과 관련해 최근 상징적인 두 가지 일이 있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정규직 노조로 직가입시키는 문제로 금속 중앙위가 밤을 새워 토론을 했다. 그런가하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연대를 거부하고 투쟁을 가로막았던 코스콤 정규직 노조에 대하여 사무금융연맹은 중앙위원 31명 만장일치로 제명을 결정했다. 물론 두 사건은 성격이 판이한 사안이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기존 하청노조와 다르게 독자적인 파업투쟁을 성사시켜 생산을 중단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춤으로써, 현장에 복수노조의 존재를 확인시킴으로써, 노동운동이 대면한 새로운 상황에 따른 갈등이라면, 코스콤의 예는 정규직 노동운동이 노동운동의 보편성을 상실함으로써 일어난 부끄러운 예다. 두 사례는 비정규직 문제를 안고 있는 노동운동의 현실과 미래를 위한 고민 모두를 안겨주고 있다.

부끄러운 환부를 도려낸 사무금융연맹

코스콤의 경우,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하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사측이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 악법을 악용해, 위장도급을 하고, 재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을 때, 이에 항의해 투쟁한 비정규직 노조와의 연대를 거부했다. 정규직 노조의 이런 태도는 자기 파이를 지키려는 시도라는 것 외에는 다른 설명이 가능하지 않다. 즉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정규직 노조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것을 염려하는 이기주의의 발로였던 것이다.
이는 최근 정규직 사원들이 조성한 사우회 자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중간에 착취하는 자회사 설립자금으로 들어간 사실이 폭로되면서 근거가 명확해지고 있다. 10년간 100억원이 넘는 돈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땀을 갈취해 사우회 기금을 살찌운 것이다.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노동자들 사이의 계층분화 심화가 노동운동의 보편성을 훼손해 왔다는 이야기는 있었으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 위에 정규직 노동자가 자기 보신을 한 경우는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과 정도에 벗어나는 행위가 있을 때 노동운동의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인데, 다행스럽게도 사무금융연맹은 정규직 노조의 제명이라는 결단을 통해, 노동운동의 본류가 타락하는 것을 막아냈다. 류기혁 열사에 대해 열사논쟁을 일으키고,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한 근거없는 우월감으로 갈등을 빚었던 현대자동차 집행부에 대한 상급단체들의 어정쩡한 태도, 그리고 소위 정치조직이라는 세력들의 자기식구 감싸기와 비교할 때 이번 사무금융연맹의 결정은 더욱 돋보인다. 대중운동에는 오류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오류에 대해 어떻게 이를 교정하고 경험으로 만들 수 있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한 자기정화행위가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지회 동지들에게 노동자계급에 대한 도덕적 자긍심과 투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낸 것은 물론이다.

시혜의 대상인가 동지적 관계인가?

최근에 있었던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와 기아자동차 정규직 지부와의 통합에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 금속중앙의 거듭된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지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업지부인 기아자동차 정규직 지부에 직가입시키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정규직 노동조합의 통합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번 중앙위에서는 중집에서 이미 결정된 같은 내용의 권고사항이 또 다시 확인되었을 뿐이다. 그 동안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부지회장 이동우 동지는 금속노조 사무실 앞에서 30일 넘게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동우 동지는 이번 단식투쟁의 목표가 처음에는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조합원의 직가입문제와 조직통합의 문제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되살리는 것, 금속노조의 혁신을 촉구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혼재하는 조직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나, 동지적 단결과 연대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기아자동차 현장의 현안문제도 해결이 용이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기아자동차 현장에서는 운동적으로 성장한 비정규직 노조와 기존 노동운동 질서안에 있었던 정규직과의 다양한 갈등이 존재했다. 이동우 동지는 한 예로서 정규직 노조의 한 간부와의 대화를 소개했다. 그 간부는 “자본과의 교섭에서 노동조합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현장에 대한 단일화된 통제권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다. 즉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권을 정규직 노조에 위임해 달라는 요구였다. 지금 1사 1노조의 원칙을 말하고 있지만 대자본과의 교섭에서 현장대표성을 정규직 노조가 독점하려는 경향이 종종 문제가 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동우 동지는 “현장대표성을 통합하자는데 이의를 가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본들 사이의 원하청 질서를 노동조합운동에도 적용해 정규직 노동조합이니까 우위를 점하고, 대표성을 독점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는 운동적 원칙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통제, 제어의 대상이 아니라 연대와 단결의 대상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운동의 통합적 지도력을 위해

그 동안 대기업 생산직 현장에서 정규직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연대틀은 여러 형태로 모색되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투쟁의 주체와 연대단위라는 형식을 가지기 때문에 실천의 주체로 동등하게 참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사정은 존재한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도 통합적 대표성이 문제가 되지만 현장실천에서도 또 다른 고민이 있는 것이다. 코스콤의 경우처럼 정규직 노조의 운동성이 너무 낮아서, 현장에서 노동운동의 주체가 사실상 교체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남는 문제는 정규직 활동가들의 운동성을 높여내는 것과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강화를 위한 실천이다. 우리는 노동자 정당의 건설이 노동운동의 운동성, 정치의식을 높여낼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난망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의 출현을 앞당기고, 이를 뒷받침할 정치적 대중운동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한편 현장대표성을 온전히 갖는 조직, 정치적 대중운동에 대한 고민은 해방지 기사(분화의 시대에 총단결의 기구, 공장위원회를 건설하자. 해방 28호)에서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장위원회, 직장위원회의 고민은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 보다 광범위한 토론과 소통으로 비정규직 850만 시대의 새로운 노동운동에 대한 모색에 주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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