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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화려해진 교육양극화, 무상교육 쟁취로 막아내자

2008/11/22 ㅣ 배은지

최근 광주 지역에서 입시학원 임대나 분양을 받으려는 부동산상담 전화가 한층 많아졌다. 광주 남구에서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를 유치하려 한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근처 학원가가 자사고 입시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한다니, 실제로 자사고가 들어서게 되었을 때의 파장은 예상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부동산투기 카페에는 자사고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오며 한국에 존재하는 교육과 부동산투기의 상관관계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자사고 설립의 결과는 뻔하다. 자사고에 입학하려는 ‘있는 집 자식’들의 피 터지는 입시경쟁과 천정부지로 솟을 사교육비, 이것을 감당하지 못할 ‘없는 집 자식’들의 박탈감.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이쯤이야 자사고의 폐해로 줄줄 읊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현 정부의 이른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존재하는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 과학 영재학교를 합쳐 전체 일반고의 20%가 넘는 수로 ‘특별한 고등학교’를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특별한 고등학교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세워진다고 한다. 학교 수업의 내실을 다져서 굳이 사교육에 돈을 쓸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말이다.

실제로 자사고 운영은 사교육과 경쟁하려는 그 포부에 걸맞게 학원 운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과과정과 교원, 학생의 선발이 자유롭고, 학년제도 없앨 수 있다.

입시교육에 큰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애들을 단기간에 쥐 잡듯이 잡고, 교원평가니 실적이니 하며 교사들을 쥐어짜내 입시공부만 죽어라 시킨 후, 매년 1,2월 학교 정문에 커다란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서울대 입학을 축하합니다. 홍길동 이하 xxx명. 학교 흥행에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정부가 재정지원을 없애면서 학교가 내는 법인전입금과 학생등록금으로 학교운영을 하게 되는데, 아직 법인전입금이 얼마나 될지 결정이 나진 않았지만, 약 학교 전체 예산 대비 5-15%로 예상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학생이 부담하게 된다. 이렇게 계산된 등록금은 천만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존재하는 자립형 사립고도 자사고처럼 정부지원 없이 운영하는데, 그나마 법인전입금이 20%인 이 학교들도 이미 등록금이 천만 원을 넘기 때문이다. 천만 원 넘는 등록금을 내고 학교 다니면 확실히 학원 갈 생각은 할 수도 없겠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일반 고등학교는 자사고로의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자사고로 몰려갔을 때, 일반 공립고는 자연스레 황폐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사고 설립은 다양한 교육은커녕 입시교육과 교육불가능 상태의 양극화된 교육을 만들어 낼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모두가 알고 있듯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중·저소득층보다 16배나 높고, 강남 8학군은 전국평균의 2.5배가 넘어가는 시대에 자사고는 이 경향을 멈출 수 없게 가속화 할 것이고, 교육은 충실한 계급재생산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현재의 교육제도가 완벽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사교육비는 매년 15%가 넘는 수치로 증가하고, 가계 지출의 최대부분이 사교육비 지출이라는 것도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굳이 자사고가 아니더라도 이미 일부 학교들은 학원과 경쟁하기 위한 입시프로그램을 짜내느라 고심한다.

교육은 비즈니스가 되어버렸고, 있는 집 부모들과 그들을 따라가기 바쁜 사람들은 얼마든지 돈을 낼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변화를 요구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일반고와 이름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현재 교육의 한계를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교육의 극심한 양극화를 불러올 자사고 설립과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는 변화가 아니라 전락이다.

우리가 쟁취해야 할 변화는, 교육이 개개인의 출세 도구가 아니고 모든 사람이 상품으로서의 교육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서의 교육을 누릴 수 있을 때 일어난다. 의도가 빤한 현 정부의 정책에 무상교육 쟁취로 맞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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