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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선진화’, 대학을 위협하다

2009/11/27 ㅣ 김부성

우리 사회에서 공공성을 삭제하려는 이명박 정부

하반기 들어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의료민영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를 앞두고 있고, 철도를 비롯하여 공공부문 전반에서 2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줄이고, 공공서비스의 요금을 인상하며 임금과 성과급을 삭감하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부문이 공공부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것이 말 그대로 사적인 이윤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공적인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모든 재화를 상품화하여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공부문은 그나마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은 보장하자는 합의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러한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자본주의 초기의 악랄한 착취에 맞서 노동자 민중이 투쟁해왔기 때문이라는 점도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러나 ‘공공부문 선진화’가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은, 공공부문이 비효율적이니 효율적으로 만들라는 것이고, 이윤이 안 나고 있으니 이윤을 내라는 것이다. 원래 이윤 추구의 영역이 아니라고 합의하고 만들어 놓았던 것들을 다시 자유로운 이윤 추구의 논리에 내맡기고 있으니, 결국 이명박 정부에게 ‘공공성’이라는 것은 필요 없다는 이야기이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 같은 것도 생각하기 싫다는 이야기이다.

교육공공성에 대한 공격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공성에 대한 공격은 어김없이 교육부문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서울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이다. 기존에 국가가 운영하고 있던 국립대학인 서울대를 독립적인 법인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대학교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효율적인 대학운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사실상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논리가 똑같이 국립대에 적용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서울대가 법인이 되면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대학의 운영에 이윤의 논리가 도입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인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장기적인 학교 발전의 목표는 '세계 10위권 대학’이라고 한다. 교육과 학문의 사회적 기여를 고민해야 할 국립대가 학교 간 순위경쟁에 목을 맨다는 것도 한심한데, 그 평가 기준에는 ‘국제기업의 평가’ 항목까지 들어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법인화를 통해 서울대가 자체 수익사업을 집행하고 소위 ‘돈이 되는 학문’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서울대는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학교에서 만들어진 지식을 상품으로 판매하려 하고 있다. 인문대에서는 스스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으로서 위치를 자각했는지 CEO들을 상대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공공부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자!

서울대 법인화는 경쟁력과 이윤의 논리를 모든 국립대학들이 앞 다투어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것이다. 그 속에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지식은 사라져갈 것이고 교육은 사회적 책무를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팔아서 이윤을 남겨야 할 상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윤이 나지 않는 인문학은 지금도 고사 위기에 놓여 있으며, 이미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있는 등록금의 폭등은 너무나 뻔하게 예측할 수 있다.

수도, 전기, 가스 등이 인간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기에 공공부문이라면, 학문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공급되어 사회를 전반적으로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이며, 교육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기에 공공부문이다.

아니, 우리는 사실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윤의 논리로 재단되지 않는, 모든 부문이 공공부문인 사회를 원한다! 정부와 자본이 공공부문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노동자 민중이 공공부문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자. 공공부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고, 공공성의 원리로 운영되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자!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