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구독 및 후원 신청 |기관지 위원회 |
정세 |이슈 |국제 |비정규 |쟁점 |민주노동당 |생태 |문화 |전체기사
저항에 나선 세계
경제위기는 자본가의 책임이다!

2009/04/20 ㅣ 배은지

지난 3월 말, 미국계 기업 3M의 프랑스지사 임원 중 한 명이 3M프랑스 노동자들에 의해 24시간 동안 사무실에 갇혀 있어야 했다.

3M은 경제위기를 이유로 세계적으로 몇 천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던 중이었고, 프랑스에서도 전체 노동자 235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0명을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내렸다. 3M 노동자들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사무실에 24시간 동안 임원를 가두고 협상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에야 그를 풀어줬다.

사무실에서 나온 후 그가 한 말은 “이 구조조정 안은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는 뒤늦은 후회였다. 물론 그가 이후 얼마나 다른 정책을 내걸지에 대해선, 그를 감금했던 노동자들도 의문을 품고 있다고 하지만.

3M뿐만이 아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소니, 캐터필러, 콘티넨탈, 스카파그룹, 미셸린 등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는 초국적 자본의 경영진을 노동자들이 감금하는 상사납치, 이른바 보스내핑(Bossnapping, 상사를 뜻하는 Boss와 납치를 뜻하는 Kidnapping의 합성어)이 성행하고 있다.

프랑스 노동자 중 56%는 보스내핑이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다. 감금된 경영진들이 폭력에 노출되지 않고 먹을 것을 제대로 공급받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경제위기 극복의 최우선 정책으로 구조조정을 택하며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본가들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은 대규모 해고에 떨고 있는 와중에 기업의 임원들이 구제금융으로 들여온 세금을 거액의 보너스로 받았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영국에서도 세금으로 받은 보너스 잔치로 유명세를 치르고, 전 세계 9000명의 노동자를 감축하기로 한 은행 RBS의 행장 저택은 습격을 받았으며, 보스내핑 현상은 프랑스 옆 나라인 벨기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보스내핑은 대량 해고의 문턱에서 궁지에 몰린 노동자들의 급작스러운 단발성 행위이다. 이들의 요구는 구조조정안을 철회하라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와중에도 몰락한 자본의 임원진들은 어떠한 책임 추궁도 당하지 않은 채 거액의 돈을 받고 물러나며 노동자민중은 당장의 생존권조차 박탈당한다는 것, 과잉설비/생산으로 인한 공황이라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를 노동자민중의 희생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는 것, 결국 경제위기가 자본가들의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공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 빤히 드러나면서 세계 곳곳에선 보스내핑뿐 아니라 수많은 저항들이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G20회의에선,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 금융규제의 선진화로 금융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수준의 결론이 나왔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온 3만5천명의 시위대는 이 날을 금융만우절이라고 조롱하며 “그들의 은행을 살리는데 더 이상의 세금을 낼 수 없다”, “경제위기에 대해 책임지고 일자리를 마련하라”는 요구부터 “자본주의 종식”이라는 선언까지 제출했다.

유럽에서 가장 심각하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헝가리에서는 복지예산 삭감 계획을 밝힌 내각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의회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구조조정에 내몰린 사람들이 무능력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치와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일본공산당 청년 가입자가 1만 명 이상 늘었는데, 일을 해도 빈곤해지기만 하는 이른바 워킹푸어(working poor, 노동빈곤층)가 경제위기로 인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게잡이 배에서 극심한 착취를 당하던 노동자를 다룬 1920년대 일본 노동소설이 유행하게 되고, 공산당 가입 수 증가로 이어졌다.

이처럼 세계적인 자본주의 공황 속에서 실업과 생존의 위기에 시달리는 노동자 민중은 스스로 나서서 저항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가만히 기다려봤자 자본주의 경제의 희생양이 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만 해도 경제위기를 쌍용차에서의 2646명 등,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는 것으로 극복하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자본가들이다.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몰리기 전에 노동자 민중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사회로 가는 투쟁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