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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비대위 혁신안은 핵심을 완전히 빗겨갔다

2008/02/02 ㅣ
1.

2월 3일, 당의 운명을 가르는 당대회가 열린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가 상정한 대선평가와 혁신안, 총선방침안은 정치적 몰락위기에 처한 당의 운명을 역전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선참패와 지난 당사업 전반에서의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 핵심을 완전히 빗겨갔기 때문이다. 해방연대(준)이 누차 강조한 것처럼,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몰락위기에 처한 근본원인은 자본주의 모순 심화의 정세에 반자본주의 정치투쟁기조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당 자신의 주체적 오류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에 대한 각고의 반성없이는 당은 완전히 정치적으로 몰락하게 될 것이다.


2.

비대위가 당대회에 상정한 대선평가와 혁신안은 발본적인 반성을 회피하고 있고, 평가와 혁신안이 서로 조응하지 않아 전혀 일관성이 없다.

발본적인 반성 회피

비대위가 2007년 대선결과를 참패로 규정하고, 이를 “2004년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 활동에 대한 국민대중의 총체적 심판”으로 파악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당에 대한 심판의 핵심원인으로 “지난 4년 동안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 세력과의 차별화에 실패”했음을 지적하는 것 역시 타당하다.

그러나 비대위의 평가는 이 지점에서 멈추고 있다. 자유주의 세력과의 차별화 실패의 이유로 “당의 주체적 요인”과 “민중의 직접적인 생존, 경제적 요구에 대한 해결의지 및 능력 부재”를 언급하지만, 과연 “주체적 요인”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지, “해결의지 및 능력 부재”는 무엇에서 기인했는지를 발본적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

평가안은 자유주의 세력과의 차별화 실패의 이유가 자본주의 모순 심화의 정세에 반자본주의 정치투쟁기조에 입각한 급진적 노동자정치로 대응하지 않은 것임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 또한 민생문제 해결에 무능했던 것 역시 민생파탄의 원흉인 자본주의와 대결하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태세가 결여된 결과였음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핵심을 빗겨간 혁신안

결국 발본적이지 못한 평가는 평가와의 일관성이 결여된 혁신안으로 이어졌다. 비대위가 제시하는 제2창당 방안을 요약하면, ‘진보대연합과 다양한 진보가치 추구’이다. 그런데 평가에서 “자유주의 세력과의 차별화 실패”를 꼽았다면, 응당 혁신안은 자유주의 세력과의 확실한 차별한 전략이 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가 제시하는 ‘진보대연합과 다양한 진보가치 추구’는 외연확대 전략은 될 수 있어도, 결코 차별화 전략은 될 수 없다. “서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당”으로 찍힌 당의 사활을 건, 진보적인 차별화 전략은 민생문제를 야기하는 체제에 급진적인 방식으로 도전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계급투표에 실패”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듯이, 자신이 내세우는 노동자 중심성, 노동자정당이라는 핵심가치조차 노동자계급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퇴보하고 있는 당이 이조차 해결치 못하면서, 오지랖 넓게 이런저런 가치들을 추구해 외연을 늘리겠다는 것은 환상적이고 기만적인 발상이다. 반대로 당은 먼저 노동자정당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신뢰부터 다시 구축해야할 상황이다.

당장 종파투쟁거리가 될 재평가안

또한 비대위는 ‘당내 쟁점에 대한 재평가’ 항목에서 당내 쟁점인 이른바 ‘종북주의 청산’ 문제 해결을 강하게 밝히고 있다. 즉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최기영, 이정훈을 제명”하며 “북한당국에 엄중 항의”하고, ‘북핵 자위론’을 당강령 위반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방연대(준)의 태도를 밝히기 전에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대선참패 이후 ‘전진’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른바 종북주의의 청산은 평가와 당 혁신의 핵심문제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비대위 스스로도 대선평가에서 밝혔듯이 자유주의세력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당 노선과 실천이 핵심문제”이지, 종북주의가 대선참패의 핵심은 아니다.

해방연대(준) 역시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다시 서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서 철저히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정당으로 바로 서야함을 주장해왔고, 북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민족주의자들의 편향을 비판해왔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이런 측면에서 자기혁신을 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선참패 이후 마치 ‘대선투쟁이 종북주의 때문에 실패했고’, ‘당이 종북주의 때문에 망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철저히 신당을 염두에 둔 정치공세에 불과했다. 또한 종북주의를 둘러싼 극심한 당내 갈등은 제대로 된 책임규명과 평가를 가로막고, 정말 쇄신돼야할 문제들을 주변화시켜 당의 회생가능성을 차단해왔다. 따라서 비대위가 정작 핵심적으로 다뤄야할 당의 노동자정당,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선명화를 도외시하면서, 종파투쟁의 소재거리가 될 종북주의 청산을 재평가안의 핵심내용으로 설정한 것은 잘못이다.

비대위는 종북주의 청산이 대선평가와 혁신의 핵심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환기하고, 제대로 된 평가와 혁신의 내용을 당원, 노동자, 민중과 소통하고 공유하는데 노력했어야지, 종파적으로 제기된 종북주의 청산 문제에 부하뇌동해서는 안되었다.

재평가안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하여 최기영, 이정훈 당원이 당원의 신분으로서 당과 당원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것은 분명 당원의 의무를 위반한 해당행위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을 당의 “친북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북핵 및 자위론 관련 건’에 대해서 해방연대(준)은 북핵옹호론 뿐만 아니라, 당시 논란과정에서 노출된 반제국주의적 관점이 누락된 북한비판 매몰론 역시 똑같이 비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정정파 손들어주기가 아닌 당의 올바른 태도임을 밝힌다.

과거기조가 그대로 반복되는 총선방침안

다음으로 제2창당 방안을 내용이나 그 오류까지 거의 그대로 복제하고 있는 제18대 총선방침안 역시 핵심을 완전히 빗겨갔다. 즉 평가에서는 자유주의정치세력과 차별화해내지 못하고 동반몰락했다고 자인해놓고서는, 막상 혁신안에서는 차별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오류를 총선방침안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방침안은 이미 실패한 구태를 어구만 바꾸어 되풀이하고 있다.

“무능한 국정실패 세력을 대체하는 중심야당-대표야당”론은 사실상 과거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의 반복일 뿐이다.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은 민생파탄의 책임으로 몰락하고 있는 자유주의정치세력과 차별성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켜야할 시기에, 오히려 개혁세력이 하던 역할을 진보세력이 대신하겠다는 주장으로 당정체성을 흐리며, 당을 추락시켰다. 마찬가지로 중심야당론은 유일한 진보정당으로서 진보정당만이 가능한 급진적인 방식으로 체제에 도전해야할 시기에, 이를 회피하고 이름만 바꾼 채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반복하여 당을 더욱 추락시킬 것이다.


3.

비대위의 대선평가와 혁신안, 총선방침안은 발본적인 반성을 회피하며, 핵심을 완전히 빗겨갔다. 해방연대(준)은 지난 12월 20일 성명에서 대선참패의 근본원인을 다음과 같이 정식화했다.

“이번 대선에서 참패한 가장 커다란 이유는 민주노동당이 대선투쟁에서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의 정치사업 전반에서 반자본주의적 기조를 분명히 하지 못하여 독자적인 노동자정치의 실천에 실패하고 그 결과 열우당 2중대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근본적인 쇄신방향은 ‘반자본주의 정치투쟁기조 예각화’가 되어야 한다. 자유주의정치세력은 자본주의 모순 심화에 자본주의적 신자유주의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민생파탄과 사회양극화를 초래해 몰락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정세에 진보적 방식 즉, 민생파탄과 사회양극화의 원인이 자본주의 자체에 있음을 정직하게 폭로하고, 체제에 도전하는 급진적인 투쟁으로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자유주의정치세력과 별 차이없는 무능력한 한 묶음의 진보개혁세력으로 낙인찍혀 동반몰락했다.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자유주의정치세력 2중대에서 벗어나고, 진정 노동자정당, 진보정당 다운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반자본주의 정치투쟁기조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2월 3일 당대회는 민주노동당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다. 이번 당대회가 민주노동당이 확고한 반자본주의정당으로 바로 서는 기회가 아니라, 전혀 본질적이지 않은 논쟁으로 지리멸렬해지고 핵심을 빗겨간 비대위의 제2창당안을 별다른 문제의식없이 추인하는 자리가 된다면, 민주노동당은 회생불능의 정치적 몰락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반자본주의정당으로 다시 서는 것만이 민주노동당이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008년 2월 1일

노동해방실천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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