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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불리기식 진보대연합은 무의미하다

2007/07/19 ㅣ 이장규

민주노동당이 이른바 ‘진보대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을 계기로, 오른쪽으로는 임종인-지금종-이수호 등이 참여하고 있는 소위 ‘미래구상 좌파’ 등 노무현에 실망한 시민운동세력 및 ‘개혁적 대중’들을 끌어들이고 왼쪽으로는 사회당이나 노힘 등 당 밖의 좌파세력들을 포괄해 보자는 것이다.

진보대연합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로 생각이 일정부분 다르다 해도,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같이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해나가는 것이 연대연합의 기본원리이니까. 문제는 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다함께 등은 이런저런 기준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역량이 안된다면 실천할 주체를 세우기 위해 얼마나 힘을 썼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소위 ‘미래구상 좌파’라는 사람들이 명망가들 몇 명을 규합한 것 말고 얼마나 실제적인 주체형성노력을 기울였는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몇몇 명망가들과 결합한다고 해서 ‘개혁적 대중’이 얼마나 호응할런 지도 불확실하다. 아니 ‘개혁적 대중’이란 게 과연 있기는 한 것인가? 실제로 존재하는 대중의 대부분은 민주노동당에서조차 희망을 찾지 못한 비정규직과 서민들이다. 미래구상이나 다함께 등이 상정하는 개혁과 진보의 중간지대에서 서성이는 대중이란 실제로는 일부 인텔리들 이상은 아니다.

‘오른쪽’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왼쪽’이라고 이야기되는 사회당이나 노힘을 보자. 지금의 사회당이 과연 민주노동당보다 더 왼쪽인지조차 불분명하다. 지금 사회당이 내세우고 있는 ‘사회적 공화주의’가 도대체 계급적 좌파와 어떤 내용적 연관을 갖는가? 그것은 잘 봐주어야 한때 사회당이 그렇게 비판했던 조선노동당의 2단계 혁명론의 아류가 아닐까? 노힘도 마찬가지다. 노힘은 말로는 민주노동당보다 더 계급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실제로 그 원칙에 충실한지는 알 수 없다. 민투위 문제는 단순히 한때의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노동운동이 전투적 조합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주의와 노동해방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시금석이었다. 기존의 인간관계보다는 계급적 원칙을 우선하는 것이 좌파의 기본 아니던가?

그럼 좌우 모두 별 볼 일 없으니 민주노동당이 제일 낫고 그냥 이대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결코 아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우리 민주노동당이다. 그래도 민주노동당은 그 중 가장 힘이 있으며 대중운동과의 결합도도 가장 강하다. 그런데 당이 그동안 제대로 한 것이 과연 무엇이 있었는가? 당 밖의 비판은 제쳐두더라도, 당원들에게조차 신뢰를 못 받고 있지 않는가? 의회나 각종 회의석상 말고 현장에서 직접 대중들과 함께 선전하고 조직하고 투쟁하는 것, 그들의 분노를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차원으로 고양시키는 것, 의회를 하나의 선전선동공간으로 활용해서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확장해나가는 것 - 그 어느 것에서도 민주노동당은 무능했다. 한 마디로 덩치만 클 뿐 싸울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맏형’이랍시고 진보대연합을 주도하겠다고? 비슷하게 덩치에만 관심을 갖는 일부를 제외하면 누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 자신을 포함하여 거의 모두에게 비판을 늘어놓았지만, 이미 말했듯이 연대 그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다. 시민운동이든 사회적 공화주의든 전투적 조합주의든 모두 일정한 의의는 있으며 각자 자신의 내용을 충실히 하는 가운데 차이를 인정하고 연대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문제는 그것이 진정 유의미하려면 각자의 혁신이 먼저라는 것이다. 스스로 굳게 설 때만이 다른 사람과 어깨를 겯을 수 있는 법이다. 세불리기식 진보대연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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