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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선후보 통일공약 비판

2007/06/04 ㅣ 김광수

사상적 허약성과 고민 없는 통일방안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이 다가오자, 이미 후보등록을 마친 대선후보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통일공약을 내놓았다.
심상정 후보는 '한반도평화경제공동체'를 제시하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지향하는 통일국가는 1국가-2체제-2정부로 정리한다. 1단계, 남북간 신뢰회복체제를 이루는 종전선언기. 2단계 전략대화체제를 이루는 평화협정기를 거쳐 한반도의회를 설치해 의원단과 집행위원회를 선출하고, 한반도 헌장에 의해 하나의 국가로 기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3단계 한반도평화경제연합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3대 전략목표와 8대 실행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는 'P+1 코리아구상'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 'P+1 평화체제' 3대원칙을 제시하고, 2국가-2체제-2정부 형태의 '코리아연합'과 1국가-2체제-2정부 형태의 ‘코리아연방’ 단계를 거쳐, “정치.사회.경제적 통합까지 이뤄내는 1국가-1체제-1정부 형태의 단일국가를 지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연합연방통일공화국' 수립을 위한 '3단계 남북공동조치'를 제기했다. 1단계 '남북한 전면적 신뢰관계 구축 공동조치'를 통한 '연합연방통일공화국'의 발판 마련, 2단계 '남북관계 공고화 공동조치', 3단계 '평화체제 구축 공동조치'로 요약되며, 연합연방통일공화국은 1국가-2체제-2정부의 형태로, 연방헌법에 기초한 통일국가라고 주장한다.

모든 후보들이 6.15선언에서 이야기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근거로 통일방안에서 국가연합 단계를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6.15선언에 나온 낮은 연방제에 대한 북측과 남측의 인식이 판이하게 다른 현실, 즉 북은 연방제에 대한 합의로, 남은 국가연합에 대한 합의로 보고 있는 동상이몽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자신들의 통일방안이 북한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그 배짱이 부럽다. 여러 차례 북한은 정당하게도 국가연합이 사실상 분단체제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던 것이다. 체제가 다르고 발전지향이 다른 두 나라가 연합단계를 아무리 지속한다 하더라고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는 일은 쉽사리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 후보 공히 국가연합을 거쳐 2개의 체제가 공존하는 연방제를 제시하고 있는 점은 심사숙고 없는 엉터리 통일방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이것은 북의 고려 연방제 통일방안이 상이한 두 체제가 하나의 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주장함으로서 계속해서 비판받아왔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국가연합단계를 50년 정도 지속하면서 꾸준히 북한사회를 자본주의 시장체제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는 김대중의 통일방안이 훨씬 현실적이다. 즉 김대중은 두 체제가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배제하고 자본주의 흡수통일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상이한 두 체제가 어설프게 통일을 이루면 비극적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미 가까운 예로 북예멘과 남예멘이 상이한 체제하에 한 나라로 통일되었지만 채 5년도 못가 무력충돌이 일어났던 것을 들 수 있다.

2체제 1국가의 허상이 드러난 예멘 사례

90년 통일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북예멘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 남예멘은 맑스-레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주의 체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분단상황에서 무력충돌-평화협정-통일원칙 합의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던 중, 1989년 다시 정상회담을 갖고 통일헌법안을 승인하였으며, 1990년 5월 통일을 선포함으로써 일단 합의에 의하여 통일을 이루었다. 통일조약에서 합의된 권력배분은 남북간 대등한 배분이다. 예를 들면 북예멘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맡고 남에멘은 부통령, 총리, 내무장관, 외무장관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남북예멘의 지도자들은 정치적 통합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통일 후의 사회 통합정책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정부기구는 확대되었고 비효율적이 되었다. 그리고 관료나 군인의 명령계통과 책임의 소재는 불명확했다. 더욱이 사회통합의 기조로 내세운 이슬람 교리에 대해 남북예멘 주민간 갈등이 노정되었다. 북예멘 보수주의자들은 이슬람 율법을 ‘모든 법의 유일한 근원’으로 삼기를 바랐으며, 남예멘의 중산층들은 이슬람 율법의 불합리성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차이는 일부다처제, 여성의 사회활동 문제, 음주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하였다. 이런 와중에 주민간 불신이 증가하고 갈등이 첨예화되어 반정부 시위, 노동자 파업, 주민 폭동이 빈번히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사회혼란은 경제사정의 악화에도 일부 원인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남북예멘 정치인들이 세력과시를 위하여 사회집단들의 시위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남예멘의 지도자들은 집무를 거부하고 남예멘의 수도였던 아덴으로 철수하였다. 이런 위기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1994년 남북예멘의 지도자들은 다시 회동하고 권력배분 문제 등 위기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평화협정 후 알비드 부통령(남예멘)이 사우디를 경유하고 아덴으로 귀향하자 살레 대통령(북예멘)은 부통령을 의심하게 되었다. 결국 양측간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여기서 북예멘이 승리함으로써 재통합되었다.

남북도 상이한 체제로 통합되었을 때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자본가들의 사보타지와 같은 사회적 갈등에 대처할 방법이 전혀 존재할 수 없다. 연방정부의 경찰이나 군대는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게 되고, 혹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곧바로 내전상황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주의 북측 정부가 남한자본의 무분별한 착취를 방치할 리 없고, 남측 정부가 북한정부를 지지하는 남쪽의 반정부 시위를 용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런 내전 상황은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다.

남북한 체제 동질성을 확보하려는 전망이 요구된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은 한결같이 통일경제를 이루기 위해 대규모의 대북투자를 강조한다. 그러나 남북한의 체제 동질성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북한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시장논리를 벗어나서는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재원이 자본주의 남한에서 나오는 한 정부기금마저도 시장논리, 투자회수, 투자이익 등의 논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논리가 개입하는 한 북한 인프라 투자는 난망한 일이라는 것이다. 통일이전에 남한의 경제지원과 관련해서도 체제 유사성이 문제가 된다. 통일이 된 독일의 경우, 그래도 서독이 사민주의적 길을 갔었기 때문에 조세부담율이 40%대에 이르고, 정부가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있었다. 남쪽은 고작 조세부담율이 21%이고, 세금 적게 내고 대충 사는 삶에 익숙해져, 심지어 수도요금도 수도세라고 부르는 나라다. 양국의 체제가 극단적으로 다른 가운데, 사회경제적 통합의 가능성을 접어두고 통일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통일을 안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본가들은 북한이 시장경제로 접근하는 것을 전제로 통일비용을 떠들고 있는데, 이는 통일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북한 경제와 민중에 대한 강탈을 전제로 하고 있는 이야기다.

따라서 체제의 동질성을 확보하면서 통일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남쪽의 체제를 사회주의 혹은 사회주의와 유사한 체제로 밀고 가는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연방제 통일을 꾀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이 통일을 말하기 위해서는 남쪽 자본주의 사회의 심화되어가는 모순을 폭로하고, 새로운 사회운영원리로서 사회주의 원리의 강화를 강력히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세 후보 모두 체제 동질성을 전제로 한 연방제 통일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말도 안 되는 국가연합이나 내세우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1국 2체제를 내세우는 태도는 이들 모두가 통일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없다는 반증이자 자본주의 사회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부족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민중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통일을 꿈꾸기 위해서는 남한사회체제의 사회주의적 개조를 추진할 수 있는 사회주의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 선출에서도 이러한 기준에 합당한 후보가 나와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진정한 통일운동가라면 민주노동당 사회주의 후보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 통일을 이루는 사회주의 후보의 출현을 어느 때보다도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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