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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당원제 도입으로 제2의 거창사건을 예방하자

2006/06/16 ㅣ (문창호)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5·31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개시 하루 전날인 17일 새벽 거창군 웅앙면 죽림마을 입구에서 군의원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 김 모씨의 선거운동원 2명이 유권자에게 돈봉투를 건네다 주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수사관들에 의해 현장에서 검거됐다. 김 씨는 지역주민들에게 돌릴 목적으로 운동원들에게 500만원을 줬고, 검거시에 운동원들의 차량에서는 현금 270만원이 남아있었다. 민주노동당 후보가 공직선거에서 돈봉투를 돌리다가 적발된 것은 2000년 창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정당들이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추구와 기득권의 보호를 위해 정치를 어지럽히는 것에 반대하여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창당한 민주노동당이 유권자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이해시키고 설득함으로써 선택받는 것이 아닌 돈봉투로 표를 사려고 했다는 것은 스스로 진보정당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거창사건은 민주노동당을 두 번 죽였다. 유일한 강점이었던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클린정당을 죽였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각종 부정부패비리를 저지를 때마다 도덕성의 비교우위를 내세워 맹공을 가했던 호통정당을 죽였다. 대신 민주노동당은 현찰박치기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방선거 승리를 향해 돛을 올리기도 전에 역풍을 맞아버린 민주노동당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극약처방으로 재빨리 수습하려했다. 민주노동당은 18일 사건 당사자인 김 모씨의 공천취소 및 당적제명뿐만 아니라 거창지역 모든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기로 발표했다. 그리고 선거 이후 경남도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과 공직후보자의 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제도적 정비작업을 진행할 것임을 결정했다. 김선동 선대본부장은 "기초의원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거창의 모든 후보자의 공천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히며 "비리후보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서서 거창군 위원회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당이 책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정당들이 비리 혐의 당원들에 대해 개인적으로만 책임을 묻고 징계를 주는 것과 달리 민주노동당은 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차별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적 조치들로는 충분치 않다. 거창사건은 병상에서 앓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신음이다. 제2, 제3의 거창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뿌리를 잘라내야 한다.

거창사건의 연출자인 김 모씨는 그동안 거창군 위원장을 맡아왔었다. 진보정당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주요당직을 맡아왔었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의 위기를 드러내준다. 당이 대중조직이 아닌 정치적 결사인 이상, 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정신에 대한 동의는 당원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진보정당이라면 당원들의 정치적 소양을 발전시키고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정신에 대한 동의수준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무분별한 당원확대와 부실한 당원교육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약화시켜왔다. 거창군위원회는 민주노동당과 전국농민총연맹의 연대로 작년에 새로 생겼으며, 김 모씨는 거창군 농민회장이었었다.

거창사건은 당정체성 약화의 징후이다. 약화된 당정체성의 회복을 위해서 민주노동당은 무분별한 당원확대를 경계하고, 당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당원들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의 공간을 마련하고 확대하여 당의 진보적 이념과 정신이 정당활동의 중심에 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비당원제는 당정체성 강화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비당원제는 당원가입 후 일정기간을 신입당원이 예비당원으로서 당의 이념과 정체성에 대해서 이해하고, 정치적 소양을 발전시키고 당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도록 하는 기간으로 활용하는 제도이다. 기존당원이 신입당원과 함께 참여하는 신입당원교육 프로그램은 당원들이 당의 진보적 이념과 정신을 내면화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진보정당활동을 수행할 주체들을 형성해낼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예비당원제 도입으로 거창사건의 교훈을 실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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