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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으로 버틴 법치주의자들의 종말

2009/02/06 ㅣ 박남일 (저술노동자)

역사 속에서 냉혹한 법치주의자로 잘 알려진 사람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정치가로 <상군서>를 쓴 상앙(商鞅, 기원전390-338년)이다. 상앙은 위(魏)나라에서 태어났다. 젊었을 때는 위나라 재상 공숙좌(公叔座)의 집안일을 맡아보는 ‘중서자’라는 직에 있었다. 비록 서얼 출신의 하급직이었지만, 상앙은 그 타고난 똑똑함으로 공숙좌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런데 공숙좌가 죽을병에 걸렸다. 그때 위나라 혜왕이 친히 문병을 왔다. 혜왕은 재상의 병환이 깊은 것을 보고는 “이제 누구에게 사직을 맡겨야 하는가”라고 탄식을 한다. 그러자 공숙좌는 상앙을 후임자로 추천하였다. 하지만 혜왕은 상앙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눈치였다.

그런 혜왕에게 공숙좌는 “상앙을 쓰기 꺼린다면 차라리 그를 죽이라”고 충고하였다. 상앙이 나라 밖으로 나가게 되면 화근이 된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상앙에게는 어서 도망치라고 권하였다. 하지만 혜왕은 공숙좌의 충고를 망령된 노인의 헛소리로 치부했다. 상앙 또한 도망치지 않았다. 그 사이 공숙좌는 죽었다.

냉혹한 법치주의자의 전형 상앙(商鞅)

세월이 흘러, 이웃 진(秦)나라 효공이 똑똑한 신하를 모집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상앙은 기다렸다는 듯이 진나라로 건너갔다. 그리고 효공 앞에서, 세 번에 걸쳐, 자신의 정치사상을 담은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였다.

이상(理想)정치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우둔한 고객의 요구를 간파한 상앙은, 줄곧 ‘패자의 도’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리하여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법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오로지 힘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꿈에 사로잡혀 있었던 효공은 상앙에게 반하여 그를 자신의 ‘브레인’으로 중용하였다.

자신의 충성심을 검증받기 위하여 상앙은 곧바로 냉혹한 법치를 펼쳤다. 오로지 ‘부국강병’이라는 명분 하나로 여러 가지 악법을 새로 만들었다. 두 팔다리와 머리를 수레에 매달아 사람을 찢어 죽이는 ‘거열(車裂)’을 비롯하여 온갖 잔혹한 형벌도 고안해냈다.

또 다섯 집이나 열 집을 한 조로 하여 서로 죄를 감시케 하였다. 그리고 구역 안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웠다. 죄를 고발하지 않거나 죄인을 숨겨주는 자는 허리를 자르는 형에 처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강력한 법을 집행한 지 십년 쯤 지나자 모든 백성이 법을 잘 지켰다. 길에 떨어진 물건도 몰래 줍는 사람이 없었고, 도둑질은 더더욱 줄어들었다. 백성은 전쟁에 나가면 용감하게 싸웠지만, 사사로운 다툼은 서로 참았다.

백성들 중에는 “예전에는 새 법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편리하다”며 아부성 발언을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자 상앙은 이들마저 “교화를 어지럽게 한다”며 모조리 변방으로 쫓아버렸다. 나라 법에 대하여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았다.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서 나라는 늘 조용했다.

탁월한 공적을 쌓은 상앙이 진나라 재상이 되었다. 외출을 할 때는 수레 수십 대의 호위를 받을 정도로 그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던가. 종실과 외척들 사이에서 원망이 터져 나왔다. 선비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그리고 몇 달 뒤, 상앙을 총애하던 효공이 죽고, 새로 혜문왕이 즉위하였다. 그와 때를 맞추어 왕실 측근들은 상앙이 반역을 도모하였다고 모함을 하였다. 혜문왕은 상앙을 잡아 죽이려고 하였다. 상앙은 줄행랑을 놓았다. 그리고 국경에 이르러 객사를 찾았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 객사주인은 손을 내젓는다.

“상군(상앙)의 법률에 증명서가 없는 손님을 재우게 되면 책임을 묻는다고 했습니다.”

상앙은 통탄하였다. 결국 자신이 시행한 강력한 법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온 것이었다. 오갈 데 없어진 상앙은 고향인 위나라로 갔다. 하지만 위나라 사람들은 상앙이 공자 앙을 속인 일을 비난하며, 그를 추방하였다.

그러자 다시 진나라로 돌아온 상앙은 자신의 영지에서 군사를 모아 진짜 반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진나라 군대에 붙들린 상앙은, 일찍이 그 자신이 고안한 ‘거열형’에 따라 잔혹하게 처형당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마키아벨리와 로베스피에르의 합체(合體)

맹자가 살던 시대에 극단적인 법가사상을 펼치며 냉혹한 통치를 부르짖은 상앙. 그를 일러 역사가들은 흔히 ‘동양의 마키아벨리(1469-1527)’라고 한다. 서양 정치사에서 가장 못돼먹은 정치사상가인 그는 저 유명한 <군주론>의 저자로, 또 ‘교활한 이중인격자’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사실 상앙의 행적을 가장 잘 흉내 낸 사람은 ‘로베스피에르(1758-1794)’일 것이다. 프랑스 혁명기에 ‘기요틴’으로 공포정치를 휘두르다가 그 자신도 결국 기요틴에 목이 달아난 그 공포의 정치가 말이다.

하지만 멀리 갈 것 까지도 없다. 절대 다수의 서민을 향하여 ‘냉혹한 법치’를 휘두르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부르주아 여당이야말로 상앙의 후예들이이며 마키아벨리와 로베스피에르의 단점을 모아놓은 합체(合體)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란 도덕적 규율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군주는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폭력이나 기만과 같은 비도적적인 수단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늘날 남한 부르주아 집행기구인 이명박 정권에는 반가운 말씀들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진짜 교훈이 되는 말씀은 <군주론>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다.

“군주는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아야 하지만, 사랑받지 못한다면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대중적 지지율이 술집 화장실 밑바닥을 헤매는 이명박 정권은 당연히 후자를 국정 전략으로 택했다. 군주를 보고 대들거나 히죽거리는 놈들은 다 잡아 패서 공포분위기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엄정한 법집행’이다.

광우병 쇠고기 먹기 싫다고 촛불을 치켜든 시민들은 밟아버리고, 일제고사 거부한 교사의 밥줄은 잘라 버리고, 또 청와대 지하에 ‘전쟁 상황실’을 차려 놓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와 떠들썩한 전쟁을 벌이는 따위가 그렇다.

그러더니 마침내 농성중인 용산 철거민 40여 명을 경찰 1600명으로 에워싸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떼죽음을 몰고 왔다. ‘떼법’에는 ‘떼죽음’으로 응징하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엄(嚴)한 것은 맞는데, 정(正)한 데는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다.

일찍이 이들은 이른바 ‘사회개혁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85개 법안을 들이밀었다. 그나마 여당에서 추리고 추려 최종 통과될 법안으로 상정한 게 그 정도라고 한다. 거기에는 방송법 등 7대 언론관계법과 휴대전화 도청을 허용한 ‘통신비밀법 개정안’, 국정원의 기능을 대폭 강화한 국정원법, ‘마스크처벌법’, ‘사이버모욕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강한 법은 사회질서 유지에 도움이 될까? 아마 겉으로는 그럴 것이다. 그들은 ‘냉혹한 법치’로 백성의 피를 말리며 신노예제에 의한 약탈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가동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언제까지나 법의 ‘집행자’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상앙과 로베스피에르가 그랬듯이, 남한 부르주아 집행부의 간부들 또한 자신들이 쳐 놓은 덫에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다.

법을 무기 삼아 파시즘의 깃발을 올리려 발광하는 부르주아 집행부 간부들에게 충고한다. 악법으로 버틴 법치주의자들의 종말을 기억하라. 이미 그대들은 무시와 조롱의 대상이다. 현명한 민중은 당신들을 겁내지 않는다.

진정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냉혹한 법치가 아니라 자발적 통제다. 악법보다는 ‘떼법’이 백배 낫다. 명심하라. 사실 부르주아들이 찬양해마지 않는 ‘민주주의’라는 것도 같잖은 ‘악법’에 저항한 ‘떼법’의 역사 속에서 성숙해온 것임을.

박남일 - 자신을 저술노동자라고 부르는 박남일은 현재 인문서 출판기획과 저술활동을 하면서 칼럼을 연재한다. 청년심산문학상, 창작문학상 등을 받았고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청소년을 위한 혁명의 세계사>, <꿈 너머 꿈을 꾸다-정도전의 조선창업프로젝트> 등을 지었으며, KBS에 방연된 <역사의 라이벌>(전4권) 등을 엮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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