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한 장짜리 글이라도 반드시 글을 쓰는 목적과, 그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그 주제를 뒷받침할 소재가 있습니다. 이처럼 목적과 주제, 그리고 소재를 정하였다면 이제는 그것을 구성하여 표현할 차례입니다. 어떻게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길일까? 이번에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좋은 글은 우선 새로워야 할 것입니다. ‘독창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낡은 생각들, 즉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나열한 것은 좋은 글이 아닙니다. 조선시대에 ‘모방 능력’을 평가하여 관료를 뽑던 ‘과거시험’ 관습에 젖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글쓰기에서는 독창성이 무척 중요합니다. ‘과거(科擧)시험’은 소리 그대로 ‘과거(過去)’일 뿐이지요. 흔히 ‘모방은 창조를 낳는 어미’라고 하지만, ‘모방’만 있고 ‘창조’가 없는 글은 ‘표절’일 뿐입니다. 그런 글이 굳이 필요하다면 힘들여 손으로 쓰지 말고 성능 좋은 ‘복사기’를 활용하는 게 좋겠지요.

그렇다면 독창성이 있으면 무조건 좋은 글일까요? 예컨대 ‘전쟁은 평화를 지켜주는 파수꾼’이라는 내용으로 쓴 글은 어떻습니까? 또 그림문자(이모티콘)를 마구 활용한 글이나, 문법을 제멋대로 파기하여 쓴 글은 어떤가요? 두 가지 다 독창성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앞엣것은 내용면에서, 뒤엣것은 형식면에서 보편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보편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독창성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두 번째 조건은 바로 ‘보편성’인 것입니다.

한편, 글을 마실 것에 견주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저급한 삼류소설은 ‘술’입니다. 이런 글은 읽는이를 취하게 합니다. 또 아무런 기교도 없고, 멋도 없는 글은 맹물입니다. 맹물은 술보다 건강에 이롭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별 맛이 없습니다. 좋은 글은 열심히 땀 흘려 노동한 다음에 들이키는 막걸리 한 잔처럼 후련하고 시원한 맛이 납니다. 느끼하지 않고 진부하지도 않아서 상큼한 맛이 나는 글, 그런 글을 ‘참신하다’고 합니다. 좋은 글은 ‘참신함’이 생명입니다.

참신함이란 ‘새로운 자극’을 일으키는 말입니다. 참신함이란 진부함과 상대되는 말입니다. 구체적인 용어, 구체화된 상황으로 말할수록 글은 참신해집니다. 요컨대 ‘조국해방’, ‘반미자주’ 따위처럼 수십 년 동안 집회 깃발을 장식하던 말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평등한 세상’을 주장하고 싶다면 범위가 너무 넓은 관념적인 말보다는 뜻이 좁은 구체적인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써서 낡고 진부한 말보다는 다른 이가 아직 쓰지 않은 싱싱한 말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구체성’은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네 번째 조건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네 가지 조건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한 장짜리 글에 완결미를 부여하는 것은 ‘논리’와 ‘감성’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것이 바로 지성입니다. 그렇습니다. 좋은 글에는 지성미가 넘칩니다. 지성은 단순히 지식을 나열된 지식과 정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생각의 힘을 말합니다. 즉 지식과 정보에다 지혜를 더해야 지성이 되는 것입니다. 가령 ‘9시 뉴스’를 진행하는 보도실 뒤편에 감추어진 진실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힘입니다. 사상적으로 건강한 노동자에게서는 지성이 묻어납니다. 그런 분들이 쓰는 글에서도 당연히 ‘지성미’가 넘치겠지요.

한편, 번뜩이는 지성은 날이 서기 쉽습니다. 지나치게 날카로운 지성은 보이는 것 모두를 난도질하여 가루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가루가 되어 풀풀 날리는 글과 문장을 잘 반죽하고 익혀서 먹기 좋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감성입니다. 아름다운 감성, 즉 ‘감성미’ 넘치는 글이야말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충동을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독창성, 보편성, 참신함, 구체성, 지성미, 감성미. 이 여섯 가지가 바로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장짜리 글쓰기」 연재를 시작하며

1. ‘한 장’의 미학(美學)

2. 소재를 도구로 주제를 설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