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좌 제목을 <한 장 짜리 글 쓰기>라고 붙인 것을 두고 왜 하필이면 ‘한 장’이냐고 묻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왕에 강좌를 열 바에야 ‘긴 글’ 쓰는 법도 좀 다루었으면, 하는 요청도 있을 줄로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뜻이 집약된 한 줄 짜리 현수막 문안으로도 노동대중의 눈길과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과 투쟁 현장에서 제작된 ‘유인물’이나, 기관지 등 각종 매체의 기사나 칼럼도 대부분 한두 장 분량을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장’인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한 ‘한 장’이란 A4용지 한 장을 말하는 것이며, 이를 글자수로 환산하면 1500자 안팎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강좌의 제목을 ‘1500자 글쓰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아주 오래 된 격언처럼, 펜이 칼보다 강한 것이라면, 그래서 노동자계급이 주도하는 변혁의 무기로 삼을 수 있다면, 그 무기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야 할 것입니다. 너무 무거우면 둔탁하여 쓸모가 없고, 너무 가벼우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유인물이 대부분 한 장으로 만들어져 있듯이 말입니다.

더불어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완결되게 써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조와 문장에서 완결성이 돋보이는 한 장 짜리 논평이나 칼럼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은 수백 쪽 되는 책도 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거의 모든 글은 결국 한 줄을 늘여 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을 흔히 ‘주제’라 말하지요. 그 ‘한 줄’을 ‘한 장’에 늘여 놓기도 하고 수백 장으로 늘여 놓기도 하는데, 이때 예리함과 참신함이 돋보이는 한 장 짜리 글 한 편이 강력한 설득력을 갖춘 선전의 도구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한편 노동과 투쟁의 현장에서 우리가 다루는 글은 주로 ‘주장’을 담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모든 주장이 설득력을 갖춘 것은 아닙니다. 또한 설득력이 없는 주장은 ‘공허한 외침’이나 ‘강요’에 머무를 뿐입니다. 좋은 글은 독자를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나아가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흔히 ‘자본주의의 꽃’으로 비유되는 상업광고에서 툭하면 ‘고객감동’이라는 용어가 튀어나오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본의 수호자들이 현란한 그림과 세련된 문구(文句)로 소비자의 의식을 몽롱하게 마취시킨다면, 우리는 일하는 민중과 노동자계급의 건강한 가슴에 ‘충동’을 일으킬 ‘한 장 짜리 글’로 해독제를 놓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바로 ‘한 장’의 미학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