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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운동,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 [릴레이인터뷰(7)]
- 김광호 원주지역 활동가 -

2010/09/14 ㅣ

[민주노조운동이 이제 위기 논쟁을 지나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전망을 상실한 채 방향을 잡지못하고 있다.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지도부 총사퇴를 몇 번이나 겪으면서 민주노조운동은 혁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혁신은 지체되었고 위기는 만성화되었다. 특히 지난해 직선제가 유보되면서 민주노총 임원 선거 자체가 상층 관료들만의 권력배분의 장으로 전락해버리면서, 선거 시기 '혁신'이라는 단어 역시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만들어나가는 자의 것이기에, 관성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방법을 구하는 실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에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기관지위원회에서는 ‘민주노조운동, 과연 그 미래는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조운동 위기의 실체와 그 원인, 해결 방법에 대해서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심도있는 릴레이인터뷰를 기획했다.

일곱번째 인터뷰는 김광호 원주지역 활동가를 선정했다.]



1. 원주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신다. 원주지역 현장 상황이나 지역 상황, 투쟁 현황 등을 간단하게 말씀해달라.

-> 원주지역은 민주노총 지역지부의 관할권으로 보면 원주와 횡성, 영월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강원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이제 30만을 조금 넘어서 작은 중소도시입니다. 대개 지자체가 허약한 재정자립도를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개발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혁신도시, 기업도시, 골프장 등으로 지역개발문제가 심각한 도시입니다.
이런 개발문제로 인해서 지역에서는 몇 년째 골프장반대투쟁이 진행되고 있고, 혁신도시 이전과 연관된 군사격장 이전 반대투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상지대 구비리재단의 복귀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차원에서는 원주시의 가로청소 대행업체인 환경미화원의 투쟁이 승리하면서 관련 환경업종에서의 노동조합이 건설되고 있는 것이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체불임금과 노동조건 등의 문제로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습니다.


2. (위기 해결 기치로서 반자본주의, 해결방향으로서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의 발전) 위기의 원인 자체에 대한 진단이 나름 건강한 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도 공통된 것도 있고 동의되지 않거나 강조점이 다른 것도 있다. 관료주의 문제나 무늬만 산별 또는 지역연대약화는 공통된 반면, 민주노조운동이 반자본주의적 기치를 강화하고 사회주의 노동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은 아직 충분히 대중적인 공감대가 부족해 보인다. 어떻게 판단하는가? 더 나아가 무엇이 사회주의 노동운동인가에 대한 인식 자체도 현재 민주노조운동 진영 내에 부족한 게 현실 아닌가?

-> 요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왜 노동운동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기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커다란 문제는 활동가들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중은 노동조합 간부 등 활동가들을 통해서 운동에 참여하고 미래를 진단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간부 등 활동가들이 실리주의에 매몰되었기 때문입니다. 실리주의는 패배주의, 관료주의, 조합주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이후 활동가들은 지침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 이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집행에 책임을 지는 기풍은 사라진 것입니다. 가장 커다란 원인을 보자면 혁명적 노동운동에 대한 조직적인 고민과 토론, 학습이 없어진 것이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고, 어떠한 조직으로 단결하고 투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사회주의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사회주의의 패배로부터 교훈을 얻는다고 개량주의적 대안을 마구 쏱아내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지역연대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책들을 좀더 말씀해 달라.

-> 운동은 함께 하는 것이고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 한다는 것은 단순한 몸대주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투쟁의 전술까지도 함께 공동으로 논의하고 공동으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운동은 여전히 전문성 등등을 말하면서 운동의 영역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연대를 가로막는 이유의 하나입니다.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그것 아닌가요? “여긴 뭐하러 왔어?” 강고한 연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공동의 실천을 꾸준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하고,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소수이더라도 함께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활동가와 조합원대중의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계급적 대안을 분명히 하면서. 될 때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방법은 서로 머리를 맞대면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노동조합운동에 특별히 한 마디 하자면, 공장의 벽을 넘어서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조합주의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이라는 틀이 강요하는 것입니다. 사실 계급의 전선은 노동조합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최근 개량주의적 운동이 횡횡하면서 오히려 전투적조합주의가 마치 원칙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직접적인 문제 외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울타리를 넓히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 속칭 사회적 의제를 주장하는 것, 시민단체와 함께 하는 형식적 연대운동은 계급적 운동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4. (노동자 계급의 사상) 위기의 시절일수록 노동자 계급의 사상 투쟁이 더 중요한게 아니냐라는 판단이 든다. 자본주의가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상과 이데올로기에서 기본적으로 자본가 계급에게 밀리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활동가들이 사상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 최근 많은 곳에서 노동자의 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실무적인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급의 무기를 벼려야할 활동가들도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자본가계급의 조직적인 이데올로기공세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데올로기투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계급운동의 승리에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에 대하여 체계적인 학습프로그램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활동가들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민주노조운동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문화다. 노동자문화에 반자본주의적 상상력을 발휘할 때 대안적인 문화가 창출되지 않겠나? 혹 이와 관련해서 고민하고 계신게 있으면 말씀해달라.

-> 반자본주의적 상상력이라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저는 반자본주의적 삶을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대와 상부구조, 존재와 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야 완성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적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투쟁을 하면서도 자본주의적 삶을 살아간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경기도당 의원들이 주택관련 세금을 조정하려고 했던 모습이나, 노동자인 철거민들의 삶을 파괴했던 용산학살, 노동자 때려잡으로고 자본가에게 주머니돈 털어주는 주식투기 등등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고 오히려 자본주의를 강화시켜주고 있던 것 아닌가요?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기금에 인색한 것도 그렇고. 따라서 비자본주의적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나누고, 자본주의적 소비를 줄이고,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과 함께 동거동락하는 삶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노동자의 문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본가계급의 이데올로기인 경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문화말입니다. 단순하게 예술분야로 좁혀서 본다면 최근의 운동진영의 문화제들도 비록 초청자가 민중가수라는 특수한 대상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노동자들이 자신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회적으로 소비하는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공동체적 삶, 비자본주의적 삶,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6. 지난 토론회 토론문을 보면 노동운동이 지역운동에 개입할 수 있는 두 개의 방향을 말씀하셨다. 계급의제와 사회적 의제였는데, 좀 더 자세히 말씀해달라. 계급 의제가 공장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라는 지적, 또 사회적 의제에 대한 계급적 의제를 공유하고 실천하자는 주장은 노동운동의 조합주의 비판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계급의제와 사회적 의제화, 또 사회적 의제의 계급의제화란 결국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강화라고 판단하고있는데, 김광호 동지의 견해를 듣고싶다.

->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 노동운동은이 개량주의에 찌들어 있습니다. 활동가들조차 조합원들을 핑계대면서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치 전투적조합주의가 원칙인 것처럼 대접받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판단을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만이 계급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주의야말로 우익의 개량주의만큼이나 혁명적 노동운동에 독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역편향으로 나타나는 것이 또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활동을 대안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참 암울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노동운동은 조합의 울타리를 넘어서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자본의 위기가 격화될수록 계급적 충돌은 곳곳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연관되어있다는 철학의 기본명제처럼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마치 생산현장에서의 활동만이 계급적인 활동인마냥 어깨에 힘을 주고 오만하게 행동하는 모습들도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임금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투쟁하면서도 말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대안으로 노동자학습과 지역적 실천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습을 통해서 내용을 채워가고 지역연대를 통해서 형식을 깨는 것입니다. 다만 지역연대는 앞에 말씀드렸듯이 형식적인 연대가 아니라 노든 것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집행하고 책임지는 연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급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모든 곳에서 계급적 대안으로, 조직적 힘으로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역의 활동가와 대중들과 함께 하는 해방연대(준)의 사회주의실천행동도 하나의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7. 지난 토론회 토론문을 보면 활동가 조직을 언급하셨다.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해방연대(준)의 경우 민주노조운동 내 사회주의 분파 건설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정당건설을 위해서도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한 태도 여하에 따라서 현장파라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이, 이제 반자본주의 혹은 사회주의로서 자기 정체성이나 경향성을 갖는 흐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김광호 동지의 견해를 듣고 싶다.

-> 지역에서 활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차원의 활동가조직을 고민하게 됩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고민의 틀이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주의를 목표로 하는 활동가조직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사회주의도 각기 주장하는 사람마다 모습이 다르지만. 혁명을 위해서는 혁명조직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사회주의를 꿈꾼다면 응당 그에 맞는 형식인 사회주의 활동가조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직을 만들 때 우리는 조직과 조직의 통합이라는 차원에서 많이 고민합니다. 그렇게 하면 세력을 쉽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 상층부의 야합으로 귀결되어 건강한 회원대중은 소외되고 그래서 믿음을 잃고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많은 고민이 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끈기를 가지고 대중과 함께 하는 조직건설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조급하게 세력을 확대하려고 하지 말고, 정말 건강한 활동가와 노동자대중을 중심으로 건설하는 튼튼한 조직말입니다. 현장에서, 지역에서, 부문에서 건설된 조직이 전국적인 영향력을 가진 혁명가조직이 되도록. 중요한 것은 소수일지라도 의지가 있는 활동가들이 먼저 시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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