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연대(준)에서는 3월 4일, 사회주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의 세부 주제는 두가지로 첫 번째는 ‘왜 지금 사회주의인가’였고, 두 번째 주제는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동안 해방연대(준)은 사회주의 운동을 전면화하고 사회주의적 요구를 대중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해방연대(준) 활동의 연장선에서 기획된 것으로, 사회주의에 대해서 보다 절실하고 심화된 논의를 촉발하고자 하였다.

토론회 전날 장소가 긴급하게 변경되면서 토론회에 참석하려고 하는 동지들에게 일부 혼란을 야기하였지만, 많은 동지들이 장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참석하여 근래에 보기 드문 열기를 보여준 토론회가 되었다.


활동가들의 사회주의에 대한 갈증을 확인한 토론회

사실 이번 토론회는 고민해야할 많은 것들을 남기고 끝나는 토론회가 되었다.

우선 이번 토론회의 두드러진 특징을 말하자면, 토론회 준비과정에서부터 토론회가 끝난 이후까지 전국의 활동가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91년 소련의 붕괴이후 사상적 공백기가 15년동안 지속되면서 사회주의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하였다. 이 시기동안 사회주의는 운동의 지향점이나 운동을 위한 내면적 준거 수준에 머무르고, 현실의 대안으로는 자리매김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은 격화되었고 이것은 현실의 모순이 심화되면서 민중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지만, 이러한 투쟁은 체제를 변혁하는 사회주의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번 토론회는 근래에 들어 최초로 현실의 실천적 대안으로서 사회주의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자 하였다.

사실 토론회 준비과정에서 ‘사회주의’라는 주제가 지금 시점에서 호소력이 있는 주제일 것이라고 생각은 하였지만, 막상 활동가들의 높은 관심을 접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방연대(준) 게시판과 문의전화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토론회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해주었다. 당일에는 토론회를 위해 멀리 지방에서 직접 상경한 동지들도 있었다.

이것은 현실의 대안으로서 ‘사회주의’가 몇몇 정치조직의 의식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고민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기실 전국의 많은 동지들이 현재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으로서 사회주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사회주의 운동을 위한 대중적 기반은 넓지 못하지만, 토론회 과정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위한 의식적 단초들이 형성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주의를 위한 풍부한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해

사회주의의 이론적 발전을 위한 출발점을 마련하였다는 점도 이번 토론회의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현실 사회주의의 오류를 경험한 조건에서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것을 토론자로 참석한 원영수 동지(노힘 회원)는 21세기 사회주의 운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토론회 과정에서는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문제도 거론되었는데 이것은 보다 심화된 토론이 필요한 과제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동지들 사이에서도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였다. 정성진 교수의 경우에는 현실 사회주의를 ‘국가자본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변형태로 보았으며, 일부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지만 주요한 성과들을 낳았던 사회주의로 보는 입장도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관점은 향후 보다 진지한 토론을 통해서 해결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판단이라고 할 것이다. 소련이나 북한에 대해서 다소 문제가 있지만 자본주의보다는 좋은 사회이라고 말하거나, 반대로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였다고 치부하는 것으로는 대중적 설득력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장석준 동지(전진 회원)는 노동해방의 대중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였는데, 앞서 말한 지점들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대중적 이미지의 형성 이전에 필요한 것은 현실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사회주의의 내용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치장되더라도 결국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두현 동지(해방연대(준) 대표)는 이러한 고민들을 중심으로 발제하였는데, 이것은 소련의 몰락이후 진행된 고민들의 잠정적 정리라고 평하였다. 성두현 동지는 ‘총체성’이라는 관점을 견지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회주의 사회의 경우에도 이러한 총체성이라는 관점하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총체적 관점에서 보면 사회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 반대도 동일하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찌되었든 생산수단이 국유화 되었으니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사회주의의 왜곡된 정치가 경제영역을 동시에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정치구조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면 사회주의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 또한 사회를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관점이다. 즉 사회주의를 국유화나 사적 소유제의 철폐 등으로 보는 법형식적 관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주의의 발전을 생산력의 발전으로만 파악하는 경제주의적 관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사회주의는 생산관계의 변혁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하며 ‘생산관계’는 인간관계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변혁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으로서 ‘인간해방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 운동’과 ‘문화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상식을 제기하면서 현실 사회주의의 일당제, 국가-당 융합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의 시기 복수정당제가 논의되었는데, 이 제안은 사회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의 한가지라 할 것이다. 즉 민주주의를 심화발전시키는 과정은 사회주의에서 본질적 부분이며, 이것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통치능력의 확장에 관한 부분과 사회의 이견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 파악할 수 있다. 후자에 대한 고민으로서 사회주의 복수정당제가 제기되었다. 일부에서는 부르조아정당까지 인정하는 복수정당제나 사회주의에서도 체제반대세력을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까지도 나왔다. 어느 것이 타당한가는 사회주의 세력의 논의과정과 현실운동의 발전 속에서 결정되겠지만, 이러한 논의들이 나온 것은 현실사회주의가 반대세력에 대한 불용이 내화된 체제였다는 반성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회주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동시간 상한제’, ‘사장 직선제’와 같은 제안들이나, 사회주의에서도 보편적 기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양준석 동지) 사회주의에 대한 보다 현실화된 고민들이 제기되었다. 이번 토론회가 이제 막 사회주의 대안에 대한 전면적 토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향후 토론이 진척된다면 보다 풍부한 논의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日暮途遠)'는 말이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느낀 바가 딱 이와 같았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주의를 내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큰 호응이 있었고, 사회주의 대안을 본격적으로 제기한다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운동이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사회주의라는 주제에 대해 보다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토론회 진행 중에 해방연대(준) 회원이 발제를 끊는 발언을 하면서 발제자가 발제를 중단하고 도중에 퇴장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사회주의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견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또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앞으로 열리는 2차 토론회에서는 보다 풍부한 논의들이 나올 것이라 기대해본다.


사회주의 기획토론회(1) "한국사회의 대안, 사회주의" 취지

[1부] 21세기 한국경제 - 자본주의 모순의 격화와 사회주의 대안의 현재성 -

[2부] 새로운 사회주의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해방연대(준) 사회주의 기획토론회를 바라보며 - 본격적인 사회주의 논의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운 토론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