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연맹구조는 기업노조가 노동자들에게 기업적 의식을 부여하듯이 업종/직종에 노동자 의식을 매몰시킨다. 조합 간부들조차 일년에 한번 연맹 전체간부들을 보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는 파벌과 인맥중심, 상근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상급단체에서 내려온 간부가 교섭권을 위임받아 진행하는 “대각선 교섭”은 교섭력의 증대라는 면에서 발전된 측면도 있지만 파견간부에게 교섭력이 집중되고, 현장대중의 의존성이 커지면서 자주성이 약화되는 폐해도 낳고 있다. 이것은 투쟁사업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연대투쟁과 연맹차원의 교섭과 유리시키게 된다. 따라서 연맹구조를 완전히 해체하고 단일 산별노조 건설로 산별노조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1. 지역중심 투쟁, 교섭,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지역중심의 조직체계로 개편

현재의 투쟁은 산별-연맹별로 진행된다고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각 기업별, 지부-지회별 조건의 상이함으로 인해 말뿐인 연맹별 투쟁이 진행된다. 전국적인 투쟁의 대오형성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 하이스코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연대 투쟁의 위력은 산별-업종별투쟁과 교섭방식보다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연대의 틀과 투쟁으로 조직할 수 있다. 더구나 노동계급의 의식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연맹구조보다는 직종과 업종을 넘어서고 노동자간에 긴밀한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지역연대구조가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제기한 대각선 교섭의 문제는 지역중심 연대구조 속에서 해결가능하다. 지역의 연대가 긴밀해질수록 교섭위원과 교섭과정에 대한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통제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일정한 지역 내에서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을 조직-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현재의 연맹구조보다 지역중심 체계가 훨씬 유효하다. 가령 한 개의 파견회사에서 동일한 업종으로 파견노동자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업종과 직종을 넘어서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파견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조직하는 것도 동일한 지역에서 업종과 직종을 넘어 조직해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부분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동일한 지역 안에서 업종과 직종을 뛰어넘어 이직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비정규직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중심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2. 연맹체계에서 지역체계로의 가교역할을 할 공장위원회 건설

단위사업장과 공장에 공장-사업장 위원회 건설로 모든 노동자의 요구를 조직하고 투쟁을 전개한다.

지금 정규직 노조의 현장대표성은 날로 축소되고 있다. 왜냐면 사실상 아무리 작은 규모의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비정규직노동자들과 미조직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조직적으로 포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정규직만의 노동조합으로는 사업장내의 모든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정규직-대공장 중심의 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모든 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에는 그 간의 경험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민주노총과 사업장 내의 대표성의 강화와 조직-투쟁력의 강화를 이룰 수 있는 체계의 건설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대안으로 사업장/공장위원회의 건설과 이를 통한 투쟁의 확산이 절실하다. 최근 조직력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대변하는 교섭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노동자의 요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요구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당사자인 비정규직노동자들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못하다. 비정규직노동자를 대상화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사자의 참여 없는 요구의 관철이란 있을 수 없거나 있다 해도 미약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공장 내 모든 노동자를 포함하는 공장 또는 사업장 위원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산별노조가 건설되면 비정규직문제도 해소되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지금의 산별노조운동은 비정규직 지부나 지회를 방치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사실에서 기존의 노조운동을 뛰어넘어서는 공장위원회 건설은 노동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공장위원회 건설과 관련해서 우리는 총회민주주의 확대와 강화를 주목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정규직화 요구만큼은 총투표, 나아가 총회 참여자를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만의 총회가 아닌 전체 공장-사업장 노동자 전체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총회투쟁의 조직화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고, 정규직 노동자의 계급의식 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공장위원회 총회투쟁은 노동조합민주주의의 강화와 노동자 총단결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공장위원회는 공장과 사업장 내의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노동조합을 뛰어넘는 기구이다. 공장 내의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대표체로서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건 아니건 간에 모든 노동자의 요구를 결집하고 이를 관철하는 투쟁과 조직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2007년 복수노조의 시행과 현재와 같은 정규직 비정규직의 분리, 공장내 업종-직종간 분리 등의 현실을 극복하고 공장,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자들을 단일하게 조직해낼 수 있는 대표체로서 공장위원회를 건설해나가야 한다. 이것은 현장단위에서 자본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가령 단위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과정이 발생할 것인데 복수의 노동조합간 요구와 교섭창구의 단일화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그 외에도 비정규직노동조합, 비정규직노동자의 요구관철이라는 과제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앞으로 피해 갈래야 피해갈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전처럼 유니언숍 제도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정부에서는 복수의 노동조합 간 교섭창구의 단일화 문제 등을 노사협의회로 대체하려고 하는데 반해 노동진영에서의 대응방안으로는 사업장 내의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고 모든 노동자의 요구를 전면에 걸고 투쟁할 수 있는 체계로서 사업장-공장위원회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복수노조체계에서는 기존의 민주노총 사업장에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시도와 아울러 한국노총 사업장에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움터 나오게 될 것이다. 새로운 노동조합을 만들고 어용노동조합에 민주적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모든 노동조합과 조직-미조직노동자와 비정규직-정규직노동자 모두의 정치-경제적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체계로서 공장-사업장위원회는 우리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 공장별 사업장별 위원회의 확장으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조직과 투쟁의 중심체로서 지역-전국적 노동자 위원회의 건설도 필연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들은 정말로 올바른 전국단일노조의 건설과 지역중심 단일체계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보다 평등한 사회로 가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 속에서 공장 내 미조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간 갈등을 치유할 수 있고 직종별로 괴리되는 현상을 통합해 나가야 한다.


3. 노동자 총단결의 구심점이 될 지역 선봉대 구성

용역이란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새로운 구사대가 횡포를 부린 지 몇 년 째 되고 있다. 이들을 응징할 대응 물리력을 갖추지 않는 한 자본가들의 용역구사대 선호는 계속될 것이다. 지역연대의 위력은 이미 마창노련의 지역선봉대에 의해 세신실업 구사대 500명을 박살 낸 경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지역선봉대는 지역연대 활성화와 지역 선진노동자의 끈끈한 유대와 훈련의 장으로 기능해 왔다. 용역깡패를 제압해야 하는 현실의 요구로부터 등장할 지역선봉대는 노동운동에 활기와 패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새로운 흐름으로 발전할 것이다.

각 지역의 지역선봉대는 자연스럽게 전국 선봉대로 발전해야 한다. 최근 전국적 총력투쟁이라고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그리 많은 수의 인원이 모이지 못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대오가 유지되어 단위 사업장과 지역의 투쟁에 결합한다면 그 파괴력은 몇 배가 할 것이다. 우선 각 지역에 최소 100인에서 300인 정도의 선봉대를 구성하여 지역 투쟁을 선도한다. 선봉대가 자체의 투쟁사업을 갖는 것보다는 지역의 투쟁사업장과의 결합, 지역 내 정치적인 사안에의 결합을 통해 투쟁을 배치하게 한다. 이 선봉대는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의 기획과 최소한의 재정으로 활동하며 사업장별, 지역별 투쟁을 엄호하는 데 선봉에 섬으로써 민주노총의 핵심적인 투쟁대오가 될 것이다. 선봉대는 신속하고 엄격한 규율로 운영하며 특수한 시기에만 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시기에는 느슨한 형태로 유지되더라도 투쟁국면에 있어서는 신속하게 소통하여 매 투쟁사업의 핵심으로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전국선봉대는 투쟁과정에서의 토론과 학습을 통해 사회변혁의 전망을 체득하며 선도적 정치부대로서의 기능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그 동안 업종, 산별로 고착화되며 약화된 노동자들 간의 동질의식을 강화해 지역중심의 단일산별 건설을 촉진할 것이다. 투쟁 현장에서 같이 깨지고 승리감을 만끽한 동지들의 연대는 그 어떤 난관도 극복할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