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빈곤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노동자 민중이 먹고살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800만명에 달하는 빈곤층 중에서 쥐꼬리만한 최저생계비나마 지원받는 사람들은 140만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생계의 위협을 받으며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니 정부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그간 부족했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지금까지 빈곤상태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며, ‘희망한국 21’이라는 빈곤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서 노무현 정부는 ‘분배를 통한 성장’을 강조하며, 빈곤 문제 해결을 국가 경제 성장의 동력 확충을 위한 종속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 결과, 이번 대책은 빈곤층에 대한 기존의 지원대책을 약간 개선한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추가로 11만6천명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수백만명이 넘는 나머지 빈곤층의 최저생계비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게다가 의료, 주거, 교육과 같이 빈곤 예방을 위해 공공성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지원 확대만을 계획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빈곤층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빈곤층이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EITC(근로소득 보전세제)’를 도입하여 취업한 빈곤층에게 한달에 4-10만원을 세금공제 혹은 현금지원 형태로 지원해 줌으로써 소득지원을 해 줄 예정이다. 이 제도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직장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일자리 없는 빈곤층에게는 1달 소득 68만원인 자활사업과 1달 소득 62만원인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하여 일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업을 하도록 빈곤층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빈곤층의 대부분은 이미 직장을 갖고 일을 하면서도 빈곤에 시달리는 ‘근로빈곤층’이다. 그러므로 억지로라도 일을 하도록 만들어 빈곤에서 벗어나게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정부의 대책은 현실을 살피지 못한, 실효성 없는 대책이다.


아무리 일해도 가난해지는 사회

8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잔업에 야간근무까지 포함해서 장시간동안 일을 해도, 먹고 살기에 충분한 수입을 벌기가 쉽지 않다. 정리해고가 잇따르고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월 80만원의 저임금(전체 평균 임금의 3분의 2 수준)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370만명에 이르고 있다. 임금 수준은 낮은데도,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갈수록 평균적인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노동자들이 지출해야 할 돈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면서도 가난한 ‘근로빈곤층’이라는 새로운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오히려 일을 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노동자들도 수두룩하다. 바로 화물노동자 출신의 故 김동윤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낮은 운송단가와 높은 기름값으로 인한 빚더미였다.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으며 덩치를 불리는 자본과, 민생 안정 운운하면서도 비정규직을 늘리는 데 앞장서는 정부가, 빈곤층을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


근로계급이 제 몫을 확보하지 않는 한 빈곤은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먹여 살리고 남을 부가 넘쳐나는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일을 하는지의 여부에 상관없이 사회의 책임 하에 빈곤에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빈곤으로 시달리는 지금, 노동자의 피땀을 빨아먹은 자본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면서 그 돈으로 땅을 사고 주주에게 배당을 하며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아무리 노동자가 열심히 일을 해도 그 일한 성과물을 모조리 남에게 빼앗긴다면, 노동자가 진정 세상의 주인으로서 몸과 마음이 편하게 살 수 없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제 착취하던 자가 착취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고 생산과 분배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 길만이 야만에서 문명으로 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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