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들은 자본과도 투쟁할 뿐만 아니라, 빈곤과도 전쟁을 해야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두 개의 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지들의 삶을 투고받았다.)


여름에는 적게 천몇백원에서 기껏 3~4천원 들던 가스비가 열배 스무배 불어나는 계절이 다가왔다. 몇만원 추가되는 거지만 + - 계산은 고등학교 수학문제 이상 어렵게 풀어내야 한다.

투쟁을 막 시작했던 5년전 2001년. 몇백명 인원에 노조도 있는 정규직 노동자였지만, 주42시간 3교대 근무를 하는 평균 9년근속 여성조합원 평균기본급61만원, 월평균임금109만원이었다. 그래도 ‘소박하지만 가난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들을 새벽에 어린이집 맡겨가면서 다닌 직장, “남편과 같이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하게 살림하면...“이라고 야무진 계획도 세우며 일했다. 그런데.
“꽃다운 청춘에 입사해서... 고통분담하며 살려내고 일한 회사에서 억울하게 쫓겨나..”
드물지 않은 하소연 그대로 10년 20년을 시그네틱스 한곳 또는 두곳 직장만 다니다가 파업참여 전조합원이 해고되고 300~400일을 함께 공장 농성장, 길거리에서 싸우고 이제 일부 투쟁대오와 생계를 위한 각종 일터를 다니는 해고조합원들에 생활은 생존도 투쟁이 되었다. 복직 투쟁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생계투쟁으로.

일요일 연월차도 없이 김밥집에서 하루10시간을 야간근무만 하는 41살 조합원의 한달 임금은 더도덜도 말고 상여금도 수당도 없이 딱 100만원 턱걸이인데, 나갈 돈은 계산기 없이도 훌쩍 넘는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라서 년초에 입학금 몇십만원 빌린 것도 아직 못갚고, 무리해서 장만한 집대출금에 월세처럼 내집서 살다가 그것조차 밀려서 몇몇은행에서 근저당인지 걸어놔 이미 내집아닌 내집에서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살아낸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도 걱정이다. 돌봐줄 사람이 없이는 잔업을 당연히 요구하는 직장다니며 보육료 감당하기도 어려운 37살 조합원은 시간제로 일하면서 한달 50~60만원 버는것도 기를 써야 한다.
임금뿐 아니라 대출도 못받게 만든 주택 가압류. 남편과 같이 벌어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에서 떨어지고 싶었다는 조합원은 지금도 툭하면 “담주부터 나오지 말라”는 비정규직 직장을 꿋꿋이 다니고 휴일 특근해가면서 조합원모임에 나오고 있다.
“돈쌓기는 힘들어도 빚쌓기는 눈깜짝이다” 파업과 해고, 투쟁. 이혼으로 혼자 노모와 아이까지 부양해야 하는 처지인데 근근히 버티던 살림이 수백일 투쟁에 배겨나질 못하고 빚덩이는 불어나 살던 집까지 넘어가서, 노모,엄마,딸 셋이 생이별하게 된 것이 조합원의 잘못은 아닌데 참담하다. 노동능력도 의지도 갖고 불안정하나마 꼬박꼬박 비정규직 직장을 다니며 일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되어야 하는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시간이다. 후회는 안해도 고통과 고민은 지고가야 하는 투쟁속에서 생존을 최소한의 생활로 돌려내는 길은 암만해도 원직복직이고 가압류 철폐밖엔 없다. 권력과 자본의 횡포로 뭉개진 삶을 끝까지 우리 자신의 손으로 되찾아야 하기에.
세상을 바꾸는 것도 살아내야 이루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