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2일, 양대노총, 전농을 포함한 1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이하 양극화해소연대)가 발족하였다. 양극화해소연대는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와 함께,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단계적 무상의료·무상교육 실현, 사회 각 분야의 공공성 실현 등 7대 분야 21개 사회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양극화해소연대의 출범은 부르주아 시민사회단체들조차 빈곤 문제를 빗겨나갈 수 없을 정도로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서 의미 있게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양극화해소연대가 가지는 인식과 활동방식, 계획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현 시기 운동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담지하고 있기에 ‘요란한 빈 수레’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양극화해소연대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양극화’와 ‘사회통합’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밀어붙이는 노무현 정권이 그들의 개혁(?)을 위해 만들어낸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이를 통해 노무현 정권은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민중의 전반적 빈곤화와 이에 따른 계급간 대립 격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은폐하고, 자본주의 내에서 제도나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극화해소연대는 노무현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사회운영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나가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적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한계는 활동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중운동과 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벤트식 사업, 보수정치권에 대한 압박 등 실질적으로는 큰 도움도 안되는 생색내기 활동계획이 주를 이룬다. 체제 내에서의 정책적인 문제로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기에, 이벤트와 청원운동 방식 등 그 인식수준에 걸맞는 실천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민중들의 목숨을 짖밟고 강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책이 너무 만만하게 보이는가? 아니면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인지, 엄혹한 현실 앞에서도 생색내기 립서비스를 하자는 것인지! 이미 빈곤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는 투쟁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연대와 지원조차 고민하지 않는 단체에서 진정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민단체는 차치하더라도 민중운동단위 전반에도 대중운동과 거리가 먼 활동방식이 뿌리 깊게 박혀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특정한 사안이 발생하면 관성적으로 전선체 성격의 연대운동단위를 만들어놓고, 실제 활동은 하지 않고 이름만 걸어놓는 유령 참가단체 양산에만 치중하여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참가단체 수보다 실제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더 적은 어이없는 연대체가 남발되고 있다. 이는 실질적 투쟁을 조직하기다는 상층 논의와 이벤트에 치중하는 운동양태의 씁쓸한 단면인 것이다.

양극화가 아닌 전반적인 빈곤화의 문제이고, 사회분열이 아닌 계급투쟁 격화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근본 문제이기에, 체제 내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내세우는 양극화해소연대는 변죽만 울릴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나름의 원대한 목표에 비해서 하고자 하는 실천들은 옹색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민중운동의 주체를 자임하는 단체들은 부르주아 시민운동의 놀음에 놀아나서는 안된다. 본질적으로 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지배계급이 역사적으로 수행해온 예방혁명을 지금 단행하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분파들에게 떡고물을 바라고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를 넘어선 대안의 사회 운영원리를 고민하고, 이를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만 빈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