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상담소야, 당이야?

대부분의 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 사무실 앞에는 ‘무료 신용불량자 상담’을 해 준다는 것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주도하여 작년 총선 이후부터 주요 민생사업으로 신용불량자 사업을 진행한지 1년이 넘었다. 370만 명이 넘는 신용불량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상담을 받을 기회가 좀처럼 없다는 것을 반영하듯, 상담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많은 수의 신용불량자들이 현수막만 보고서 당으로 찾아와 주로 지역위원회 상근자인 상담자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러나 당의 역할이 상담과 해결 프로그램 제시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당의 활동가들이 직접 신용불량자들과 대면을 하고는 있지만, 이들을 조직적으로 모으고 신용불량자 양산의 원인을 해결할 주체로 성장시키는 과정은 전무하다. 상담소가 필요하다면 광역시도당 차원에서 상담소를 설치하고, 당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당사자들과 연결시켜주면 된다. 운동의 구심으로서 민주노동당이 끊임없이 노동자 민중을 조직해나가고 의식을 성장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에 비추어 봤을 때, 현재 당의 상담 사업은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고 있다.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정책을 운동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대중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성장시켜나가기 위해 당은 대중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내걸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대중과 함께 투쟁하면서, 대중의 의식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의회에서 법안을 입법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부르주아 정당이 제기하는 정책에 대해서 수세적으로 그것의 결점을 지적하며 약간 개선된 정책 대안을 내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내걸고 그것을 문제 당사자의 실천과 연결시킴으로써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노동자의 정당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현재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실천 방안

근로빈곤층의 문제가 핵심인 지금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빈곤층의 양산을 막기 위한 노동시장 정책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고, 현재 빈곤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이 필요하다.
우선 빈곤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 의료, 주거, 보육, 에너지, 교통 등의 전면적인 무상화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각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주요한 투쟁의 요구사항으로 인간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와 재화를 무상으로 공급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도록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빈곤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의 현금급여를 즉각 제공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혼의 급증과 함께 증가하고 있는 모부자 가정,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 법적으로 부양의무자가 있어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독거노인, 장기 질병에 시달리며 치료비 부담과 수입 부족이라는 2중의 부담을 안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부류가 될 것이다. 이들이 사회의 도움을 받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도록 만들기 위한 끈질긴 대중의 의식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 ‘인간다운 삶 보장을 요구하는 빈곤층 선언 운동’을 조직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근로빈곤층을 양산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갖고 충분한 임금을 받으며 일할 권리를 주장하며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 사용 금지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권리보호 입법을 요구하는 광범위한 대중 투쟁을 조직하면서 노동자들을 모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를 비롯해 학생, 주부 등 빈곤정책의 수혜자들이 광범위한 연대전선을 만들고 이를 정치적 흐름, 시장주의적 운영원리에 반대하는 반자본주의, 사회주의적 흐름으로 만드는 것이 요구된다. 하나의 시대정신, 즉 비정규직의 해소와 빈곤층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의 의무라는 정치적 열망과 이상을 만들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