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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충석 <더불어사는집> 대표

2005/10/19 ㅣ <박종연, 김백선>

('빈곤과의 전쟁' 최일선에는 노숙인들이 있다. 주거를 위해 빈집을 점거하고 자활을 준비하고 있는 노숙인들의 생활공동체 <더불어사는집>의 빅충석 동지를 만나보았다.)


1. <더불어 사는 집>에 대한 간략한 소개?

2004년 7월, 철거중인 삼일아파트에 모여 살던 노숙인들을 양연수 씨가 모아서 살게 하고 음식을 조달해주면서 시작되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기 위해 노점상을 꾸려 생활할 비용을 마련했고, 후원자들이 지원해주기도 했다. 지금 20여명이 있지만 인원은 유동적이다. 멀리 일하러 나간 날에는 미리 연락을 하고 안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집은 일하고 나서 쉬기 위해, 우리가 뭉치고 일을 논의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노숙인들의 자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반이다. 그래서 지금 살고있는 집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생계를 위해 청계천 8가에 있는 5평정도의 공간에 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후에 점포를 추가하고, 바자회를 열어 운영기금을 마련할 것이다.


2. 지금까지 경과는?

작년 7월, 점거를 시작한 후 종로구청이 삼일아파트에서 빨리 나가라며 탄압했다. 경비를 동원하여 감시하고 CCTV를 설치했다. 비어있는 집이니까 남아있겠다고 했더니 전기와 수도를 모두 끊었다. 올해 9월 말까지 그 곳을 비워주기로 했지만, 당장 나가서 20명이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한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서 9월 29일에 정릉동에 있는 도시개발공사(이하 도개공) 아파트로 옮겼다. 이 집은 생활보호대상자나 장애인 같은 서민들에게 공급하려고 서울시가 도개공에게 사 준 것이다. 처음에 수도,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였지만 살 수 있도록 고쳤다. 경찰이 나가지 않으면 구속한다고 협박했지만 집을 지켰다. 민주노동당 중앙당 김정진 변호사가 법률상 우리를 강제로 끌어낼 수 없다는 의견서를 써 줬다. 그리고 해방연대(준), 중노련이 관심 가지고 도와주고 있고, 민주노동당 지역위에서도 다녀갔다.
얼마 전에는 경찰 몇 명이 용접기와 보안망을 가지고 와서 우리를 내쫓고 문을 용접해서 출입을 못하게 막으려 했다. 그 때 연대하러온 분들과 함께 싸워서 경찰들을 몰아냈고, 경찰서에 항의 방문을 다녀왔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경찰과 도개공의 개입이 없다.


3. 빈집 점거(squat)가 급진적이지만, 반면에 쉽지 않을텐데?

언제 쫓겨날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살기 위해 점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뭉쳐있다. 점거는 집없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큰 이슈가 될 방법이다. 집없고 소외된 사람들이 나아갈 하나의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현행법을 위반하고 이 곳에 들어왔다. 하지만 저렴하게 서민에게 빌려줘야 할 집이 임대불가라는 딱지가 붙은 채 비어 있는 상황에서, 보증금은 차차 마련하겠고 당장 임대료라도 낼테니 집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집이 없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결국 노숙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숙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은 소규모 자활 단체들을 정부가 모델로 삼아 지원해줘야 한다.


4. 다른 노숙인운동단체들과 연대는?

빈민운동하는 곳은 많지만 노숙인과 관련된 단체들은 많지 않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쉼터 같은 곳은 많지만, 개인(민간)이 운영하는 노숙인 단체는 드물고 소규모라서 힘이 없다. 그래서 싸우기 쉽지 않다. 우선 방송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처지를 알리고자 한다. 그리고 노숙자 대부분은 실업자들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실업자 연맹을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먹고 사는 데에는 장사를 하면 되는 것이니까 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주택이 문제가 된다. 지금 서울시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20명의 소규모 사람들을 시장이 만나주겠는가. 연대를 계속 해야 할 것이다. 노숙자가 단체를 구성해서 시위하고 문제제기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 아닌가. 우리가 못하면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발행. 노동해방실천연대(준) 홈페이지. www.hbyd.org 주소. (140-880)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10 인영빌딩 3층 전화. 02) 2275-1910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