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더불어사는집> 노숙인들은 정릉동에 소재한 SH공사 소유의 빈집에 둥지를 틀었다. 이미 2004년 7월부터 종로구 삼일아파트에서 거주하던 노숙인들이, 그동안 살던 보금자리 삼일아파트가 지난 9월 철거가 시작되자, 스스로 살아가고자하는 노력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정릉동의 빈집을 점유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더불어 사는집>의 소중한 전형을 살리려고 하지 않고, 노숙인들의 자활의 의지를 무참히 꺾고 있다. 당장 10월 6일 SH공사의 직원들은 경찰을 앞세워 <더불어 사는 집>의 노숙인들이 점유한 정릉동 집에 들어와 퇴거를 하라고 강압하고 협박하였다. 또한 이들은 용접기와 철문을 준비하여, 당일 노숙인들을 몰아내면 다시는 노숙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갈 곳이 없어 점유하고 있는 빈집에서 나가라는 것은, 어렵게 만들어 놓았던 <더불어사는집> 노숙인들의 자활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다시 거리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더구나, <더불어사는집> 노숙인들이 점유한 빈집은 서울시가 아무런 용도없이 방치하고 있는 200여 채의 집 중 하나이다. 서울시가 쓸데없이 시민의 세금을 낭비할 바에야, 차라리 <더불어사는집> 노숙인들을 위해서 써야함이 당연하다.
“스스로 일해서 번 돈으로 집세를 내겠다. 다만 노숙인이 지불할 수 없는 고액의 보증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더불어사는집> 노숙인들의 요구가 과연 황당한 것일까? 정녕 서울시는 200여채의 빈집을 유지하는 것과 관료주의와 행정편의주의의 소산인 실패한 노숙인 정책에는 시민의 세금을 낼 여유는 있으면서,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숙인들에게는 지원하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서울시가 노숙인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진지하게 <더불어사는집> 노숙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