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의 위기라는 말이 되풀이되던 시기는 그나마 행복한 시기였다. 위기 담론은 위기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주체들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띄게 왜소해지고 미미해진 학생 운동 진영에서는 이제 더 이상 위기라는 주장조차 제기되지 않는다. 다만 ‘반/비 운동권’ 학생회 출범이라는 어이없는 소식이 곳곳에서 요란하게 들려올 뿐이다. 그리고 우리세대가 학생 운동의 끝물이 아니냐는 풀이 죽은 한탄만이 캠퍼스에 떠돌고 있다.

불과 사오년 전만하더라도 학생운동은 정치적 민감성과 과단성을 특징으로 활발한 활동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정세에 따른 기민한 정치 활동과 일상적인 노학연대 활동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학생운동은 학내 사안만을 겨냥하고 있으며 그나마 이조차 힘 있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3월 새 학기의 기운을 타고 등록금 투쟁이 만개했다가 4월을 넘기면 힘없이 질뿐이다.

이는 전반적인 민중운동의 침체 속에서 학생 운동 역시 이와 무관할 수 없음을 드러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학생 운동가들의 관점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교육 문제를 등록금의 인상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으로만 한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비롯한 대학의 시장화 문제는 대학생만의 문제로 귀결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통계청의 발표대로 등록금 인상은 물가인상을 주도면서 민중의 가계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학생 수가 200만 명에 이르고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금 문제는 이미 일부 가정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학생 운동가들의 즉자적인 문제 설정이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교육 문제를 왜소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시장화 문제는 각 대학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 전국 국립사립 대학교 공통의 문제이며,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대정부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 이로써 운동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중대한 투쟁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시각으로 교육 투쟁을 바라보고 진행할 수 있도록 섹션의 주제를 대학생과 교육 문제로 설정하였다.

8면에서는 현재 시장화 되어가고 있는 대학의 문제점을 진단해보기로 한다. 김영삼 정권 때부터 가시적인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을 각 국립사립 대학교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짚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진리를 탐구하고 사회에 비판적 기능을 수행해야할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노골적으로 시장으로 만들려는 기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어 9면에서는 대학의 시장화로 인하여 지식인적 역할을 점점 상실해가는 대학과 대학생의 현실에 분개하는 한 청년의 칼럼을 싣고자 하였다. 왕 앞에서 연좌시위와 단식투쟁도 서슴지 않았던 조선시대의 성균관 유생들로부터 민주화 투쟁에 젊음을 바친 80년대 대학생들까지, 이 땅의 청년들이 지녔던 올곧은 시선과 정직한 실천으로부터 부끄러운 현실을 비추어 본다. 그리고 무상교육이 폐지되고 수업료제도가 생기면서 시작된 독일 대학생들의 투쟁 소식도 함께 전한다.

마지막으로 10면에서는 대학 시장화에 대한 대안으로서 무상교육의 의미와 가능성, 그리고 이제까지 진행된 무상교육 운동에 대한 평가를 제시하였다. 경제적 의미로서의 ‘무상’뿐만 아니라 교육 운영의 주체를 현재 교육의 수혜자로 설정되어있는 민중으로 재정립해야한다는 주장은 우리가 건설해야할 새로운 사회의 운영원리를 보여준다. 또한 구호만 번듯했을 뿐, 그 이후 어떠한 실물적인 흐름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무상교육 운동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 정책적인 차원으로 머물렀을 때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 하반기, 자본의 중심에 선 전국의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너도나도 무상교육을 외치는 유쾌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