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경쟁력’ 있는 학과만 육성하기


-교육 프로그램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미래 핵심 인재의 전략적 유치/육성 및 학생서비스 확충

세계수준의 명문대학, 21세기 세계의 대학으로 성장
-고객(학생,학부모,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최고의 교육/연구 경쟁력
(성균관대 발전계획 vision2010+ 중에서)

-경쟁력있는 학문분야의 중점 지원
-우수 연구소와 전문대학원의 집중 육성
-정책적 육성분양의 선정 및 지원
(고려대학교 장기발전계획 중에서)


대학은 경쟁력 확보를 최고전략으로 세우고 버젓이 대문에 내걸고 있으며 당당하게도 학생, 학부모, 기업(보라, 대학의 고객이 ‘기업’이다)을 대학의 고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학문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이미 많은 대학에서 목표에 맞지 않는 학과의 통폐합을 자행해오고 있으며 좀 더 교활하게는 명목만 남겨놓은 채 교육시장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둘. 대학의 사회비판기능 말살하기

요즘 대학생들은 바쁘다. 광역화된 모집단위로 입학하여 원하는 전공에 들어가기 위해 입학하자마자 학점관리를 시작한다. 그러나 학점관리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점점 강화되는 상대평가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군가는 C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친구를 누르고 올라서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혼자서 열심히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남보다 잘해야 하고, 남을 이겨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대학사회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허겁지겁 생존경쟁을 치르며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딴생각할 여유는 허용되지 않는다.
어리석게도 경쟁 전선에서 이탈해 딴생각을 하고 쓸데없는 짓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건강한 어리석음마저도 학교는 못마땅해 하며 갖가지 방법을 사용해 ‘바른길로 인도’하고자 한다.


대학 법인사무국이 교수·학생·직원의 동향을 감시하고 학사운영 전반에 관여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부사장 지시사항 모음집’이라는 자료집은 제반 학내문제 운영에 현 송직현 이사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증명하는 문서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회의에서는 금잔디 광장에 울타리 설치를 서두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와있다. ‘학생운동(집회)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 전체적인 조경계획을 갖고 넓지만 올록볼록한 화단구성으로 대규모 집회를 갖지 못하도록 설계 변경할 것’…‘PC통신이나 대자보를 통해 일반 학생들로 하여금 총학생회의 행동이 참으로 비생산적인 행동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 이는 99년 3월 13일 회의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총학생회 측은 이와 관련, “삼성재단이 들어온 이후 총학생회를 비방하는 익명의 대자보가 부쩍 늘었다”고 주장했다.
(2000년 공개된 성균관대학교의 학생, 교직원 사찰문건에 관한 기사 중)

국내 상당수 대학들이 학생들의 교내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을 두고 있어 “군사독재시대의 유물”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연세대 등 30여개 대학이 ‘학생은 정치적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학칙을 둔 채 정치자치활동을 원천 금지하고 있다”…“명지대 등은 학생이 학교운영에 관여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으며…어떤 대학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록 때 ‘학교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어떤 징계도 감수한다’는 내용의 서약서까지 강요한다”
(경향신문 2005.5.20 ‘대학내 정치활동 금지’ 도마에 )

2001년 9월 3일 『成均』통권 70호는 배포된 지 두 시간 여 만에 대학본부에 의해 회수됐다. … 학교가 삭제할 것을 요구한 만화는 이재용 씨의 증여세 탈세 혐의와 관련된 내용이었으며, 수정을 요구한 부분은 2000년 교육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징계를 비판한 글이었다.
(성균관대학신문 成均 71호 ‘『成均』통권 70호 회수, 그 후’


학교와 재단은 이처럼 학생사회에 깊숙이 손을 넣어 마음대로 휘젓고자 해왔다. 운동권학생회를 반대하는 학생세력을 지원하며 학내여론을 분열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며 징계라는 수단으로 학생운동을 탄압해왔다. 학생자치활동 통제수단으로 자치공간을 축소화하거나 저학년 학부생들을 수용하는 제3캠퍼스를 마련해(성균관대) 선후배간의 교류를 단절시키는 방법까지 고안하고 있다.


셋. 황금알을 낳는 대학에서 신나게 돈벌기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어느새 1000만 원대에 진입했다. 고려대 의예과의 등록금 1030만6000원을 필두로 대부분 사립대학들 역시 연간 등록금이 어느새 1000만 원대에 육박했다. 매년 당연하다는 듯이 오르는 등록금의 인상이유로 학교측이 제시하는 것은 언제나 ‘물가상승’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대학의 등록금 인상률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학교측은 ‘매년 물가가 오르고 운영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뻔뻔스럽게 등록금을 올린다.
낮은 교육의 질과 대비되는 수백억에 이르는 이월적립금은 자본의 이해에 따르고 있는 대학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2000~2002년 전국 사립대의 예산·결산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 대학들이 지출부문에는 실제 쓰일 비용보다 예산을 뻥튀기 편성하고 수입은 실제 들어올 금액보다 축소편성해 결산때 수천억원을 남겨 차액은 이월적립금으로 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2000년 9500억원, 2001년 9397억원, 2002년 1조1459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별 과다·축소 예산편성 규모는 고려대가 70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세대 578억원, 홍익대 550억원, 성균관대 479억원 등 순이었다.
(문화일보 2004.2.25 ‘사립대 등록금 인상 뻥튀기 예산편성 탓’)


넷. 기업에 종속되기, 기업에 굴복하기


대학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대학들이 사활을 건 기부금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학교 건물이름까지 경매에 부쳐 최다액 기부자에게 낙찰하는 등 기부금 확충을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건물·강의실에 기부자의 이름을 넣어주는 ‘네이밍’은 이미 많은 대학들이 앞다퉈 실시하고 있다. 경희대는 더 나아가 건물 이름을 경매에 부쳐 최고액 기부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고려대에서는 단과대학 명칭 앞에 기부자의 이름을 넣어주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법과대학’이라는 명칭까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경향신문, 2003.11.4 ‘대학 기부금 ’저인망식‘ 모금경쟁’)

고려대는 최근 2년 동안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어 총장의 뛰어난 ‘세일즈 능력’ 덕택에 2003년 870억원, 2004년 1200억원의 발전기부금이 들어왔다. ‘몰려드는 돈’으로 고려대 교정도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번에 건립된 삼성관뿐만 아니라 엘지-포스코관, 우당 교양관, 이명박 라운지 등 기부자의 이름이 박힌 건물과 홀이 촘촘히 들어섰고,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 한 끼니에 6천~1만5천원인 스파게티 전문점도 입주했다.
(한겨레21 559호 ‘망신당한 고려대의 신자유주의’)

삼성은 이달 초 완공된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 건립을 위해 4백억여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연세대 120주년 기념도서관 건립에 3백억여 원, 16일 착공될 이화여대의 미래형 캠퍼스 건립에 수백억여 원의 기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건물 이름에 각각 ‘삼성’이란 명칭을 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미술관 공사에도 1백50억여 원을 기부한 바 있다.
(경향신문, 2005, 5, 15 ‘대학기부 큰손 ‘삼성의 고민’)


지난 고려대 이건희 학위수여 사태 때 보여준 대학의 친기업적 모습은 대학이 기업에 종속된 당연한 결과이다.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살아남기 위해 대학은 기꺼이 기업에 굴복하고자 한다. 게다가 대학 내 포진해 있는 기업의 인적 네트워크는 이러한 대학의 신자유주의 경향에 박차를 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