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에서 박사과정까지 모든 교육이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는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였다. 심지어는 독일로 간 외국 유학생들도 일정한 행정비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수업료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심지어 70년대 우리나라에서 독일로 광부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마련해서 건너간 후, 그곳에서 공부를 해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는 대학에 대해 일정 금액의 수업료를 납부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1월 26일,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통일 이후 늘어나고 있는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교육 재정을 줄이는 대신, 각 주 정부가 자율적으로 대학 등록금을 걷는 것이 허용된 것이다.
각 주 정부가 걷고자 하는 등록금의 액수는 한 학기당 500유로(우리나라 돈 70만원)선이다. 독일 대학생들은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저항하면서 베를린을 위시하여, 함부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 비스바덴, 브레멘 등 전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투쟁 방식은 발랄하고 다채롭다. 동맹휴업을 통한 수업거부와 가두시위는 기본이고, 교육부 장관실과 재정경제부 장관실 점거 농성에, 이번 결정을 이끌어낸 야당 민주사회당 당사와 베를린의 상징인 붉은 시청 점거농성, 자전거타고 시위하기와 길거리 퍼포먼스, 한겨울에 속옷차림으로 집회하기 등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온 몸을 불사르는 모습들이다. 작년 겨울부터 시작된 시위는 올해 여름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37년 전 전 유럽을 달구었던 68혁명의 열기가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독일의 대학은 대부분 국립대학이고 평준화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서의 연대 투쟁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당장은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라도 결국에는 내게도 문제가 닥쳐올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5월 1일 노동절을 전후해서는 전국적으로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교육문제는 결국 사회의 문제와 연결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학생이 아닌 계층들과도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독일 대학생들의 거센 저항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독일 대학생들에게 교육을 개인의 부담에 맡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이란 사회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는 과제이고,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이것에 대한 부담을 개인에게 넘기겠다니, 독일 대학생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인 것이다. 이미 반년이 훌쩍 넘은 독일의 ‘교육투쟁’을 보며 매년 초 각 학교 캠퍼스 안에서 잠시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교육투쟁을 되돌아보게 된다. 대학생들이 손을 잡고 거리로 나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우고, 남대문을 점거하고, 수천 명의 대학생 자전거부대가 전국을 순회하며 ‘교육을 변화시키자! 사회를 바꾸자!’고 외치는 모습.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유쾌하고도 즐거운 투쟁이 될 수 있을 것이다.